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은 전화를 끊고서 신경질적으로, 전화기를 책상에 집어 던진다.

“이 새끼가 날 완전 개 무시해?”

재희의 전화를 받고 그는 심한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아보지만 새벽 간 사건수습으로 동료형사들은 책상에 곯아떨어져있고, 그의 휴대폰만이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내가 널 꼭 잡는다. 잡아!”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그의 책상위에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휴대폰이 보이고, 서류뭉치 가득 책상에 쌓여있다. 그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살인자 성재의 몸뚱이가 촬영된 이미지가 여러 개의 창을 이루고 있으며, 그 중 성재의 골반 위 척추에 상처표식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달성은 팔 하나 놓을 곳 없는 본인의 책상에 앉아 담배 한 대를 꺼내 물고 불을 지핀다.
흰머리가 제법 많이 보이는 머리카락과 깊게 페어보이는 눈, 부리부리한 눈썹, 눈가 옆에 보이는 주름을 통해 그가 40이 조금 넘은 나이란 걸 짐작케 한다. 성질이 급한 사람 마냥 담배에 불을 지핀 후 빠른 속도로 담배를 태워가며 재희와의 통화내용을 곰곰이 생각한다.


“제보자”
“영웅?”


달성의 입가엔 미소가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달성은 그 동안 통화한 제보자는 60이 넘은 중년의 남성이었으나, 방금 통화한 그 제보자는 20대의 앳된 목소리의 소유자였고, 그와 통화하는 내내 그의 웃음소리는 그 가 잘 알고 있는 부류의 사람을 연상케 했다.




이성재와 같은 “사이코패스”



“왜 근데 영웅이라 칭할까?”


달성은 방금 전화한 제보자가 그 전부터 제보한 사람이 아닌 걸 안다. 그냥 무시해도 될 통화였으나, 그의 웃음소리가 달성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위험을 느낀 듯하다. 이 남자는 누굴까?


또한 달성과 통화한 제보자는 똑같은 영웅이라 칭 했다. 달성은 본인이 영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40이 넘어서도 고작 반장에 머무르고, 경찰대학을 갓 졸업한 핏덩이들에게 지시를 받는 무능한 경찰이었다. 그 가 이 사건을 모두 알고 있는 주범 또는 공범이라면, 모든 내막을 알고 있을 텐데, 왜 그는 나를 영웅이라 칭했을까?
점점 이 사건에 등장인물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제보자의 마지막 질문.


“왜 지금 그가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


달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은 사건임을 짐작하고, 그의 수사노트에 제보자를 추가한다.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듯하다. 하지만 달성의 기분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그 사건이 하나, 둘 풀려가고 있다는 걸 암시하기에…….

달성은 담배를 한 대 더 입에 물곤 민재와 똑같이 머리를 의자에 기댄 채 천장을 올려다보고, 길게 담배 연기를 하늘로 내 뿜는다. 수사 브리핑 시간 전까지 그는 복잡한 머릿속 뭉게구름을 지우듯 담배연기와 함께 날려 버린다.





“허기자? 나야”

“누구?”

영수의 핸드폰 벨소리는 요즘 끊길 줄 모를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사건사고기사의 해결사로 통하고 있는 영수.
근처 동료들 그리고 타 신문의 기자들 까지 그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아첨과 로비를 하고 있다. 독점으로 작성하고 있는 그 기사로 인해 다른 사건까지도 그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로 그는 요즘 무척이나 바쁘다. 영수는 그의 인기와 비례하듯 자만심은 심해졌고, 그 자만심으로 자신만의 진실이 진리라 생각한 그는 그 사건의 기사를 왜곡시키고 음모를 꾸민다.

“나야- 윤기자”

“아- 윤기자? 왜 무슨 일이야?”

“이번사건 정보 좀 넘겨. 섭섭지 않게 챙겨줄게”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이번 사건 내가 쓴 기사문 토대로 하지 말고, 다른 방향으로 작성 해죠”

“무슨 소리야?”

“시름 말고”

“아냐-아냐-아냐- 뭐 어떤 식으로?”


그 둘은 30분간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다.


“정말 이렇게 써두 되? 정말 이게 진실이야?”

“믿으라고, 증거도 있으니 그건 나중에 내가 보내줄게”

“좋아- 대신 다음 현장발생시 나도 불러죠 그게 조건이야”


영수는 오히려 본인에게 조건을 거는 윤기자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일부 사실을 그에게 말한 터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 윤기자의 조건을 수락하고, 전화를 끊는다.


“하이에나 같은 자식”
“그래도 내가 그간 키워놨으니 세진일보에서 영향력은 있겠지”


영수는 세 번째 사건 발생 때부터 지금의 판을 만들어왔다.


[세진일보 윤기자]
[서중일보 정기자]


영수는 대한민국 대표 신문사의 이 둘에게만 정보를 넘겼다. 지금의 판에 영수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줄 말 들, 어김없이 그의 다른 말 에게서 전화가오며, 그는 말 들을 움직인다.

“정기자 오랜만이야…….”




[사건브리핑 1시간 전]



달성은 잠깐 동안 단 잠을 잔 듯하다. 잠시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으나, 3시간이 훌쩍 넘어 버린 시간에 눈을 떳다.


힘들게 눈을 뜨고, 본인의 지저분한 자리 한 편에 깨끗하게 제본되어 있는 브리핑 자료가 눈에 보인다. 그는 제본된 브리핑 자료를 열어 보지 않고, 칫솔에 치약을 묻힌 후 화장실로 향한다. 이번 브리핑 자료도 전과 틀리지 않을 꺼라 생각했는지, 그는 브리핑에 대한 긴장감없이, 자신의 몰골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며,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하고 난 후, 대변기에 앉는다. 그리곤 답이 없는 질문을 계속 되뇌고 있다.


“왜 지금 그가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


답이 없는 물음으로 그의 머릿속이 복잡할 때 동료형사들의 잡담이 그의 귀에 흘러 들어온다.


“이번도 최팀장님이 해결했다며?”

“그랬나봐. 근대 솔직히 해결한 거냐?”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올린거지”

“그런가? 오늘은 또 어떤 구라로 브리핑을 할지”

“그래도 부럽다. 순식간에 팀장이란 직책 달고, 서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니”

“야 그래도 최팀장님 소실 적엔 잘나갔어. 자리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지”

“누군 소실 적에 못나간 사람 있냐? 하하-”
“일계 형사로 시작해서 경찰인생의 정점인 서장까지니 나쁘진 않겠다.”


그들의 잡담에 달성은 신경이 거슬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나가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들이 말하는 내용이 진실이기에 쉽게 그러질 못했다.

달성은 아직까지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지금처럼 보장된 인생을 편안하게 살지, 아니면 진실을 말하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그의 눈 정면에 보이는 어느 한 문구가 하나, 둘, 이번 사건의 변수로 작용한다.





[勿忘初發心]
[물망초발심] - 처음 먹은 마음을 잊지 말라.







재희는 달성과의 통화를 끝내고 나서, 또 다른 휴대폰으로 그의 수족인 김 전무에게 전화를 한다.

“김 전무님 수고하셨어요.”

“네 회장님. 감사합니다.”

“이제 슬 시작할 시간이 되었으니 지금부터 준비하세요.”

“네 회장님 준비되면 바로 진행할까요?”

“아니요. 좀 더 상황을 지켜보죠.”
“아마 지금이면 여러 변수가 발생될 테니”

“네 회장님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예지씨인가요?”

“아- 구출된 실종자 말씀입니까?”

“오늘 넘기지 말고, 조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뚜-뚜-]



재희는 본인이 처음으로 살아있는 사람을 구출한 쾌거를 어떻게 부각할지 계획 중이다. 예지를 통해 무엇을 얻을지, 어떻게 활용을 할지, 그리고 재희에게 어떤 득이 될지 그는 예지라는 말 하나를 추가시킨다. 그들의 운명은 모른 채…….

재희는 회장실 한편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조작하여, TV를 켠다.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인 경찰의 사건 브리핑, 분명 달성이 대표로 브리핑을 시작할 것이고, 본인이 원하는 데로 흘러갈 꺼라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최달성 이제 내 얘기를 너가 한번 만들어봐-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