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고있다. 창문을 열고 연신 뻐끔뻐끔 담배연기를 뿜어내던 그는 몇일동안 일처리로 한숨도 자지못해 상당히 초췌한 모습이었고 졸린듯했다. 빨리 집에가 한숨 자는것이 그의 유일한 소원이였다. 하지만 하늘은 그리도 매정한지, 서서히 그 남성은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아...안되는데, 정신차리자! 연성우! 여기서 또 졸음운전에 차사고 내면 면허정지 당한다..!! 조금만 힘내자..."


기세좋게 중얼거리던 성우는 서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10초정도 지났을까, 쿵 하는 소리와함께 차체가 크게 흔들렸다. 화들짝 놀란 성우가 자신의 앞을 바라보았다. 성우의 차는 앞 차의 뒷부분을 받아버렸고 성우는 눈이 휘둥그레진체 밖으로 걸어나왔다.


"아으... 어떻게하냐. 저기 저.."


차에서 내린 남성은 보기보다 몸집이 정말로 컸다. 나시티를 입어서 그런지, 떡 벌어져있는 어깨와 엄청나게 큰 키, 그리고 몸에 붙어있는 엄청난 근육까지 마치 떡대가 크다고할정도로 몸집이 컸었고 결정적으로 그의 오른쪽팔뚝 전체에 용문신이 그려져있었다.


츄리닝 바지를 입은 그는 영락없는 조폭꼬락서니였다.


"이런 씨발... 눈깔 제데로 안달고다녀? 이 씹새끼가!"


"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보험 부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 눈깔 장식으로 달았어?! 씨발... 뽑은지 얼마나됬다고 이게 무슨지랄이야! 아주 그냥씨발!"


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성우는 연신 움찔거렸지만 저항할수도없었다.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조아리는 성우를 본 그 조폭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


"휴... 됬고 명함이나 줘보슈"


"네? 네 여.. 여기"


두손으로 그에게 명함을 건낸 성우가 고개를 숙였다. 보험사가 오고 몇시간 후 처리가되자 담배를 피고있던 그가, 다시 차에탔다. 그리곤 전화기를 꺼내들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전화를 받자 성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네 오늘 306호로 입주하는 사람인데요~ 네~! 대운빌라 306호요. 네 저번에 계약서쓴 사람이요. 연성우 라고 하는데요,"


성우가 차를돌려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몇분쯤 차로 고속도로를 지났을까? 한 허름한 빌라가 눈에 들어왔다. 성우의 직업은 중소기업 회사원으로 말단직원이었다. 아직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였지만 20대의 청춘은 모두 보내고 남은돈으로 빌라에 입주한것이었다.


물론 가장큰 장점은 회사와 가장 가까운곳이라는것뿐이었다. 하지만 계약자와 함께 집으로 들어선 그는 꽤 괜찮다는 생각을했다. 5층밖에 안되는 작은 빌라에 동이 세개뿐이었지만 일단 안은 깨끗하고 햇빛이 잘 들었다. 그러자 성우가 미소를지었다.


"이야~ 참 좋네요! 싼값에 비해 정말 좋은거같아요."


"아아.. 그래요? 허허! 제가 집하나는 정말 잘 소개시켜드린겁니다! 햇빛도 잘들고 전망도좋고 가운데층이라 오고가기도 편하잖아요. 그쵸? 허허허! 사실~ 여기가 몇개월전부터 산다는 사람이 즈응~말 많았는데 총각이 착해보여서 특별히 총각한테 드리는거에요. 흐허허허!"


평소 말이없던 집주인 오늘따라 말이 많다는 생각을 한 성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삿짐센터에 부탁해 이삿짐을 대부분 다 옮기자 성우는 앉아있었다. 아직 컴퓨터나 노트북을 가져오지 못한탓에 할게없었던 성우는 이웃들이나 만나 인사를 하자는 생각으로,


바깥으로 나갔다. 미리 사둔 따뜻한 떡을 들고 집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간곳은 바로 옆집인 305호 인상이 좋아보이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한 어르신이 걸어나왔다.


"누구세요?"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 306호로 이사온 사람인데요~ 떡좀 돌리려구요! 반갑습니다."


떨떠름한 표정을 한 어르신은 불길하단 표정으로 306호를 바라보았다. 이내 자신의 집을 슥 돌아본 성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물었다.


"왜그러세요?"


"아..아니오! 떡은 잘 먹겠수다. 허허허허!"


억지웃음을 지어보인 어르신은 떡 한조각을 집곤 입에다 넣었다. 그리곤 허허허 웃어보이더니 떡을 한조각 더 집곤 문을닫았다. 성우는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성우에게 익숙한 얼굴을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사내는 다름아닌 아까 사고를 냈었던 조폭이었다.


그 조폭을 본 성우는 이내 움찔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돌아서서 올라가려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한숨을 푹 쉬곤 뒤로 돌아선 성우가 말했다.


"저..저요?"


"당신 아니면 누가 있겠수? 이리좀 와봐"


한대맞으면 날아갈것같은 몸집을 가진 조폭이었지만 말을 안들으면 흠씬 두들겨 맞을까봐 걱정한 그가 조심스럽게 조폭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조폭은 성우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내가 낮에는 미안했었습니다. 내가 안좋은 일이 있어서 말입디다. 근데 여긴 무슨일로 온거유?"


그러자 성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네 오늘 306호로 입주했었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306호? 306호라면... 왜 하필이면 거기에 이사한거요?"


그말에 고개를 돌린 성우가 조폭에게 말했다.


"306호가 어때서요?"


그러자 조폭으로 보이는 사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거기서 몇년전에 사고가 있었거든."


"사고요?"


조폭이 입을 열던 찰나 차 한대가 들어왔다. 그 차에서 내린 사내들이 조폭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조폭의 몸집이 훨씬더 크고 메서웠지만 그들의 수는 세명이나 되었다. 험악한 분위기에 성우가 슬쩍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그 남자들은 조폭에게 다가가더니 팔짱을꼈다.


"뭐야? 씨발! 이거않놔?!"


양복차림을 하고있던 조폭이 크게 소리친다. 그러자 한 남자가 그에게 소리친다.


"야 이새끼야! 너는 하루가 멀다하고 일을벌려놓냐? 이 꼴통새끼야?"


그러자 조폭이 그 영장을 쳐다본다.


"에이 씨발..! 오형사! 무슨일이요? 저번에 다 해결봤잖아... 이런 씨발!"


주먹을 쥔 조폭이 메섭게 소리쳤다. 오형사는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그에게 냅다 소리를지른다.


"니가 인간이냐 이새끼야? 여하튼, 너 이새끼... 일단 따라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캐줄테니까! 너 이새끼, 그리고 306호에서 죽은 그 일가족일도 네가 한짓이지? 더러운새끼!"


"뭐..뭐요? 이사람이 생사람을잡고있어 씨발!"


"적당히 조사만 하고 끝낸다니까! 참 말이많아, 이 빌라에서 전과가 10범이 넘은건 너야! 너 이새끼야, 사람 두둘겨패고 다니는새끼가 말이 왜이렇게많아?"


성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갑작스레 조폭이 잡혀가질않나, 결정적으로 형사가 한 306호에서 죽은 일가족사건이라는것에 눈을 크게떴다. 계약서에도 쓰여있지않고 전 집주인도 그런말은 일체하지 않았고 성우는 곧바로 경비실로 뛰어들어갔다.


그가 헥헥뛰어 경비실로 들어오자 경비아저씨인 허노인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306호에 이사오신분 아니십니까? 여긴 무슨일로..??"


"네! 맞습니다. 후우..후우.. 저.. 306호에 예전에 무슨 사건이 있지 않았나요?"


성우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허노인은 잠시 모자를 어루만졌다. 그리곤 뒤로돌아서 수첩을 어루만지다가 그에게 수첩을 건내며 말했다.


"후우.. 말해야 하겠지. 이제 당신이 집주인이니 말이오, 사실은 그 306호에 살던 일가족이 몇년전 살해당했수다. 그래서 그곳에 입주한 사람은 지금껏 한명밖에 없었소, 바로 당신이 계약한 사람이요. 당신이 계약하기로 했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더만, 그것도 이야기 않해주었소?"


"뭐...뭐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