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낸 메일. 아마 안보고 지우겠지?
시간 지나고 나중에. 혹시나. 아니면 우연히 이걸 찾아보거나 보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니까 혹시나 해서 써 놓을게

오빠 잡으려고 쓰는 메일 아니니까 나중에라도 시간 되면 꼭 봐줬으면 좋겠어
지금 보기 싫은거 아는데, 지우지 말고 나중에 . 내생각 진짜 하나도 안날때쯤이라도 좋으니까 꼭 봐주라. 소원쿠폰이야.

오빠 만나서 진짜 행복했고 진짜 고마웠어.
오빠랑 사귀면서 가끔, 나중에 다른사람 사귀게되면 오빠만큼 좋아하고 오빠처럼 사귈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안될거같아서 그냥 절대 헤어지지 말아야지, 생각했었거든.

둘다 수험기간에 만나서 공부하는 시간도 길었고, 연락 못하는 때도 있었지.
다 끝나고 둘다 자유로운 잉여였던 지난 겨울방학에는
자주 싸우긴 했어도 항상 행복했었어 .. 오빠는 아니었겠지! ㅋㅋ

이렇게 오래 사귄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 만난것도 처음이라서
내가 실수한 것도 많을거고,
오빠를 이해 못한것도 많을거야.
서로 편해지면서 그런게 더 많아졌을거구.
미안해 다.
내가 조금더 오빠를 이해 못해줘서 미안하고, 점점 더 이기적이고 처음의 나완 다르게 고집이 점점 세져서 미안해.

오빠가 나중에 나를 기억할때, 내가 잘해줬던거, 나와 좋았던 기억만 떠올랐으면 좋겠어.
날 다시 좋아하게 되는게 아니더라도, 오빠 마음속에 내가 좋은 이미지면 좋겠다.

사귀면서 배운것도 많고 고친것도 많아. 덕분에.
고맙구.
나랑 헤어지면 안되는 이유들 이거저거 썼었잖아.
그거조차 못지켜서 미안해.

더 많은걸 같이 해보고싶고, 더 많은걸 같이 보고싶었는데 . 아쉽다. 그치.
나도 이제 오빠 정리할게 막상 정리하려고 시작하면 나도 되게 잘할거야!
진짜 하기싫었는데 결국 정리하게된다.
정말 많이 사랑했고, 나중에도 첫사랑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정말 망설임 없이 오빠라고 할거야.
그동안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주고, 나 많이 좋아해줘서 고마웠어.

처음 와신에서 만나 오빠한테 반하고, 말걸고, 친해지고, 설레던 것 까지 하나하나 꽤 오래 기억될거같다.
피시방 알바할때 오빠가 고개만 내밀면 힘들다가도 딱 행복해지던 그때도 너무 좋았구.
에듀셀파 점심시간에 오빠랑 만나서 음료수 하나 사먹고 들어가는 그 여름도 너무 행복했고
같이 오빠집까지 안양천 따라 걸어가면서 친해졌던 그때도 너무 그립고
처음 여행가서, 같이 요리하던 그때도 너무 고마웠어.
오빠랑 밤마다 재미있게 전화하던 그게 너무 당연한거였는데, 이젠 진짜 그리울거야.

지난번처럼 오빠한테 전화하거나 이렇게 저렇게 연락 닿아서 울고 매달리고 안할게
이제는 진짜 오빠 놔줘야 될거같아!
그동안 수고 많았어 이런애랑 사귀느라구..ㅎㅎ부끄럽다
사실 오늘 보물마트 앞에서 기다릴거라고 얘기 했는데, 이것도 좀 후회된다.
오빠 용인 내려가야 되는데 괜히 찝찝하겠당....미안해!

오빠도 꼭 잘지내고 행복했음 좋겠다.
얼른 졸업도 하고, 직장도 다니고,
더이상 스트레스도 안받고, 몸도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나도 잘 지낼게
다시 볼일 없겠지만 많이 보고싶다
나도 이제 연락 그만할게!
이상으로 마지막 메일요정이였어!
할말끝! 안녕


ps. 690일 축하했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