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희가 떠난 후 민재는 뒤처리를 하기 위해 그의 무리들과 함께 아까의 창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무리 중 어느 누구도 한마디 말을 꺼내지 않고,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숙지한 듯 일사분란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제야 민재는 검정재킷의 속주머니에서 담배를 하 나 꺼내들고, 방금 전까지 재희가 앉아 있던 의자에 몸을 뉘인 후 불을 지핀다.

민재는 아까의 악마와도 같았던 재희의 모습을 회상하듯, 의자에 앉은 채, 길게 흡입한 담배연기를 하늘위로 날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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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요. 이성재씨를 죽일 마음은 없으니까”
“죽음이 고통의 끝이라고 하는데 쉽게 죽으면 재미없잖아?

재희의 말 톤은 일정하게, 어떠한 감정의 기복 없이 말을 이어갔고, 성재의 몸을 이리저리 감상하듯 빙글 돌며, 그가 들고 있는 날카로운 칼끝이 처음 찌를 곳을 찾고 있었다.
맹수가 초식동물을 사냥하듯 그는 지금 성재가 먹잇감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고 재희의 칼날이 처음 향하는 곳은 언제나 골반위에 위치한 척추신경쪽 이었다. 사람의 신경은 크게 뇌신경, 척추신경, 교감신경으로 나눠진다. 그 중 척추신경의 손상시에는 경중에 따라 하반신 또는 전신의 마비가 발생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곳이었다.

재희는 언제나 그 곳을 처음으로 노린다. 이 들은 절대 교화될 수 없는 짐승들이고, 죽음 보다 가혹한 지옥 속에서 일생을 마감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좀 아플 텐데 마취제를 줄까?”




대답할 수 없는 성재는 위험을 직감한 듯, 눈동자가 빨라진다.



민재는 말없이 야구방망이를 재희에게 건네고, 재희는 야구방망이로 사정없이 그 의 척추를 가격한다.


[퍽-퍽-퍽-퍽-]



성재의 몸뚱이에 닿는 야구방망이 소리와 함께 성재의 신음소리로 가득 울려 퍼지고 있다.

[윽-으윽-으으윽-으윽]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그 소리는 창고 가득 울렸으며, 좀처럼 쉽게 멈추지 않았다. 야구방망이가 이리저리 구겨지고 성재는 더이상 고통을 느낄수 없는지 재희의 매질에 반응이 없을때가 되서야 창고에 고요한 적막이 다가왔다.



“아-얘 또 자네”



재희의 말이 무섭게 들린 그 무리 중 한 명이 다시 배전반으로 뛰어가 조작을 했다.

10초....20초....30초... 재희를 바라보던 그 무리는 재희가 그만하라는 손짓을 기다리듯, 그 의 손가락만 쳐다보았고 성재의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날 때가 돼서야 그만하라고 표시를 보고, 배전반의 스위치를 내렸다.



“이성재씨는 맷집이 별로네요?”
“아- 재미없어 그만합시다.”



그 말과 함께 재희는 마취제를 투여한 그의 등 뒤로 돌아가 날카로운 칼끝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도려내었고, 그 고통을 그제야 느꼈던 성재는 그 고통을 참아내 듯 이가 뭉그러질 정도로 재갈을 꽉 물며 무언의 비명을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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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는 아까전의 상황을 떠올리고 난 후 자리에서 일어나 혼잣말을 되뇐다.



“저 모습이 악마일 꺼야”
"악마....악마...."



민재는 젊은 시절 산전수전 다 겪은 민재파의 보스였다.

민재파는 전국적인 세력을 보유한 거대 세력이었으나 그는 어느날 홀연히 모든것을 내려놓고 은퇴를 선언해 조폭계의전설로 남아있는 인물이었다.

그도 분명 조직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갖은 방법으로 고문하고 죽여 보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즐기진 않았다.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세력이 커질 때마다 그는 언젠가 본인의 상황이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지금 민재는 그 두려움은 없어졌지만, 재희라는 새로운 두려움의 대상이 생겼다. 홀연이 사라진 민재가 어떻게 재희와 함께 있는지 모르지만 민재는 재희가 두렵다.



모든 정리가 끝날 때 쯤 민재는 전화를 들고선 사후처리를 진행한다.




[안양경찰서 강력계]



“네 안양경찰서 강력계 최달성입니다.”



“제보좀 하려고 합니다.”



“네- 말씀하세요”



“000동 산112-3번지 주택에 사람이 감금되어 있습니다.”



“당신 전에 제보했던 그 사람이지?”



[뚜-뚜-뚜-뚜-]



달성은 전화를 한 이 남성이 일전과 동일한 제보자라고 생각되어 추궁하려 했으나 언제나 똑같이 내용만 전달한 후 상대방 남성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발신번호 추적을 하였지만, 짧은통화시간과 대포폰이라 추적은 쉽지 않았다. 달성은 처음 정보를 제공해준 제보자가 고마웠으나 이미 다섯번의 동일한 제보를 하는 그 남자가 의심스럽고 그가 궁금했다.


“야 강력사건이야 병력 준비해”


제보자가 말한 주소지에는 항상 피해자가 있었다. 지금은 피해자를 구출하는게 먼저 이기에 그는 황급히 팀을 꾸리고, 그 장소로 출발한다.







전화를 끊은 민재는 다른 한 곳에 더 통화를 한다.

“허기자님?”

“네 말씀하세요”

“이번 연쇄살인사건 제보에요. 이번도 믿으세요.”

“네 어디죠?”

“000동 산112-3번지”
“보도 자료는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놨습니다.”
“그럼 이만”

[뚜-뚜-뚜-뚜-]

허영수기자. 그는 중진일보의 사건사고 취재 기자였다.
최근 어떤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 그에게 제보를 했다.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으나, 그는 혹시 대단한 특종이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과 십수년간 몸에 베인 기자의 감으로 그 남성이 말한 장소를 가게 되었고, 그곳에는 언제나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하며, 출입 통제를 하고 있었다. 본인과 같은 기자의 신분은 그가 처음이었고, 그는 이번으로써 다섯 번째 대 특종을 잡았다 생각하며 급히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편집장님 터졌습니다.”

“이번에는 뭔가?”

“이번 연쇄살인사건 제보인데 가봐야 할거 같아요 범인을 잡은 건지 아님 추가 희생자인지”

“그래? 어서 가 헬기 불러죠?”

“네”




검정색 세단 2대가 성재의 집 앞에 정차하고, 하얀색 장갑을 낀 두 남성이 성재를 그의 안방에 내려놓았다.

차량의 번호판은 가려져 있으며, 짙은 선팅으로 차량에 누가 타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성재를 내려놓은 차량은 그들의 모습을 누가 볼 세라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고, 큰 도로와 합류하는 지점에 다다라서 저 멀리 경찰차의 경광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서야 민재는 재희에게 전화를 건다.

“회장님 마무리 됐습니다.”

“네 수고했어요― 다음 순서대로 진행 하세요”

“네 회장님”


전화를 끊은 민재는 일행에게 지시를 한다.

“폐차장으로 가-”

“네 전무님”

그들의 사후 행보는 언제나 똑같은 룰로 이루어졌다.
그들이 사용한 모든 소지품은 소각처리 되고, 차량 또한 폐차시켰다. 그리고 민재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한 달간 해외로 도피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를 것이다. 도피한 일행을 감시하는 또 다른 무리가 있었고, 그 무리중 누군가 그들의 행동을 발설했을 시 가차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재희는 집에 도착 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샤워장을 나오며 거실로 향하는 복도는 길게만 보였으며, 양 벽면은 하얀색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고, 여러 가지 초상화가 복도를 수놓고 있다.
머리를 타월로 털며, 그는 천천히 거실로 연결된 복도를 거닐었고, 즐거운 듯 콧노래도 곁들였다. 복도의 끝에서 그는 거실이 아닌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오늘의 성과에 대한 축배를 들 듯 와인저장고에서 펜폴즈 빈 95 그랑지를 한 병 꺼내들고, 그 특유의 독특한 과일 향을 지닌 와인을 병 체로 마시며 거실로 향했다.

그는 거실 정면에 걸려 있는 초상화 앞에 서서 고개를 치켜세우곤, 초상화의 그녀와 대화를 한다.


“엄마 나 오늘도 한 건했어”
“엄마가 꼭 착한 사람 되라고 했잖아”
“나 착하지? 으흣”

재희는 그 만의 특유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맨 마지막 단어의 소리가 올라가며, 이상할 만큼 심하게 양 입을 일자로 만들고 새하얀 이빨만 드러내는 그 의 웃는 표정은 그의 외모와 평소의 모습과는 상상할 수 없는 엇박이 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한 참 초상화의 여인과 눈빛으로 대화를 끝낸 후 거실에 앉아 와인 병에 들어있는 와인을 입속에 담는다. 그리곤 심플하고 기다랗다 생긴 리모컨을 손에 든 후 버튼을 클릭 하자 천장에선 대형 스크린이 내려오고, 그 속에는 대한민국 지도가 표시되어 있었다. 여러 색의 점들이 지도를 채워가고 있고, 유독 빨간색점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안양지역을 바라보며 재희는 나머지 일들을 처리하려, 휴대폰의 버튼을 클릭한다.

“네- 회장님”

“오늘 특종 있죠?”

“네- 어떻게 아셨는지.....”

“서대표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너무 모르신다.”
“모든 기사 수정하고 헤드라인에 그 기사 중점 보도하세요”

“이미 초판이 나온 상태라....아닙니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네 그럼 내일 기사는 기대해 보죠”
“아- 매출도 기대해 볼게요”

중진일보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중명그룹 그 그룹의 총수인 재희.
재희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가 생각하는 정의사회 실현의 행동에는 언제나 그의 목적이 함께 수반된다.


[이익추구]



물론 그의 주목적은 정의사회 실현이지만, 그는 자신의 한 가지 행동에 여러 가지 이익을 함께 첨가해 넣었다. 특종이 많은 신문일수록 구독자는 많아질 것이고, 구독자가 많아짐으로써 신문광고로 인한 매출은 상승할 것이다. 매출의 상승은 곧 그가 정의사회 구현을 계속 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재희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아까의 형형색색 지도를 지우고, 그가 즐겨보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훔쳐본다. 그가 어렸을 적부터 봐오던 영웅들의 이야기, 그는 영웅이 되어 세상을 구하겠다고 다짐했고, 그 의 반사회적 인격 장애는 그렇게 발달이 되었다.

재희는 그들과 틀린 게 없다.
감정은 없고, 죄책감이 없으며, 동정심 또한 없다. 단 그들과 약간에 다른 점은.....






[악당을 해치우는 영웅]






그 악당을 해치움에 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죄책감은 당연히 없었다.
감정? 그에겐 감정이란 절대 소유할 수 없는 사랑과 같은것이다..

그는 거실 책장에 꽂아져 있는 여러 DVD중 마음에 드는 한 편의 CD를 꺼내들고 감상한다.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라이즈]


배트맨의 여인, 셀리나 카일의 만남을 모른 채 그의 새벽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