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나는 라면을 안 먹어.

몇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정도야.

정말 먹을 게 없거나, 

나가서 뭔가 사오기가 너무 싫을 때.

최후의 선택으로 먹어.

웬만해선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지만.

우선 나는 국물있는 요리를 안 좋아해.

국, 찌개, 탕 종류는 다 안 먹어 ㅋㅋㅋ

회사를 다닐 때는 식당에서 주는 거라

어쩔 수 없이 받긴 했는데 숟가락을 안 썼어.

젓가락으로 건더기만 몇 개 먹는 정도?

어렸을 때부터 그런 편이었는데 크면서 더 심해졌당.

사실 예전에는 라면을 그럭저럭 좋아했었어.

대부분 집에 언니랑 나랑 동생 셋만 있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거든.

그땐 국물에 밥도 말아먹고 그랬던 것 같아.

그러다가 19살에 가족들이랑 떨어져서

3개월 정도 하숙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집 아주머니가... 

요리를 진짜 어마어마하게 못하셨어...

요리에 왕도라는 건 없지만 

음식 고유의 맛이라는 건 있잖아? 

예를 들어 고구마 맛탕은 달고

계란 후라이는 짭쪼름하고 뭐 그런 거.

그 아주머니 요리는 전혀 예측을 할 수가 없었어. 

'이게 왜 달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나. 

ㅋㅋㅋㅋㅋㅋ 상식이 안 통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엔 '아니 ㅅㅂ 이게 왜 달아!?'가 되더라 ㅋㅋㅋ

나랑 입맛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하숙생들도 힘들어 했던 걸 보면

확실히 잘하는 요리는 아니었을 거야 ㅋㅋㅋ

그래서 용돈으로 라면을 사다가 놓고 자주 먹었었어.

한참 잘 먹을 나이라는 핑계가 가능했던 시기니까

간식 삼아 라면 먹는 게 이상해 보이지 않았지.

그러다가 도저히 못 견디고 

한동안 라면만 먹는 생활을 했어 ㅋㅋㅋㅋ 

한 달 가량을 라면으로 버텼어.

20일 정도 라면만 계속 먹으니까

라면 물만 올려도 입맛이 떨어지더라...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종류를 바꿔가면서 먹었는데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이었징 ㅋㅋㅋ

덕분에 내 인생에서 가장 마른 시기가 그때야.

먹을 걸로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됐을 때

평생 없던 식탐이 생겼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라면을 끊게 됐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뒤로 먹은 라면이 한 박스도 안 될 거야.

벌써 15년이나 지난 일인데 말이야 ㅋㅋㅋㅋ

지금은 자취 9년차라 라면이 없어도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요리는 할 줄 알앙.

잘하는 요리는 아니지만 말양 ㅎㅅㅎ

그때 생겼던 식탐은 이제 제법 많이 줄었지만

라면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당.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