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살아온 가정이였다.
전기를 다루시던 아버지가 전봇대에서 작업을 하시다가 전봇대가 쓰러져 같이 떨어지신 그 날
초등학생이였던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병원에 입원하셔서 기억상실증이 오시고 한쪽 다리가 짧아지시고 몇년째 수술을 받던 상황에서도
나는 그저 병문안을 가면 받는 1000원으로 병원 매점에서 약과를 사먹는 즐거움이 좋았다.

기억이 돌아왔고 수술도 다 끝이나 퇴원을 했을 무렵
어머니는 옷에 관심이 많으셔서 옷가게를 차리셨지만 장사가 되지 않아 접으셨고
친구와 같이 호프집을 차렸지만 그 역시 잘 되지 않았다.

쌓이는 빚들
어릴적 나는 부모님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고
힘들다 살기싫다 이혼하자는 소리를 들으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잠을 청하곤 했다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
집안에 도움을 주어야 겠다는 생각뿐인 나는 부모님께 학교를 그만두고 노가다라도 뛰어서 돈을 벌겠다는 말을 하며
뺨을 맞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쯤부터 심각성을 느끼고 철이 들었던 것 같다.

집안은 날이 갈수록 힘이 들었고
자주 먹었던 라면죽. 어느순간부터는 맨밥에 간이 안된 김과 간장이 밥의 전부였다.

결국 살고있던 빌라를 팔고 새로운 삶을 살자던 아버지.
한 칸 짜리 방에서 살아도 다시 시작하자던 아버지.
그때 나는 희망을 보았다.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시는 사촌형의 도움을 받았다.
그 형은 우리 집에 오면 유료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같이 나누었다.
어른들끼리 진지하게 이야기도 하였고
돌아갈때 나에게 항상 쥐어주던 10만원이 좋아 사촌형이 매일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시간이 지나고 서류를 작성했다.
시간이 지나고 사촌형이 사라졌다.
집은 넘어갔다. 이중계약으로.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우리가 없을때 아무 것도 하지말라고 하였는데
아버지는 빈 서류에 사인을 해버렸다.
사촌형은 그걸 이용하여 두명에게 팔아넘기고 돈을 받고 잠적을 했다.

넘어가버린 우리 집.
1원도 못받은 우리.

시간이 더 지났다.
사촌형 소식이 들렸다.
자살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후로 전세집으로 넘어가 더 힘들게 살았다.
그쯤부터였나. 아버지가 싫어졌다.

사고 싶은 물건을 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먹고 싶은 음식도 참고 참는 내가 싫었다.

중학생이 일 할 곳은 얼마 없었다.
그 당시 시급 3000원을 받으며 웨딩홀에서 서빙을 했다.
12시간 넘게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 발이 너무 아팠다.
택시는 생각도 못했고 버스조차 아까워 걸어서 집에 갔다.
발이 너무 아팠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시내를 절뚝거리며 돌아갔다.

고등학생때도 뭐 없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 용돈을 벌었다.
돈이 없어 급식비를 내지 못했는데 그 소식을 안 친구가 나에게
너희집 돈 없으니까 우리 엄마가 내준대! 하던 그 이야기는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고3이 되었다.
어머니께서 대학에 가지 말라고 하신다.
공부도 못하고 하고싶은 것도 없으니 기술이나 배워 돈을 벌라고 하신다.
대학에 가면 우리 길바닥에 앉아야 한다고.
그 말은 사실이였으나 반항을 하고싶었던 것인지 원서비만 달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한다고 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이 사실인지 나는 대학에 갔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학교를 끝마치고 술집으로 가서 해가 뜰때까지 일을 했다.
퇴근 후 사장님과 같이 기숙사 쪽으로 걸어가고 기숙사로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이고 학교에 갔다.
축제날 시간이 남으면 새벽에 행사업체에 일용직으로 일을 하며 2~3만원씩 더 벌곤 했다.

군대를 앞두고 휴학을 한 뒤
자동차 공장에 들어갔다.
너무 힘이 들어 집에 오자마자 뻗어버리고 하루에 파스 7~8개씩 붙이며 일을 했다.
월급으로 학자금도 갚고 생활을 했는데
이때 집안과 싸웠다.
내가 돈을 버는데 집에 돈을 안준다는 이유로.

군대를 갔고 마지막 휴가를 나왔을때
나는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사장님께 나는 군인이라 복귀를 해야한다.
그래서 며칠 못하지만 전역을 하고 바로 일을 하겠다고 믿어달라고 빌고 빌어서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1년 6개월을 일을 했다.

복학을 했다.
그리고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했다.
방학이 되면 조선소에서 일당이 높은 일들을 했고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을 하는 일들을 찾아서 했다.

그렇게 살아왔다.
지금도 학교를 마치면 새벽1~3시까지 일을 한다.

몸이 너무 힘들다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다
감기도 한달 넘게 떨어지지 않고
주변에서 걱정을 심하게 할 정도로 무리가 오고 있다.
사장님도 친구들도 교수님도 다 걱정을 하신다.

일을 줄였다.
그래도 할 일들이 늘어난다.

과대표로서 해야 할 일들 （장학금을 준다기에 했다..）
졸업반이기에 이곳 저곳 상담이 잡혀서 상담도 해야하고
알바도 해야하고
1년에 1번 있는 시험도 앞두고 있다.

이렇게 사는게 정답인지 모르겠다.
물론 나보다 힘들게 살고 있는 친구들도 많을 것 이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나보다 잘사는 친구들 밖에 보이지 않는다.
돈이 많아 알바를 1도 안하고 살아오는 친구들
매달 용돈을 받으며 살아가는 친구들
그냥 뭐 대충 살다가 졸업하지, 돈 떨어지면 연락해서 받지 뭐.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
나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모든게 아버지로부터 시작됐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때 어머니의 말만 더 잘 들었으면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았을텐데..
26살인 지금도 돈에 쫓겨서 돈돈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을텐데..

여전히 나에겐 빚이 많고
대학원도 가야하기에 빚은 더 늘어날 것 이다.

아르바이트는 해도 해도 돈은 모이지 않고
잠은 자도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온 부재중 통화가 많다
문자도 쌓여가고 카톡도 읽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한다
상담을 배우는 사람이니까 아버지를 용서 할 수 없는거냐고
상담을 배우는 사람이니까 아버지를 이해해달라고

난 모르겠다.

난 아버지를 용서 할 수 없다.
아버지 처럼은 살기 싫다.

모르겠다.

사는게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