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너의 카톡에 눈을 뜬다.
33살 2017년의 크리스마스는 끝났지만
여전히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너는 내 곁에서 아침의 나를 맞아준다.
하루의 시작을 맞는 아침. 조금 이른 출근길에도 너의 카톡에 자꾸 노래가 나온다.
분명 카톡인데도 너의 목소리가 귀에서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오늘은 너의 20대 마지막 생일.
오늘을 위해 그동안 아껴두었던 연차를 미리 내어두었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했지만..
생일인데 회사 회식까지 해야한다며 투덜대는 너를 달래며 업무를 마무리하고 바삐 퇴근했다.
너는 분명 나에게 생일선물을 사지 말아달라 부탁했다. 그래서 직접만든 레몬청을 준비했다. 이건 산거 아니니까 괜찮겠지....?

네가 회식하는 곳 근처에 까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기까지 내 이야기를 모아 작은 책으로 선물하고자 작업을 서두른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모아서 보내기만 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의외로 손이 많이간다.
자꾸 작업에 집중하다보니 너와의 연락이 늦어진다.
뭐하고 있냐는 너의 질문에 비밀이라고 답했더니 살짝 토라진 모양이다. 잠시후에 보면 깜짝 놀라겠지?
너에게 전화가 온다.
어느정도 회식이 끝났나보다. 날이 춥다며 투덜거리는 너에게 잠시만 이라며 네 앞에 나타났다.
놀람과 추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으로 생일선물로 받은 꽃다발과 선물을 안고 차에 탄 너.
형형색색의 화사한 분홍빛 꽃다발도 네 얼굴앞에선 초라하기 그지없다.
'언제왔어요..?'
많이기다렸냐고, 왜 말 안했냐고 물으며 손을 잡아주는 너를 보며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나때문에 신경쓸까봐 말 하지 않았다는 짧은 대답과 함께 너의 손을 잡아주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너의 집으로 가는길.
회식으로 본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다음에 꼭 같이 보자는 얘기, 생일파티 얘기, 회식얘기 등등으로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너희 동네에 도착했다.
조금은 이른시간.
헤어지기 싫어 동네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한적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야기를 나눴다.
좁은 차에서 나눈 입맞춤.
너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내가 느끼는 행복을 도심히 얘기해본다.
갑자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말없이 너를 끌어안고 브라운아이드소울 의 '아름다운날들'이란 노래를 작게 불러주었다.
갑자기 너의 어깨가 들썩인다. 포옥 안긴 내 품에서 훌쩍이는 너의 모습에 어찌해야할바를 몰라 그냥 꼭 안아주었다. 나때문에 우는일 없도록 해주겠다 약속했는데....벌써 울려버렸나보다. 노래연습 좀 해야겠다..

잠깐의 침묵뒤에 나눈 키스는 달콤했고, 부드러웠다.아무말이 없었지만 우리의 눈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고, 그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너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길.
그 길을 밝히는 가로등보다 더 선명히 빛난 내 기억속의 너의 눈빛덕분에 집에 가는 길이 내내 행복하다.

-2017.12.26 너의 20대 마지막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