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녀왔습니다."

"그래, 수고 많았네."

"다리 한 짝이 바이러스에 감염 되어 자르긴 했지만요."

"어차피 다시 소생시켜 줄 거 아닌가."

"하긴. 그렇습니다."

"왜 자네만 돌아온 건가. 다른 대원들은 어쩌고?"

"다 죽었죠 뭐."

"놈들이 속인 거였군."

"네. 꼼짝없이 당했습니다. 다리를 다시 소생 시켜줄지도 의문이에요."

"어땠는지 한번 이야기해보게."

"아시다시피 저는 'Project X'라고 불리는 특수조직의 일원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이야기는 극비이니 아무한테도 흘리시면 안 됩니다. X가 생긴 이유는 잘 아시겠지요.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을 테니."

"새로운 지구를 찾는 다는……?"

"예. 맞습니다. 지구와 같은 환경의 행성을 찾는 것은 물론, 그 행성에 이미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저희 의무입니다. 화성은 이미 5년 전에 다녀왔고 이름 모를 별만 수도 없이 다녔습니다. 물론 전부 쪽박이었죠. 물은커녕 공기도 없었으니까요. 생명은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제가 느끼기엔 그나마 제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앞서 말한 5년 전의 화성입니다. 차라리 그곳을 프로젝트로 쓰이는 비용으로 개발하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습니다."

"다리를 잃을 정도였으니 짐작은 가네만…."

"장차 3개월에 걸쳐 우주선을 타고 저희는 가칭 'unknown star'에 도착했습니다. 확실히 이번에는 뭔가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가칭 따위는 붙이지도 않았던 인간들이 행성에다 '언노운 스타'라는 이름 아닌 이름을 칭했으니까요. 대원은 총 다섯. 최고 엘리트들만 모아진 그룹이었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각자가 한 그룹에 한명씩 붙여져 캡틴 노릇을 했습니다만, 확실히 이번에는 뭔가 이전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솟구쳐 올라왔거든요. 무언으로 우리는 맞장구를 쳤습니다. 서로 니네말이 맞다구요."

"확실히 꿍꿍이나 대단한 것이 있구만."

"하지만 도착했을 때 저희는 배경에 너무 실망했습니다."

"왜 그랬나."

"온통 모래뿐이었기 때문이죠."

"화성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나?"

"네. 그랬습니다. 하지만 수트를 벗는 순간. 폐가 시원하게 작동했습니다. 산소가 존재했던 겁니다. 우리는 지구와는 다른 산소의 맛에 감탄을 했습니다. 한 녀석은 신기하다며 마구 덤블링을 해댈 정도였죠. 약간 몸이 무겁기는 했습니다만."

"그렇다는 건 중력도?"

"네. 맞습니다. 중력도 존재 했습니다. 사막으로 이루어진 지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참 신기하구만."

"이 별은 아주 작은 '미크로'라고 불리는 인공위성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작지만 아주 강한 친구였죠. 녀석은 호수처럼 보이는 아주 넓은 웅덩이 같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그 이유 때문에 저희가 오게 된 것이었구요. 사실 요새 웬만하면 위성 녀석들은 자연히 파괴가 되지 않습니다. 배터리가 다 돼서 알아서 폭발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녀석은 갑작스런 통신 두절에 의문투성이의 사진만 남긴 채 사라졌기 때문에 특별히 저희만 모아서 보낸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이해가 가네."

"저희는 내비게이션도 없이 그 넓은 별을 다섯이서 터벅터벅 걸어 다녔습니다. 뿔뿔이 흩어져서 찾아보는 게 훨씬 빠르다고 느끼시겠지만 저희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무조건 뭉쳐서 다녔습니다. 왜 영화를 봐도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흩어지면 죽는다."

"허허. 맞네. 맞아."

"한 시간쯤 걸었을 겁니다. 동료가 외쳤습니다.
'저거, 물이야? 오아시스? 오아시스인거야?'
저희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갔습니다. 정말 물이었습니다.
500m
400m
300m
200m
점점 오아시스는 다가 왔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갑자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 판 운동을 한다는 건가?"

"아닙니다. 모래 속에서 갑자기 저희보다 적어도 열배는 커 보이는 괴생물체가 튀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모래는 소나기처럼 저희 머리위로 쏟아졌고 우리 모두 입이 벌려진 채 그 생물체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공격을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녀석의 생김새를 말씀 드리자면 단단한 문어라고 해야 할까, 온몸이 어둠으로 덮여 있고 돌처럼 매우 딱딱한 피부를 갖고 있었습니다. 블랙홀과 같은 하나의 눈. 어찌나 큰지 정말 그 눈으로도 블랙홀처럼 저희를 삼킬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리는 개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의 촉수로 구성되어 있었고 촉수의 운동신경은 무척이나 빨랐습니다. 이미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팀원 하나를 먹이로 집어삼킨 뒤였습니다."

"그게……?"

"예. 맞습니다. 저의 가장 친한 친구. 프랭크였죠. 저는 무척이나 화가 났지만 일단 임무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단독으로 행동했다간 죽음의 지름길로 안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침착하게 남은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일단 한명에겐 빈 병에 오아시스의 물을 받으라고 시켰습니다. 그리고 남은 대원들에게, 뭐 남은 대원들이라고 해봐야 저와 두 명이지만 우리가 시선을 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등에 달린 로켓티어 머신으로 놈의 집중력을 마구 흩트려 놓고 어깨에 달린 광자포를 마구 쏴댔습니다. 끄떡도 하지 않더군요."

"꽤나 무섭구만."

"제가 그때 당시 잠시 생각한 것이. '지성（知性）은 정말 우리 지구에게 밖에 없는 건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왜냐면 놈은 멍청하게도 저희에게만 집중을 했거든요. 옆에서 대놓고 오아시스로 뛰어가는 데도 말입니다. 확실히 촉수보다는 로켓티어의 성능이 훨씬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연료가 떨어져가기 시작했습니다. 대원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도망쳐야한다. 하지만 물을 받으러간 녀석이 돌아올 생각을 안했습니다. 점점 연료는 바닥을 보이는데 저희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결국 물의 샘플을 얻으러간 녀석은 죽었다는 판단을 하고 후퇴를 명했습니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히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군."

"지금 생각해도 오싹합니다. 꿈에도 나올 지경이니까요. 결국 연료가 떨어져 저희는 바닥을 기는 신세였고, 놈은 재빠르게 우리를 향해 무수한 촉수를 이용하며 달려왔습니다. 모래가 휘날리면서 '샤아아-'하는 소리가 귓전을 마구 때렸습니다. 옆에서 누가 죽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살기위해서 미친 듯이 달렸습니다. 그리곤 저는 갑자기 정신을 잃었습니다."

"급작스런 스트레스로 쇼크를 받은 건가?"

"아닙니다. 일어나보니 있어야할 모래가 없었습니다. 푹 꺼진 땅으로 굴러 떨어져 머리를 박고 지하 동굴 속에 기절해 있던 겁니다. 제 한쪽 다리는 이미 망가진 상태더군요. 뭔가 부딪혔다기보다 점점 다리가 썩어가는 것이 놈에게 당했던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엄청난 행운이지 않은가."

"이렇게 살아있는 걸 보니 다시 느껴지는 군요. 살기 위해서 출구를 찾아 헤맸습니다. 다리를 쩔뚝거리면서요. 체감 상 이틀은 꼬박 걸어 다녔던 것 같습니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건가, 입구를 출구로 생각하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녀석들이 우리를 보낸 것이 단순한 견학이 아님을."

"그렇다면?"

"저희는 이미 은퇴직전의 몸 상태고 사회로 나가면 비밀이 누설될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사실 출발부터 어느 정도 느끼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평생을 이 프로젝트에 몸담았고 비밀을 위해 가족들도 모두 버렸으니 돌아갈 집도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죽는 게 당연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여차저차 하다 보니 결국 밖으로 나왔습니다. 마침 타고 온 우주선도 제 앞에 떡하니 서있더군요. 신의 장난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자연스럽게 올라탄 후 혹시나 팀원이 되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를 꼬박 샜습니다. 무전도 먹히질 않고 우주선내의 모든 통신도 전혀 먹히질 않았습니다. 마치 뒤로 쭈욱 당기면 앞으로 '슈웅' 하고 달려가는 태엽 자동차와 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돌아 온 건가?"

"제가 탄 우주선은 저희의 우주선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한 번 다녀갔던 팀원의 우주선이었습니다. 이미 통신 코드는 모두 변환되어 있으니 당연히 먹히질 않는 게 당연했던 겁니다."

"자네는 무슨 운이 그렇게도 좋은가."

"그러게 말입니다. 연료는 대충 눈대중으로 살피었을 때 지구로 돌아가기엔 충분한 연료라고 생각 됐습니다. 그렇게 저는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오게 된 겁니다."

"정말 다른 팀원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겐가?"

"네. 모릅니다. 그들은 저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하루가 지나서 다시 우주선을 찾으러 갔을 때는 이미 없어진 후였습니다. 대단하더군요. 저에 대한 자료와 제 물품들, 로켓티어머신 마저 다 없어졌습니다. 아마도 저는 며칠 뒤에 안락사로 죽을 것 같습니다."

"옛날부터 우리는 인간들의 종이었네. 애완동물 말이야."

"네. 개로 태어난 것이 참으로 후회스럽습니다. 박사님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아닐세. 이 이야기는 무덤까지 들고 가겠네. 뭐 다시 기억을 잃고 똑같은 우주선을 타고 가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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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욤. 공포아니라서 죄송... sf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