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주 기뻤습니다 ^^


첫번째 글이 뒤늦게 하혈 했더라구요.


모두 감사드리고 모든 분들 건필 즐독하세요^^


따게로의 추방위기에 놓인


달의아이의 글 오늘도 나갑니다 ^^






나에게는 아주 귀여운 여인（?）이 한 명 있다.


무려 나보다 10살이 어린 그녀.


아주 말괄량이 이지만 내 앞에서


수줍어 할 줄도 아는 예쁜 아가씨...




그녀는 나의 동생이다.




어린시절, 외동아들 이던 나는


절대 동생을 낳아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한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필요없으니


동생을 사달라고-_-;; 조르곤 했다.


그때마다 허허 웃으시며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으시던 아버지도 생생히 기억난다.




실수였는지 아니면 나름대로 순종적인 아들에 대한


보답인지 어머니는 내가 10살이던 어느 해 여름에


퉁퉁 부은 얼굴로 병원에 누워 계셨다.


출산을 하고 나면 2주간 몸속을 돌아다닌다는


자궁때문에 마사지도 해드리고


엄마가 화장실 가는것도 부축해 드리고


나는 열심히 엄마를 도와 드렸지만


내 동생은 볼 수 없었다.




알고보니 녀석은 태어나자마자 황달에 걸려


차가운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것이었다.


내 팔뚝만한 빨간 그 아기를 유리창 너머로


간호사가 성의없이 거꾸로 들고 있는 광경을 봤을 때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잠시 울었다.




내 동생은 그렇게 나에게로 왔다.


잠귀가 어두운 어머니를 대신해


나는 자다가도 동생이 울면 일어나 더듬더듬 우유를 타고


토닥토닥 자장가를 부르고


조심스레 동생을 안아들고 밤을 지새우고는 했다.


（결국은 둘 다 벽에 기대 잠드는게 보통이었다.）




그렇게 내가 졸지에 육아를 하면서


나는 어린 나이지만 여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말이 빠른 녀석이 10개월이 조금 넘어


오빠!! 라고 했을때 나는 기뻐서 잠이 안 올


그런 지경이었다.




정말 아이들은 무럭무럭 큰다는 말이 맞더라


동생이 크면서 나도 컸고


동생이 6살 쯤 돼자 이 녀석은


귀여운 꼬마 아가씨가 돼었다.


놀아달라 조르기도 하고 유치원에서 배운걸


가르쳐 달라고도 하고


나는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게


하루중 가장 기쁜 시간 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생이 슬슬 학교갈 나이가 돼고


내가 고등학교를 올라가면서


나는 어린시절 육아에 대한 보상을-_-;;


받고 싶었다.



그래서 작게는 물 심부름 부터


크게는 내 난잡한 방에서 책을 찾아오는 것 까지


고 이쁜 녀석을 시녀로 부려먹기 시작했다.




"수진아~ 오빠 물 한 잔만"


"왜 맨날 나만 시켜!"


"그럼 엄마한테 물 가져오라고 시켜?


넌 내 동생이잖아 ^^"




툴툴 거리면서도 쟁반까지 받혀들고


물을 떠오는 동생은 너무 예뻐 보였다.


가끔 자기가 기분이 좋을 때면




"오빠 뭐 심부름 해줄까?


목 안 말라? 내가 물 떠다 줄까?"



하고 상냥스레 물어오는 동생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견딜 수 있겠는가




녀석도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이젠 슬슬 심부름을 피하려고 했고


나는 더 악랄하게 심부름을 시켰다.



"이젠 진짜 안 해줘!!"



그렇게 말하고 나서도 내 동생은


내가 가끔 사주는 먹을거리와 내가 가르쳐 주는


자기의 숙제, 그리고 집에 잘 안 계시는


엄마 대신에 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고는


또 마음을 돌려 내게 말하곤 했다.



"오빠 진짜진짜 고마워~ 심부름 다 해줄께 ^^*"




그런 예쁜 수진이와 내가 헤어지게 된 건


내가 대학을 통학할 수 없는 거리로 가게 되어


집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었다.



"수진아 오빠가.. 가버리면 넌 좋아?"


"응! 오빠 심부름도 안 해두 돼고


늦게까지 티비봐도 돼고 집에 늦게 들어와도 돼고


글구 오빠방 내가 쓰면 좋잖아? ^^*"




젠장... 내가 그리 인심을 잃었었나...


나는 너 걱정 돼는데...




내가 없으면 누가 네 숙제 도와줄까?


누가 저녁시간마다 너 집에 오게 할까?


널 괴롭히는 애가 있으면 누가 대신 나무라 줄까?


네가 갑자기 아프면 누가 널 간호할까?


머리 모양에 신경 쓰는 네 머리 누가 해줄까?



엄마가 안 들어오신 아침...


누가 우리 수진이 밥을 차려주고 학교에 가게할까?




나는 떠나는 날 수진이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오빠! 가지마! 가지마! 수진이도 데려가!"



온통 눈물 투성이가 된 내 동생은


나에게 가지말라고 매달렸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매정한 척 동생을 떼어놓았다.



"이제 너도 다 컸잖아?


오빠 없다고 이렇게 울고 하면 안 돼."



"응... 알았어. 그대신 오빠 자주 와야 해?


전화 자주 해야해?"



"그래 ^^ 알았어... 우리 이쁜 수진이...


오빠 간다..."






나는 집을 나와 혼자 살아야 했다.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도 아니었고


아무리 집안일에 능숙하던 나라도


알바와 학업을 해가며 집안일을 하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하루는 너무 고된 생활에 몸살로 몸져 누웠다.


자다가 잠시 깼는데 목이 너무 마르고


온 몸이 열이 들끓었다.


뭔가 마실것 생각이 간절해서


나는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



"수진아.. 오빠 물 한 잔만...


반만 채우고 말고 다 따라와..."



하지만 툴툴 거리는 목소리도....


웃으며 물을 따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 난 지금 혼자였지?


밉기도 예쁘기도 한 내 동생은 여기 없지...


집에 잘 안 계시는 어머니 보다


내게 더 가깝던.. 늘 함께하던 내 동생은


여기서 2시간 떨어진 집에서 잠들어 있겠지.


내가 자던 방에서 자고 있겠지....




지금 내 동생은 고 2가 되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집으로 와버렸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나면


내 방 책상 위에는 차가운 물 한잔이 올려져 있다.




수진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오빠! 나 물 한 잔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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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수진이도 고 3 이네요.


이 녀석은 대학을 가까이로 갔으면 합니다 ^^


내 사랑하는 수진아...


오빠는 널 사랑한단다... ^^




달의아이 - 나의 이면에 도사린 상처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