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아니지만, 써놓고 보니 마땅히 올릴 데가 없어서 올려봅니다.

그저.. 누구에게나 흔히 있을법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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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out You（너 없인...）



그날, 기억해? 넌 잊어버렸다고 했지만,

말했지?

난 너와 있었던 일이라면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모두 기억하고 있어.

그래, 그날 내 등뒤에서 속삭이던 너의 그 작은 숨결 하나까지도.





중학교 3학년 때, 아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때였던 걸로 기억해.



그날은 너와 내가 춘성이네 놀러 갔던 날이지. 오후 느즈막히 가서 놀다 심심

하다며 비디오를 빌려왔고. Deep Blue Sea인가 하는 상어가 나오는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두컴컴해 져 있었어.



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버스 타고 갈 거냐고 물으니까 그냥 니가 자전거에

태워달라고 했던거 같아. 그리고 난 너를 태우고 밤의 거리를 달렸지.



혹시 생각나? 영등포 시장 앞에, 옛날 진아 집을 막 지나쳤을 때 말야. 갑자

기 니가 나보고 내리라고 했지. 무슨 일인가 했는데 넌 오랜만에 자전거 타보고

싶다고 했었어. 그러더니 혼자 자전거에 올라 휙 가버렸지. 그때 내가 얼마나 힘

들게 달렸는지 알아? 하하.



언제부터인가 밤거리를 돌아다니는게 익숙해졌어. 영등포의 밤길은 이미 어떤

모습인지 다 알고 있었지. 하지만 그날만큼은 특별한 느낌이었어.









그래, 너와 함께 있었으니 말야.







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영등포 경찰서 앞을 지날 때, 정말 차 한 대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았었지. 낮에는 생생히 살아 움직이던 도시가 죽은 듯이 잠자

는 그 고요한 거리에서 난 등뒤에 와닿는 너의 따스한 숨결을 느끼며 조금 흥분

하고 있었어.





뒤에 앉은 니가 불편할까봐 차도로 가며 작은 돌멩이도 비켜 가고 있었는데,

문득 너는 뒤에서 나를 안았었지. 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왠지 멈추

면 안될 것 같아서 천천히 자전거를 몰았어.




그리고 넌 중얼거렸지.








「나 말야....」

「응」

「...같아」

「응? 미안, 바람소리 때문에 못들었어. 뭐라고 했어?」

「...같다구」

「윽... 정말정말 미안한데, 한번만 더 말해줄래?」

「너 없인 하루도 못 살 거 같다고 바보야!」










넌 '내가 언제 그런 닭살 돋는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거 알아? 나 처음부터 다 듣고 있었단걸. 이제 꿈이 아닌가 해서 그렇게 다시

물었던 거란걸.




그리고, 난 말했지.









「...야」

「으응...?」






난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어. 어째서 너와 난 이런데서 비슷한 면을 발견하는

걸까, 하고.






「나도 너 없인 하루도 못 살 거 같다고 바보야!!」






참았던 숨을 터트리듯 크게 외쳐버리고 나는 잠시 후회했어. 내가 잘못한 거

아닐까? 이렇게 내 마음을 말해도 되는걸까? 하고.

하지만 그건 정말 찰나의, 아주 잠깐 동안에 불구했지. 곧 내 허리를 감싸안

고 꾸욱 안아주는 너의 체온을 느끼며 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 잠깐 동안

이었지만 자전거도 비틀거렸던 것 같아（웃음）.



넌 뒤에 있었으니까 몰랐겠지만, 그때 내 입이 쭈욱 늘어나서 귀에 걸려있었다

는 거 알아? 나 정말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 더불어 이 길이 조금 더

늘어났으면, 하는 황당한 생각도 해보고 말야.



하지만 그때 니가 내 앞에서 나를 보고 있었더라도, 그렇게 웃고 있는 나를 보

았더라도 몰랐을거야. 내 두 눈만은 왠지 모를 슬픔에 잠겨 있었단걸.





어쩌면, 이미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지금은 이렇게 행복하지만, 곧 너의

감정의 변하고, 나를 떠나고, 그리고 버려진 난 덩그러니 남아 언젠가 다시 이

길을 혼자 걸으리란걸. 오늘을 생각하며 언젠가 눈물지을 거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