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랏 것은, 안고있으면 불안하고 놓으면 한없이 후회되는 것이라서, 나는 진정한 사랑을 해 본적이 없었고, 내 추한 내면과  외로움을 달랠 뿐이었다.

놓아버린 사랑은 향기와 같고 연기와 같아 잡을 수 없다. 나는 이  놓은 향기를, 보낸 사랑을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이것이 의미가 없으리라는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뒤늦은 깨달음과 뒤늦은 갱생이, 그것을 잡는다. 그것을 부여잡고, 매달린다. 후회하노라고, 이제 깨달았노라고, 다시 열렬히 내 모든것을 바치리라고.

나의 추잡한 내면과 가을날의 허황된, 썩은 나무와 같던 그 마음을 다시 풍성하고도 싱그러운 나무로 되돌릴 적엔, 이미 많은것을 잃어버렸으리란걸 깨달았다.

나는 결국 답을 알고있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난 내 경솔함과 궁핍한 마음으로 스스로 나의  눈을 틀어막고 있었다. 진정함을 스스로 베고 잘라내었다.

진리를 거스를때 밀려오는 좌절과 후회에서 세상의 이치와 사랑과 아픔과 이해와 공감을 느낄때, 나는 비로소 너무나 커다란 인연을 잃었다.
밀려오는 한기 속에서 난 눈물만 머금을 뿐이었고, 답답하고 작은 내 마음에 스스로를 위안할 뿐이었다.

난 벽을 봤다. 커다란 벽. 나의 모멸, 지배의식, 열등감과 욕망으로 이루어진 내가 세운 벽. 그 벽 앞에 걸린 거울엔 비루하고 남루한 몰골만이 흐릿하게 남아있을 뿐.

이 후회와 깨달음은 날 더 성숙하게 만들고 발전시킬 것인가.
날 발전시킬, 성숙하게 만들 것이라면, 성장시킬 것이라면 내겐 대가가 너무나도 컸다. 불완전한 자아와 몽매한 내 주관만이 깊이깊이 서려있음을 보았다. 뒤늦은 출발이고 아프고 쓰라린  시작을 하였다. 때가 늦은 일은 없다고 하였으나 무지에서의 출발과 잃고 난 후의 후회와 동반한 출발은 너무나도 다른것이었다.

사람이, 각자의 본성을 다르게 지니고 있다면, 난 선악일지다.
선함을 쓰고 약은 마음으로 남을 휘놀리고 이용해먹는 내 모습이, 거짓과 악, 욕망의 구렁텅이에,  선의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남을 삿대질하는 난 그저 추한 인간상의 표본일지도 모른다고, 아니 그게 맞으리라고 확신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의 몸과 마음이 일체가 되고, 당신의 끝없는 상처가 낫기를, 나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세상을 사랑과 이타심으로 포옹할 수 있기를. 남이 기댈 수 있는, 세상의 고민과 아픔을 담을 그릇이 될 수 있기를.
나는 이 기도를 누구에게 할지 모른다. 그저 존재하지 않는 신에게 부모잃은 아이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종교가 생기고 왜 수많은, 개미떼같은 신도가 생기는지 깨달았다

내 부러진 가지 삐뚤어진 마음은 언제 제 길을 찾고 자랄 것인지.
내 부족한 소양과 남과 나를 동시에 상처를 주는 언행은 언제 바른 길을 찾을 것인지.
내 불완전한 자아, 모호한 주관은 언제 깊은 필사가 될 것인지.
내 쓰라린 마음의 안식과 가시돋힌 마음은 언제 누구를 진정으로 끌어안고 위로해 줄 수 있는지.

선택과 후회라는 삶의 연속에서, 나는 후회만의 길을 걷는 듯 하다. 이번의 깊은, 무엇보다도 깊고 크게 주었을 상처, 그리고 내 스스로가 나에게 준 상처가 무엇을 의미할지, 미래에 있을 후회를 덜어낼 것인지.

나의 책과 몸에서 상처받은 슬픈 영혼들이여, 날 증오하고 미워한, 사랑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꽃들이여, 나에게 실망하고 눈물을 흘린 피나는 군중들이여. 부디 이 작은, 가시돋힌 선인장을 용서하소서. 뒤늦게 꽃봉오리를 맺고 따듯한 햇살 아래 찾아오는 벌과 나비를 열렬히 사랑해보겠나이다. 내 가시에 독이 퍼지고 깊게 남은 상처 고이고이 접어주소서. 내 눈물이 그대들의 약이 되었으면 좋겠나이다 좋겠나이다... 그리하면 내 눈물 바다가 되고 비가 되도록 흘리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