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또 아반떼 보고있었죠!!!!"」


그녀의 우렁찬 엔진소리가 아침부터 덮쳐왔다. 난 황급히 아반떼 카탈로그를 닫고 히토미를 켰다.


「"아...아냐 그냥 뉴스보다가 본거야..."」


「"그 말만 요번주에 세번째에요 세번째!!! 어떻게 나 놔두고 딴년 쳐다볼수있어!!"」



그녀는 2017년 1월에 태어난 아직 길도 안들여진 매력적인 네이비블루색을 가진 신형 포터다.
올해 2월 아버지와 삼촌이 사업을 시작하시면서 들여와 내가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 누가 알았으랴..그 흔하디 흔한 1톤 포터가 저렇게 무서울줄은...


「"한달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아껴가며 세차해주고 얘기도 했으면서 요즘들어 나한테 한마디도 안하고
그놈의 엿같은 아반떼 스포츠년만 쳐다보고 있고 내가 속이 안터져? 도대체 그년이 어디가 그렇게 좋은건데?
X같은 주인새끼야!!!"」


「"뭐 X같은 주인새끼? 야 너 주인한테 그게 할말이야? 엊그제 기름넣고 세차도 하고, 그리고 지난주엔
엔진오일까지 갈아줬는데 뭐어? X같은 주인새끼???"」


「"그건 당연히 해줘야 할 일이고 관심이 없잖아 관심이 X같은 주인새끼야!!!"」


어쩌다가 이런애가 내 첫차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당연히 차가 생겼으니 좋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업무용 차이고, 사적으로 쓰기위핸 아버지와 삼촌의 허락이 떨어져야한다.
물론, 요즘엔 그냥 마음대로 타고 다니고 기름만 니돈으로 채워놔라 하셨지만 말이다.

차가 생겨 어디든 돌아다닐수 있다는건 좋지만, 친구를 여럿 태우지도 못하고, 새차라도 그렇게 조용한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길어서 주차하기 짜증날때도 많다. 그렇다고 그녀가 부끄럽다고 생각한적은 없다.


「"야 너는 어? 덩치도 생각보다 크고 사람을 더 태울수 있는것도 아니고 시끄럽긴 졸라게 시끄럽고 그게 차냐?
그리고 아까 아반떼가 어디가 그리 좋냐고 물었지? 니가 가지고 있는 그런것들이 없어서 좋다 왜?」


그녀가 얄미워 비꼰다는게 그만 상처를 주고 말았다.


「"나..나는 일반 승용차도 아니고 짐 싣고 다니는 트럭이라구 트럭!! 그래서 덩치도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아반떼년보다
커야하고 힘도 써야되서 소리도 클수밖에 없고 사람보단 짐을 더 실어야되니......."」


미안해서 고개만 푹 숙이고 경청만 하고 있다가 순간 조용해져 고갤 들어보니 그녀의 앞유리엔 어느새 닭똥같은 워셔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쁜새끼...나도 알고 있다고 나도 아반떼년처럼 작고 아담하고 사람도 많이 태우고 조용하기까지하면 얼마나 좋아?
근데 이렇게 태어난걸 어떡해 같은 배에서 태어난 식구라도 난 화물차고 걘 잘나가는 승용차고...
나도 이렇게 잘 알고있는데 꼭 그렇게 내 앞에서 말해야 속이 시원했냐? 나쁜놈아!!"」


워셔액은 그칠줄 모르고 흘러내렸다...그녀의 워셔액이 땅을 적실때마다 그녀에 대한 미안함은 더욱 더 깊어져갔다.


「"미안해...내가 말이 심했어..사실 난 지금까지 널 타면서 네가 부끄럽다고 생각한적은 없어
네가 내 첫차로 왔을때 기뻐서 혼자 그 멀리 드라이브도 다녀오고 어느 세단 부럽지 않게 광내서 세차도 하고..
근데 요즘엔 그런것도 없었지? 그냥 일끝나면 타지도 않고, 세차도 건성건성하고 같이 듣던 노래도 요즘엔 듣지도 않고
너한테 소홀했던것도 사실이고 아반떼한테 눈독들인것도 사실이야..이제 5개월밖에 안된 너에게 내가 너무 상처만 주고
살았어 정말 미안하다..미안해...하지만 정말 네가 부끄럽진 않아...너만 바라볼께.」


어느새 나도 그녀와 같이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있었다. 아직 어린 그녀에게 이제서야 내가 준 상처가 깊었단걸 알았다.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그 어떤 말도 그녀를 위로해줄수도 없는 내 자신이 한심한 나머지 비겁하게 울기만 했다.


「"ㅎ...이제라도 그렇게 알았으니됐네..."」


이렇게 병신같이 흐느끼고있을때 그녀가 다가와 실실웃으며 말했다.


「"주인님아 네가 그렇게 말했으니 앞으로 10년동안은 군말없이 타야되겠지? 여기저기 녹슬고 엔진이 자주 말 안들어도
폐차시키면 안돼. 나만 바라보기로! 알지? 히힛"」


「"그래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리고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우쭈쭈~~ 우리 주인님 이렇게 착한줄 알았으면 내가 좀 덜 갈굴껄 그랬네 나도 사랑해~~!」


그녀는 천진난만한 그릴로 날 반겨주었다.


2017년 1월년식, 출고된지 5개월째...그녀는 나의 첫차이자 이 세상 최고의 트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