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와 헤어지고 내가 뱉은 말들을 모두 지키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혼자 살아보겠다는 것도
세례명을 받을 때까지 열심히 성당을 다니겠다는 것도
자취하는 조건으로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겠다는 것도
그리고 너를 두 번 다시 보지 않겠다는 것도.

물론 저중에 너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래도 내가 뱉은 말이기에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나는 많이 흔들렸다.
저 마지막 말을 지키지 않을까 수백번 생각을 했었다.
나는 바보같이 잘 잊어버려서 안 좋은 기억은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자꾸 남아 나를 괴롭혔다.
반대로 너에게는 좋은 기억보다 내가 못한 기억만 남아 또 괴롭혔다.

나는 찌질하고 구질구질해서
너의 글을 모두 읽고 사진을 염탐했다.
혹시 나처럼 힘들지는 않을까 나랑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바보같이

우리는 돌아가기에는 서로 너무 상처받은 것 같다.
나는 잊어버릴 수 있어도 너는 못 잊어버릴 것을 안다.
갈 수록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이게 된건 다 나 때문이겠지

그렇지만 그건 너만 그런게 아니었다.
나도 하나 둘씩 포기해가고 현실에 타협해가는 과정에서 참은게 많은데...

나는 차라리 읽지 말걸 그랬다.
그 놈의 첫사랑이 뭐라고 왜 잊지를 못하는지
나한테 니가 이제 내 첫사랑이라고 말했던게 생각나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건 다 거짓말이었구나
내가 진정으로 사랑한 첫사람은 너인데 너는 그렇지 않구나 싶었다.

읽으면 읽을 수록 나의 흔들림은 다짐으로 바뀌어갔다.

나는 정말로 미안했었다.
그래서 사과하고 사과하고 사과했지만
그만두자고 한건 너였다.
근데도 더 사과를 원하고 사과할줄 모른다하니
난 도대체 더 어떻게 사과를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애초에 사과를 할 기회조차 단절해놓고
할 줄 모른다니 섭했다.

나는 내 잘못을 알고 다시 시작할때마다
너의 바람을 하나씩 들어주려 노력했다.
자잘하지만 습관을 바꾸는 것은 힘들었다.
연락을 자주하고, 배터리를 꺼트리지 않고, 일하러 나가는 새벽에도 일어나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을 하고, 치마 입은 모습이 보고 싶다고 해서 살도 빼고 치마도 사고
별것도 아닌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나한테 하나하나 바꾸는 이 과정은 널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린 서로 열심히 노력했고 열심히 사랑했고 잘못도 우리가 했다.
나의 잘못만도 너의 잘못만도 아닌 서로의 잘못이었다.

정거장이란 말은 너무 아프다.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이 노력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나는 너라는 사람에 정착하고 싶었다.
그래서 새라처럼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무리하게 미래를 꿈꿔서 그 사단이 났나보다.
우리는 늘 같이 있을 때는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문제는 늘 떨어져 있을 때 생겼지.

나는 늘 너의 품에 있고 싶었다.
너와 함께 결혼을 하고 널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다.
늘 같이 행복하고 싶었다.

연락이 안된다고 기차에서 뛰어내렸다던가
나에게 썼던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했다던가
그건 나에겐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추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사랑한 모든걸 부정하는 그 글은 아무래도 웃어넘기지도 잊지도 못 할 것 같다.
다른 글은 잘 지워도 그것만은 안 지웠다는 건
너도 나도 잊지 말라는 경고겠지.

너의 지금 마음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각자 가야할 길을 가야겠다.

너의 삶에 내가 끼어들어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