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글 중에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음... 어쩌면 므흣한 이야기일지도...--;;

이야기들이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거기에 조금의 과장과

약간의 오버를 넣었지만

이 글은 거의 과장과 오버도 없는 실화입니다

여성 분들이 읽으신다면 설마 진짜 그런 일이 있을까 하시겠지만

정말입니다

여러분도 술 먹으면 어찌 될지 몰라요

조심하세요^^;


#9. 선배가 되었닷!



입대가 보름 정도 남았을 즈음

때는 삼월 중순이었다

어느덧 그들이 대학에 들어온지도 일년이 넘었다

한진과 정준은 다른 동아리에 들었지만

상호와 원범은 같은 동아리에 들었다

둘이 같이 들어서 그런지 한진과 정준보단 동아리 활동에 꽤 열심인 둘이었다

동아리 신입생이 어느 정도 들어왔을 무렵

동아리 첫 엠티 일정이 잡혔다

주말을 이용해 산으로 2박 3일간의 엠티를 가기로 한 것이다



상호와 원범은 군대에 가기 전 추억도 만들 겸

제대 후 수업을 같이 들을 후배도 만들 겸 엠티를 가기로 결정했다

약속장소에는 사람들이 이미 다 모여있었다

각자 짐들을 한 꾸러미씩 들고 있었고

당연히 술 궤짝도 눈에 띄었다

신입생 중 최고의 퀸카로 손꼽히는 은수도 눈에 띄었다



상호 : 왔군

원범 : 큭큭... 꿈 깨 곧 군대 갈 자식이

상호 : 마치 넌 군대 안 갈 사람 같다?

원범 : 난 관심 없엄마



엠티 장소에 도착하자 때 늦은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당연히 라면이었다 --;

설거지는 남자들이 맡아 하기로 밥은 여자들이 맡아하기로 되어 있었다

솔직히 설거지가 더 힘들다

영양라면이라는 미명하에 라면 속엔 온갖 재료들이 투입되었다

남자들의 시선은 다소곳한 모습으로 파를 써는 은수에게 집중됐다



후배1 : 상호형

상호 : 웅?

후배1 : 은수 있잖아요

상호 : 왜?

후배1 : 저 은수 좋아해요

상호 : （허어~ 한 둘이 아닐터인데...）그래서?

후배1 : 형 은수랑 친하잖아요 다리 좀 놔주세요

원범 : 임마 부탁할 사람한테 부탁해라 그 놈두 은수한테 흑심있어

후배1 : 헉... 정말요?

상호 : （원범을 보며） 디질래? 아녀 나 곧 군대가잖여

후배1 : 그럼 밀어주시는 거에요?

상호 : 노력해보마

후배1 : 고마워요 형 TT



후배2 : 상호형

상호 : 웅?

후배2 : （후배 1과 똑같은 말...）



엠티 날짜를 잘못 잡았다고 다들 투덜댔다

저녁부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이다

상의 끝에 엠티 일정이 하루가 줄어들었다

다음 날 오후 까지는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일기예보 때문이었다

엠티 일정이 하루줄었다는 것은

이틀치 술을 그 날 모두 없애야 한다는 것

죽음의 술파티가 시작되었다



아직은 학기초라 신입생들끼리도 다들 서먹서먹했다

선배들은 조용히 따로 얘기해 놓은게 있었다

12시가 지나면 신입생들끼리 잘 놀 수 있도록 자리에서 비켜주자는 내용이었다

무지막지한 양의 고기와 술이 모두의 뱃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웃사이더 근성이 몸에 벤 원범과 상호는

그나마 사람들과 어울릴려고 용을 썼다

이윽고 시간은 12시



순진한 원범과 상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 민박집 2층을 통째로 빌렸는데

거실에서는 술파티가 벌어졌고

두 개의 방은 남녀로 나뉘어 쓰러지는 사람을 재우기로 했다

물론 밤을 새자고 외치며 술자리를 시작했지만

술에 취하면 시체가 생겨나는 법

원범과 상호는 취한척 방으로 들어가 자는 척을 했다



원범 : 야, 이제 곧 오겠지?

상호 : 12시 지났지? 다들 곧 올거야

원범 : 그래 1학년들끼리 놀아야 서로 친해지구 어쩌구...

.

.

.

.

원범 : 야, 몇 시냐?

상호 : 젠장, 두시여

원범 : 왜 다들 안 오지?



아웃사이더들이 어디 가랴...

이런 날 그런 말을 믿다니

그들이 없어진 후에도 여전히 화기애매하고 가축적인 분위기의 술자린 계속되었
다



새벽 세 시경

첫 번째 시체가 원범과 한진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누군가 시체를 옮겨 놓더니 다시 밖으로 사라졌다

놀랍게도

그 시체는

은수였다



원범 : 헉... 여기 여자방이었냐?

상호 : 이런 신발... 이거 변태로 오해 받는거 아냐?

원범 : 괜찮어 작년에 생각 안 나냐? 남자방 여자방이 어딨어?

상호 : 하긴 아침에 일어나면 여기저기 널브러져 다 자고 있긴 하더만

원범 : 그나저나 은수 술 잘 못 마시나바

상호 : 예쁜 애들은 원래 그래

원범 : 그거 신빙성 있는 얘기냐? 근데 우리 학번에 지은이는...

상호 : 잘 자!

원범 : --;



그러나 밖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 때문에 잠이 올리는 만무했다

그 때

은수가 일어나 그들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상호 : 헉... 쟤 토하는거 아냐?

원범 : 몰라 젠장, 토하면 냄새 역해서 어떻게 잔다냐



그러나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은수는 어딘가를 찾는 듯 방안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어딘가를 발견한 듯 그녀는......................

바지를 벗고 쪼그려 앉았다



한진 : o.O

원범 : @.@



그녀는 놀랍게도 그 곳이 화장실인 줄 알고...



어두운 상태여서 보이진 않았지만

창으로 새어들어오는 빛을 받은 그 액체는

바닥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그녀는 옷을 채 올려 입지도 않은채

조금 옆으로 걸어가다 쓰러져 잠이 들었다



원범 : 야, 어떡해

상호 : 어떡하긴? 들키면 우린 변태에 성추행범이 되는거지

원범 : 장난이 나오냐?

상호 : 휴지 어딨냐?

원범 : 몰라 가방 뒤지면 나오겠지



둘은 가방을 뒤져 휴지란 휴지는 모두 꺼내었다



상호 : 빨리 닦아

원범 : 야, 바닥은 그렇다 치고... 은수는...

상호 : 니가 닦아

원범 : 야!

상호 : （잽싸게 원범의 입을 막는다） 미쳤냐?

원범 : 어떻게 그런... 나 숫총각이야

상호 : 미친 X끼! 너만 숫총각이냐?

원범 : 그래도 니가 좀 어떻게 해봐 너 은수 좋아하잖아

상호 : 누가 좋아한다고?

원범 : 아무튼 임마 니가 어떻게 좀 해봐 넌 나보다 여자한테 말 더 잘 걸잖어

상호 :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지금 은수한테 누가 말 걸재?

원범 : 어떡해 그럼?

상호 : 닦아주는건 너무 변태 같고 옷이나 추켜주고 재우자



결국 둘은 눈을 질끈 감고 감으로 같이 그녀의 옷을 입혀주기로 했다



원범 : 왜 눈 떠 임마!

상호 : 이런 신발, 너는 왜?

원범 : 니가 눈 뜰까 봐

상호 : 지랄한다

원범 :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감는거다?

상호 : 하나, 둘, 셋!

（과연 감았을까?）



천신만고 끝에 은수의 옷을 입힌 그들은 뒷처리를 어찌 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했
다



원범 : 휴지는 어떡하지?

상호 : 창문 열고 밖에 버려 산이라 괜찮을거야

원범 : 애들한테는 말해야 하냐?

상호 : 너 쟤 평생 노처녀로 늙어 죽는 꼴 보고 싶냐?

원범 : 그럼 비밀로 하는 거다?

상호 : 당연하지 불쌍한 인생 하나 구제하는 셈 쳐야지

원범 : 본인한테도 비밀로 해야 하나?

상호 : 글쎄다... 협박해서 먹을 거나 왕창 뜯어 먹을까?

원범 : 큭큭 그건 아니래도 어쨌든 알려줘야 다음에 주의하지 않을까?

상호 : 그건 맞는 말 같다 암튼 좀 자자



다음 날

모두들 시체가 되어 널브러져 있을 무렵

비교적 일찍 잠이 든 상호와 원범 은수는 잠에서 깨어났다



상호 : 은수야

은수 : 네?

상호 : 잠시 밖으로 나와봐라

은수 : 네?

상호 : 할 말 있어

은수 : 안돼요

상호 : 뭐?

은수 : 선배 마음은 알겠지만 안 들을래요

상호 : 미치겠군 지가 이쁜 건 아나본데 난 공주병 싫어 （물론 속으로 --;）

원범 : 은수야 그게 아니고

은수 : 선배까지 왜 그래요

원범 : --;;



결국은 상호가 끌고 나왔다



상호 : 어제 어쩌고 저쩌고... 알았지? 혹시 다음에 또 안 그러도록 조심해

원범 : 자신 없으면 술을 좀 자제하고

은수 : 거짓말 마세요, 제가 어제 그랬다고요?

상호 : 응

은수 : 두 분이 저 놀리려고 그러는 거죠? 증거를 대바요

상호, 원범 : 미치겠네



둘은 어제 버린 휴지를 찾으로 애써보았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다

훗날 원범은 군대를 간 후에도 계속 은수에게 편지를 보내고

휴가 나올 때마다 만나고 하더니 결국은 지금 둘이 사귀고 있다

상호한테 좋아하네 어쩌네 하더니 사실은 지가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

암튼 여자 앞에서 말 한 마디 못하던 녀석이...

편지로는 어케 말을 좀 제대로 한 모양이다

물론 그 날의 일은 아직도 아니라며 거부하고 있는 은수였다



p.s to 무옥님^^ : 제가 웃대엔 자주 못 들어 오는 편이에요
그냥 잠깐 와서 제 글만 올리고 가곤 했죠
무옥님께 너무 감사한 일이 많아서 혹시나 하고
무옥님도 글을 쓰시는지 봤답니다
무옥님 글들 모두 재미있더군요^^
모든 글을 읽진 못하겠지만 앞으로 무옥님 글 꼭 읽을게요
지금 무옥님 글 읽고 이 글 다시 수정중인데
저랑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군여...^^;
혹시나 표절 아니냐구 의심하지 마세요^^;;
늘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