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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즈음에 보다가 쓰는 글 [2]

작성자

부들대는임팔라

쪽지 | 작성자 글보기

번호 673396 추천 3 반대 0 답글 2 조회 122 작성시간 2025-04-01 21: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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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웃대 자료 보다가 '마흔 즈음에' 라는 웹툰을 알게 되어 보던 중에 그냥 글 싸지르고 싶어져서 참지 못하고 싸지르게 됐어. 이쿠...요잇..

예전에 분명 웃대에 글을 썼던 것 같은데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네... 그냥 그때 주 내용이 '니들은 결혼하지마!!!' 였는데..

몇 년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보면 참.... 사람 마음 간사한게 상황에 따라 생각들이 달라지고 하고 싶은 말도 달라지네..간사한 놈.....

그 때, 와이프랑 대판 싸우고 오랜 기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우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어디에라도 배설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올렸던거야.

결혼도 내가 하고 싶어 한게 아니고, 와이프가 결혼 안 할거면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질까 하다가 이 여자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마음에도 없던 결혼을 하게 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음.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되어있었고, 정보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됐지..

결혼 직후, 가장 먼저 싸웠던 내용은 나의 '늦은 귀가' 였어. 그 당시 친구들 중 1명만 결혼을 한 상태였는데,

그 친구는 멀리 살아 자주 만나지 못했어. 그러다보니 총각들 틈에 끼어있는 나는 자신이 유부남임을 잊고 마냥 총각때 처럼 놀기 시작함. ㅋㅋ

총각 때 항상 새벽 2~3시에 귀가하는 것은 당연한 거였고, 놀지 못하게 하는 와이프가 야속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지..

결혼 전 친구들하고 놀 때에는 '친구들하고 놀다 들어갈거야 먼저 자~' 하면 그냥 자던 사람이라 내 귀가 시간을 결혼 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모양이야.

또, 한창 친구들 만나면 신나게 웃고 떠들던 시절이라, 노는 중간에 와이프한테 전화가 오면 괜히 짜증부터 나더라.

다들 알겠지만, 술 먹다가 혼자 들어가려고 하면 총각들 사이에서는 '잡혀사네' , '원래 이런 놈이 아니었는데...' 등의 말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오고 괜히 쓸데없는 허세 부려가며 와이프의 귀가 연락을 무시하고 친구들과의 시간을 늘려가던 아주 몹쓸 놈이던 시기였지.

참..그땐 그게 뭐라고...ㅋㅋ

몇번을 반복하다가 어느날, 귀가 후에 와이프와 대판 싸우고, 처음으로 결혼을 후회하게 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왜 자꾸 막는거지? 그냥 자면 되는거 아닌가? 이상한 심보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조금씩 마음이 식기 시작해.

하지만, 나머지 놈들이 뒤이어 결혼을 하게 되고, 나한테 제일 뭐라고 했던 놈이 제일 먼저 집에 가자고 하더라..ㅋㅋ

그 놈들이 먼저 집에 가자고 하는 통에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지..ㅋㅋ 샹너매거..ㅋㅋ

그러다가, 결혼 2년만에 첫째가 생기고 육아를 시작하며 결혼 생활 난이도가 소폭 상승.

밤마다 울어대는 아이도 그저 사랑스럽고, 와이프 재우고 둥가둥가 하다가 한참을 안 자고 있으면 와이프가 와서 교대해주는 식으로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어렵게 갖게 된 아이의 행동 하나 옹알이 하나에 행복하던 시절이었어.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가 생기고, 이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터 하드코어 모드 시작!!!.

첫째 재우면 둘째가 울어서 첫쨰 깨우고, 둘째 겨우 재우면 첫째가 울어서 둘째 깨우고...잠을 1시간 자고 출근을 하고..집에오면 또 무한반복...

와이프는 미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이고, 나는 그냥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오면 그냥 죄인..그냥 죄인이야..잘못은 없지만 죄인이야..ㅠㅠ

순간 내가 왜 죄인취급 받아야하나 싶어 욱해서 싸우다가도 와이프 불쌍해서 죄인으로 회귀하고...와이프가 진짜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퍼부을 때는 결혼한 것에 대한 후회가 뚝빼기를 뚫고 나왔을 정도였어..

내가 알던 와이프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남자도 속아서 결혼하는구나...' 라는 등신같은 생각도 들었고, 집에서 맨날 구박 받고 사니까

회사에서도 자신감이 없어지고, 내 말에 나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게 됨.

한번은 내가 회사 바로 앞에 살았었는데, 다 같이 모여서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중요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와이프가 '힘들어 죽겠으니 무조건 집으로 오라....' 라는 말에

못간다..와라..못간다..와라...를 반복하다가 팀원들한테 미안하다고 하며 귀가했는데, 남은 후임들은 밤을 새가며 했는데도 해결이 안 됐나봐..

다들 멘탈 나가서 다음 날 회사 가니까 사람 취급을 안 하더라..근데 나는 또 그 상황에서 결혼을 후회하는 등신이었음..ㅋㅋ

그 때, 나는 내가 왜 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

근데, 우리 와이프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애들 어린이집 일찍 보내면 안된다며 집에서 육아함. 모유수유 둘 다 1년씩 뚝딱 해버림.

모유수유가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분유통처럼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가 없어..유축기도 있었지만, 비축분은 쌓여가고

그냥 엄마 품 느끼게 해준다며 울때마다 먹임..

그럼 덜 먹고 자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은 어김없이 새벽에 깬다.. 그럼 또 졸린 눈 비비고 모유 먹이고 재우고..ㅠ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봐줄 형편도 되지 않아, 모든 걸 혼자 감당하고 있었어..애들 놀이 할 거리 찾아가며 1시간도 쉬지 못하고..

아오..글 쓰다보니 또 울컥하네...여보....ㅠㅠ

그러다 와이프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어쩌다가 나 혼자 아이 둘을 토요일 내내 보는 날이 생겼어..

그때 알았지..우리 와이프 강한 사람이구나..미치지 않아줘서 고마워...라고..진짜 하루 보는건데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근데 우리 와이프는 이걸 계속 하고 있었던거야..

그 뒤로 주말되면 와이프 집에서 쉬라하고, 애들 데리고 아쿠아리움, 키즈까페 （이것도 캐릭터가 춤춰주는 곳 좋아해서 차타고 2시간씩 이동함）,

미니 동물원, 놀이동산 등등 어떻게든 주말에 시간 보내려고 노렸했었다. 근데, 이렇게 하니까 와이프의 다 시든 얼굴이 조금씩 밝아지더라..

그래서, 계속 그렇게 하면서 지냈는데, 그러다가도 한번씩 욱하는 순간, 싸우고 또 결혼을 후회하게 되고.. ㅋㅋ 진짜 이혼도 생각하게 되더라..

그러던 어느 날, 아부지랑 둘이 식사하는데 나한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시더니..갑자기 '그냥 좀만 더 참아봐...'라고 하시더라..감이 오신거지..

그 땐, 그게 무슨의미인 줄 몰랐거든..근데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

둘째가 초등학교를 들어가니까 모든게 드라마틱하게 변하더라..내가 알던 연애할 때 그 때 그 나를 설레게 하던 와이프가 되어있었음.

그 전부터 많이 회복되고 있기는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눈빛부터가 달라졌어.

이제 잠들때마다 울고, 새벽에 깨서 울던 애들이 알아서 양치하고 스스로 이불 덮고 자던 시기 그즈음인것 같아.

그때부터는 다시 신혼이더라. 애들 재우고 둘이 넷플릭스 보면서 울고 웃고 그날 그날 있었던 일들 종알종알 이야기 하면서 술 한잔 하면

나도 그렇고 와이프도 그렇고 그냥 행복하더라. 그때서야 아부지가 하신 말씀이 떠오른거야. 조금만 더 참아보라는 말..

실제로 저 시기에 많이들 이혼한대..ㅠㅠ 이런 고민 하는 친구 있다면 나도 말해주고 싶어..조금만 더 참아보라고...

극한에 몰려 있는 사람에게 평소와 같기를 바란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와이프한테 너무 미안하더라..

그 뒤로는 뭐...

물론 （애들 사춘기 vs 와이프 갱년기） 퀘스트가 남아있고, 딸은 시집갈 때까지 부모를 괴롭힌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때 가서 겪어보면 알겠지..

와이프가 화나서 하는 말 중에 대부분은 그냥 마음에도 없는 말을 분에 못 이겨 내뱉는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내가 생각보다 사랑받는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는....싸울 일도 없고, 싸워도 오래 안 가..

예전에 나도 결혼 안 한 친구들한테 결혼하지 말라고 했었어. 진심이었고 그들이 정말 너무 부러웠어.

하지만, 결혼을 망설이는 친구들한테는 꼭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어.

주변 얘기에 끌리지 말고, 해보기도 전에 겁먹지 말고, 이 사람이다 싶으면 해봐.

운명의 상대라 생각하고 만나도 싸우는게 부부래.

물론 안 싸우고 나보다 훨씬 현명하고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은 내가 위에 쓴 글 같은 상황도 없을거야. 내 얘기에 공감도 안될거야..

한번 해봐. 나름 배우는 것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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