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10개월 동안 나를 끊임없이 사랑해주고 위로해주고 모든걸 수용해주고 북돋아주던 여보에게
어제 이별선고한 나는 정말 쓰레기다
오빠의 모든것이 내겐 축복이고 이상형이었지
나는 정말 결혼하고 싶어 오빠랑
근데 정말 오빠네 부모님이 아들아들하시고 매일 두번씩 전화하고 그러는걸 볼때마다 겁이 너무났어
네이트판에서 보는 그런 시댁이 나에게 생길까봐
내가 너무 불행해질까봐
우리 엄마아빠는 너무 계산적이라 오빠에게 입힐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 미안했어
아니 이미 입혔지
빛나는 오빠를 후려치고 후려쳤지
난 우리엄마아빠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오빠에게 그걸 전달했지 전달하면 안되는 거였는데
나는 아직 인간이 덜됐나봐
인간이 덜되서 성숙하지 못해서 오빠같은 보석을 보내주나봐
헤어지고 나니까 갑자기 내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누가 날 좋아해줄까싶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
뭘먹어도 맛있지가 않고 자꾸 목구멍에 걸려서 토할 것같아 눈물이 목에 걸려있는것같아
내방 들어갈때마다 오빠가 선물해준 곰인형 오리인형 무선 키보드 워너원브로마이드 이어폰... 그냥 시야에 안걸리는 게 없어
나 자취한다고 같이 산 다이소 물건들 오빠가 추천한 샴푸... 진짜 죽을것같아
헤어지니까 우리 같이 하기로 한건 왜이렇게 많은지
동파육도 같이 먹기로 했고 칼로리폭탄버거도 먹기로 했잖아
신과함께도 못봤고 새로 커플운동화도 못샀어
오빠방에 새로산 디퓨져향기도 못맡았고 사자마자 고장난 티비가 얼마나 큰지도 못봤어 이렇게 못볼줄알았으면 그냥 사지말라고 반대하지말걸
로봇청소기도 구경하고싶고 새로 채운 냉매가 얼마나 시원한지 느껴보고싶었는데
이번 여행 같이간거 사진첩도 만들어 선물하고 싶었는데
피티해서 건강한 몸 오빠한테 만져보라고 하고싶었는데
나는 왜 그따위로 말을 했을까
나는 왜 성숙하지 못한걸까
고작 하루만으로도 이렇게 죽을 것같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오빠에게 새로운 사람 만나보고싶다고 헤어지자고 했는데 헤어지고 나니까 그냥 모든 게 부질없어
오빠가 날 너무 좋아해줘서 내가 갑질했나봐
내가 그래서 벌받는 건가봐
먼훗날에 오빠도 내가 얼마나 나쁜년인지 깨닫겠지
그걸 생각하니 또 맘이 아프다
지금 돌아가고 싶은 맘이 너무 간절한데
내가 오빠네 부모님을 감수하고 결혼하겠다는 마음이 없는 이상 돌아가면 안되겠지...
돌아간다해도 정이 떨어졌겠지
나는 정말 후회해 어제를
정말 사랑하는데 결혼할 수 없다는게 너무 슬프다
우리가 조금만 더 늦게 만났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