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성인 비디오 배우 요시자와 아키호가 내년 3월 은퇴한다는 소식이다.
평소 그녀의 열렬한 팬이라기엔 따로 소장한 작품도 기억하고있는 품번도 없다.
（내용이 기억나는 작품은 있다.）
그녀는 촬영한 작품이 1000편이 넘어간다고 하던데,
아마 내 살아생전 그 모든 작품들을 다 볼일은 없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은퇴소식이 적지않은 충격을 줌은 몇번의 짧고 강렬한 사정의 기억속에
그녀가 함께했기 때문이리라,

최근에 어린시절 살던 동네를 산책한적이 있다. 산책이라기보다 일종의 모험에 가까웠다.
몇년만에 찾아간 동네는 어린이들이 뛰어놀던 곳에 어르신들 몇분이 앉아 일광욕을 하고 계셨고
우리가 살던 집과 빌라 골목골목엔 '철거주의' 라며 빨간 스프레이 글씨가 징그럽게 박혀있었다.
낙서가 빼곡히 적혀있던 담벼락이 있다.
누구와 누구는 사귀는 사이이다. 누구는 바보이며 누구는 이랬고 또 누군 저랬다.
이런저런 시시콜콜함을 적어두는 우리동네의 일종의 '방명록'이라 부를만한 담벼락이었는데
우린 학교가 끝난 낮시간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 중에서도 내가 특히나 좋아했던 낙서는 초등생 고학년 형의 멋들어진 그림이었다.
검은색 락카로 큼지막하게 그려놓은 별이였는데,
성인이되어 찾아가 본 그 담벼락엔 환경 개선의 일환인지 알록달록한 페인트의 동화풍 그림이
동네 전체의 테마처럼 덧칠해 그려져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지역을 면치못한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나는 알길이없다.
고학년 형이 그려둔 '멋들어진 그림' 그 별 그림이 바로 '요시자와 아키호' 다.

아키호를 담벼락에 그렸다는 뜻이 아니다.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멋들어진 그림 그것이 바로 은퇴 후의 아키호의 위치일것이다.
물론 지워지는 일없이 누군가의 하드 혹은 토렌트나 P2P등의 불법적인 경로,
또 DVD등으로 기록이 남아있겠지만
예전에 살던 동네의 담벼락처럼, 가끔 생각나면 찾아가는 그런 존재가 되겠지,

2020년엔 도쿄올림픽이 열린단다.
세간에 들리는 말론 일본이 올림픽을 대비해 유명 성인배우들을 은퇴시키고 있다라는
일종의 루머처럼 들리는 말들이 오가는데 이것이 나의 옛동네에 벌어졌던 환경개선의 일환처럼,
혹은 그후 면치못한 재개발지역 확정처럼 느껴지는것은 필연적인 예감이다.

오늘밤엔 아키호의 작품을 보고싶다.
내 몸에서 나와 휴지조각에서 말라 붙어가는 나의 3억마리 사생아들아!


너희 어머니는 바다건너 섬나라에 살고 계시단다.





*이 글을 요시자와 아키호에게 헌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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