[사건 브리핑 20분전]


회의장내 분위기는 도떼기시장 마냥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기자들과 경찰관계자가 한데 어우러져 서로가 처리해야 될 일을 바쁘게 처리해 나간다. 문틈사이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달성은 이미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기자석을 본 후 문을 닫고 그 자리를 피해 대기실에 앉아 오늘 브리핑할 자료를 그제야 펼쳐본다.

달성은 대기실에 앉아 브리핑 자료를 대충 훑어본다.
안 봐도 뻔 한 내용이었지만, 확인사살을 하듯 한 번 더 달성은 보고 자료를 살펴보았다.
그가 생각하는 진실은 어디에도 표현되어 있지 않다.

범인을 검거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그리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들로 구성되어 있다.

범인이 잡힌 상태에서 성재가 범인이라고 만들어가는 상황. 성재란 살인마를 유추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허점투성이 었다.
달성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브리핑 자료를 전 국민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고 진실이라 외쳐 데야 하는 바보스런 행동, 그는 전 국민 사기극의 주인공 역할을 해야 한다. 옮고 그름은 권력을 가진 자가 판단하는 세상. 달성은 곱씹은 표정을 지으며, 욕설만 내뱉고 있다.


“이런 시팔”


그 사이 대기 공간에 부하형사가 노크를 하고 들어오며, 달성의 험상궂은 얼굴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팀장님 브리핑 1분 전입니다.”
“이동하시죠”


달성은 브리핑 자료를 바닥에 던지며, 연실 욕설을 내뱉고 있다.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는 그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그를 지배했으며, 그의 불같은 성격을 표현했다. 부하형사는 브리핑 자료를 집어 들고선, 달성의 눈치를 살핀다. 달성은 브리핑 자료는 필요 없다는 듯 한손을 세우곤 대기실을 빠져 나간다. 누구도 듣지 못하는 음성을 반복적으로 말하며…….





“물망초발심”






[브리핑 시작 10초전]


“자 스텝 정위치 하시고요”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5.....4......3.....2......1”


각 언론사의 취재기자들이 일제히 브리핑 시작 전 현장 분위기에 대한 멘트를 시작으로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최달성 팀장이 입장하기만을 기다리며. 모든 카메라는 단상을 비추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출입문으로 향한다. 달성이 입장함과 동시에 수십 명의 기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 데며, 취재의 열기를 더한다.

달성은 한 손으로 불빛을 막으며, 어제의 기억이 떠오른다. 영수의 갑작스런 카메라 불빛에 예지의 눈을 가려준 상황. 언제나 사건 현장과 브리핑의 장소에선 동물원의 동물이 된 것 같이 조롱거리가 되는 경찰, 피해자, 피의자의 느낌이 달성은 싫었다.


달성이 단상에 올라서서 90도로 인사를 하고 나서야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는 느려진다.
달성은 인사를 하고 난 후 고개를 들고선 마이크 앞에 다가선다. 손가락으로 마이크를 몇 번 튕기고 나서 달성이 입을 열기 시작한다.


“시작하기에 앞서 사진은 찍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브리핑 순서는 사건의 개요, 추적과정부터 검거까지 일련의 순서대로 브리핑을 진행하고, 오늘은 절대 질문을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달성은 브리핑 자료의 계획에는 없는 브리핑을 시작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부 경찰 고위 관계자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워진다.


달성은 사건 개요를 시작으로 입을 열기 시작한다.

“최초 피해자는 2013년 04월 03일 안양 인근의 어느 한 야산에서 발견을 시작으로 총 3명의 피해자 아니 총 4명의 피해자가 발생되었고, 3명은 사망, 1명은 지금 병원에서 치료중입니다.....”


약 10분에 걸친 사건 개요가 끝나 갈 때 쯤, 누군가 한명이 셔터를 누름과 동시에 번쩍인다. 그는 영수의 사람인 세진일보 윤성식기자 였다. 달성은 번쩍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그를 손가락질 한다.


“거기 사진 찍지 마요!”

윤성식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 질문이 없는 브리핑에 질문을 하게 된다.


“세진일보 윤성식 입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다섯 건의 사건 모두 진실을 숨겼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찰 관계자는 그 기자를 밖으로 퇴장시키려는 듯 양팔을 잡아 그를 의자에서 꺼낸다. 윤성은 끌려가면서도 답변 듣기 위해 큰소리로 답변을 재촉한다.


“대답해주세요 최달성 팀장님”


그 주위에 있던 모든 기자들이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듯 모두 최달성 팀장을 쳐다본다. 그때 또 다른 기자가 일어나 또 다른 질문을 한다. 그는 세진일보 정명석 기자였다. 모두 영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두 명의 말 들.


“지금 까지 모든 사건이 최팀장님이 아닌 해결사가 따로 있다고 하는데 정말 사건을 해결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순간 브리핑 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기자들 모두 한 목소리로 대답을 원하듯, 이곳저곳에서 질문을 답변해 달라고 외친다. 달성은 난감한 기색이 아닌, 미소를 지으며, 오늘 그가 원했던 브리핑을 시작한다.


“자 모두 조용해 주세요. 대답해 드리죠.”


브리핑 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그를 바라본다. 기자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경찰 관계자들은 근심어린 눈빛으로.....

“어느 카메라 보고 말하면 되요?”

달성의 말에 정면에 설치되어 있는 1번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며, 카메라 감독이 손으로 사인을 보낸다.


“지금 그 가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대답하겠습니다.”


“그는......”
“해결사가 아닌 범죄자입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달성이 다시 입을 연다.


“아침에 전화 한 너 지금 보고 있지?”
“니 질문에 대답해 주지”




“넌 니가 영웅이 되고 싶은 거야, 이 범죄자 새끼야!!”




맨 뒷좌석에 앉은 경찰정복을 입은 한 남성이 손짓을 하자, 달성은 단상에서 끌어내려진다.

그리곤 대변인격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회장을 마무리 짓고 있다. 그 장소에 있는 기자들은 현 상황을 실시간 본사로 전달하기 위해 손놀림이 빨라진다. 단상에 올라와 있는 대변인에겐 관심이 없고, 달성이 끌려 내려가는 출입문 쪽만 바라보며, 그가 더 말해주길 애타게 바란다.

달성은 이제 됬다는듯 끌려 내려가며 웃고 있다. 그리곤 환한 표정을 짓고, 재희와 대화를 하듯 그에게 말을 한다.








“이젠 니 패를 까봐 뭐가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