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의 모 대학에 다니고 있는 20대 레즈비언 대학생이야
제대로 밝히지는 못하지만 서성한 셋 중 하나ㅇㅇ;;;
웃대 눈팅은 꽤 오래했는데 아이디는 이 글쓰려고 처음 만들었음ㅎㅎ

요즘 웃대에 LGBT 관련 글도 많이 올라오는 걸 보니,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많이 있는 것 같고해서..
내가 큰 도움은 못되겠지만 대학생 성소수자의 삶에 대해 조금은 말해주고 싶었어.
청소년 성소수자 분들, 그리고 이들 주변의 수많은 이성애자 시스젠더（트랜스젠더 반댓말）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음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본인의 정체성이 억압되거나 유보되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워..

여튼, 하고 싶은 얘기를 그냥 순서 매겨서 나열 하는 식으로 쓸게 ㅋㅋ 스압임
심심하면 읽어보는 것도 좋음 ㅎㅎ


1. 나는 어떻게 내가 레즈비언인 것을 깨달았는가?

처음으로 내가 다른 애들과 조금 다르다고 느낀 건 초등학생 때인거 같다.
이상하게 성에 대한 관심은 많았는데ㅋㅋㅋ;; 남자에 대한 관심은 거의 0에 수렴햇음
고학년 되니까 주변에 남자친구 사귀는 여자애들도 보이는데
나는 딱히 연애를 하고싶다는 생각도 안들고 결혼도 왜 하지? 하는 생각만 들었음.
그 땐 여자를 연애 가능대상으로 의식한게 아니고, 남녀 모두 평등하게 친구로 느끼는 상태였던거 같음
*게이들의 경우엔 오히려 초딩때 바로 깨달았다는 친구들이 많았음.
이런 점에서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깨닫는거 같음.

그러다가 중학교에 올라갔는데, 당시 내눈에 너무 너무 예뻤던 과학 동아리 회장 언니를 보고 심쿵함;;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예쁜건 아니었는데 ㅋㅋ;
그냥 살면서 처음으로 '친해지고 싶다, 계속 보고싶다'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음
그래서 별 관심도 없는 고무동력기 만드느라 힘들었음 샹ㅋㅋㅋㅋㅋ
ㅋㅋ그치만 그때도 아 내가 저 언니를 너무 우상으로 생각해서 그런갑다 하고 넘김;
글고 중2때는 한창 다른애들 동방이니 슈주니 빨고 있을때 혼자 소시에 하악댐ㅋㅋ

한편 중딩 당시에는 외고 준비를 하느라 연애나 사랑에 관한 감정을
아직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굳이 이런 감정에 대해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음..

*아마 공부나 여타 진로에 생각이 많은 청소년들이라면,
더더욱 이런 형태로 나타나는 자기 억압 같은게 적잖으리라 생각함.
부모님의 기대나, 공부에 더욱 몰두해야 하는 현실 등등 때문에
정체성에 관한 건 대학교 이후로 미루자고 생각을 많이 할거 같음
（아니면 미안함 ㅠㅠ） 그런데 나도 느낀거지만 아무리 마음 한구석으로 치운다고 해도 이건 사라지는게 아님.
나 같은 경우는 중학교 때의 이런 회피가, 고딩때 다른 스트레스와 함께 눈덩이가 되버려서 고생했음...ㅜㅜ

여하튼, 원하던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나는 이런 고민을 조금만 더 미뤄두자고 생각함.
그리고 약 1년간은 그런줄 알았고. 근데 억눌렀던 탓인지, 사춘기가 온 탓인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했던거 같음.
내 고등학교 3년간은 솔직히 고민의 3년이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나는 여자를 좋아하는 건가? 여자만 좋아하는 건가? 나도 남자를 사귀어보면 제대로 알수 있나? 등등..
그러다 2학년때 같은 반의 어떤 친구를 호구같이 （리얼 개호구） 좋아했음
걔는 남자애들한테도 인기가 엄청많아서 나같은 인간은 그냥 쳐다만 보며 좋아하는게 전부엿음. 당연하지만ㅋㅋ
걔가 필요한 거면 내가 앞장서서 도와주고, 걔가 머리만지거나 하면 개죽이처럼 웃고 ㅋㅋㅋ
여튼 그런식으로 살다가 고딩을 졸업했음（..）

그래서 되돌아 생각해보니까 내가 살면서 설레였거나 좋아했던 사람（나온사람 외에도 몇명 더있음）은 다 여자였고,
남자인 누군가에 호감을 가진 건 롤모델에 가까운 사람이었음. ex.똑똑한 과학자?
내가 쫄보라 그런지 한번에 확신을 못내려서 이게 귀납적으로 쌓이는게 꽤 오래걸렷음.
*아마 자기가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면! 살면서 분명히 겪었던 많은 부분들이 방향을 알려줄거임.

근데 일케 되니까 이제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건 부정할 수가 없더라고..하지만 마지막 끈（?）처럼
혹시 양성애자 일수도 있지않나 싶어서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는 부분은 열어두기로 함.


근데 대학와서 보니 양성애자 아님ㅋㅋㅋㅋㅋ


2. 커밍아웃은 처음으로 언제 했고 얼마나 했는가?

나 같은 경우에는 좀 특이했는데, 고딩때 친한 선생님이 상담 대학원을 다니셔서,
심리상담 대상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자원했고 그 때 처음으로 남한테 내 정체성에 관한 걸 얘기했음.
원래 말할 목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스트레스 받는 원인을 하나하나 짚어보니 결국 그게 나왔음...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데 그 선생님께는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음.
나는 기숙사 학교다보니 애들사이에 소문이 퍼지면 너무 힘들거 같아서 당시에 친구한테는 절대 말 안했는데,
그게 오히려 나았던거 같음. 만약 이걸 너무 말하고 싶고, 힘들다면 커밍할 친구를 잘 선택해야함.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사람일은 쉽게 퍼지기 마련이라서 정말 입이 무겁고 잘 이해해줄 친구를 선택해야됨.
정 선택지가 없다 싶으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심리상담에서 털어놓는것도 좋지않을까 함.
내가 이 부분을 강조하는 건.. 어린 나이에 아웃팅（남에게 정체성을 들키는 것）을 당하면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어서 그렇슴.

대학에 와서는 성소수자 동아리를 가입했음. 내가 살면서 한 선택 중 제일 좋았던 거임
*대학 성소수자 모임은 별 다른게 아니라, 그냥 같은 학내 성소수자 끼리 모이는 친목모임 같은거임. 같이 밥먹고 술마시고 놀고 엠티가고 그런 모임ㅇㅇ. 게이, 레즈,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바이 등등 LGBT에 속하면 딱히 진입장벽은 없는거 같음~ 대학별로 약간씩 분위기는 다른데, 인권운동 색채도 조금 있는 곳이 고려대, 부산대, 서울대, 한양대, 숭실대 일거고 다른 학교들은 아마 그런 운동 분위기가 흐릿하다고 알고 있음. 학교 모임이 궁금하면 QUV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http://quvkorea.tistory.com/ 들어가보시길 ㅎㅎ

여하간 같은학교 성소수자들과 친해지니, 내 편이 많이 생긴 느낌이라
확실히 전보다 주변사람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게 덜 두려워진거 같음.
그래서 용기내서 친한 고딩 친구들한테 한명씩 커밍을 해봤는데（20명 가까이）, 다행히 아직 실패한 적은 없음!ㅠㅠ휴
대학와서는 굳이 비성소수자한테 커밍한 적이 없는거 같아.. 나중에 필요하면 할거같음.

근데 성인이 되서, 대학교나 사회에 나가도 여러 위험이나 걱정때문에
이쪽 오프라인 생활을 안하는 사람들도 꽤 많긴 함. 흔히 말하는 벽장 closet 분들.
그들을 탓할 수 없는게 아직 우리사회가 너그럽지 못한 부분이 크고, '성소수자' 라는 부분이 약점으로 작용하기 쉽다보니
'잃을게 많은' 사람들은 철저하게 이 걸 숨기는게 나을지도 모름. 하지만 언제까지고 숨기면서 살수는 없는 법이고
짧다면 짧은 인생인데 너무 힘들게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은게 내 생각임..
기회가 된다면 숨통 트일 공간은 마련하는게 좋은 거 같다.


3. 성소수자는 정말 소수자 일까?
사실 이게 제일 내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함
이 글을 읽고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라면 궁금할 것이고,, 나또한 청소년 때 많이 궁금했던 것임 'ㅁ'..

여기서 소수자의 정의를 두 가지로 내릴 수 있을텐데
1. 물리적으로 숫자가 적은 소수자 2. 자기 권익을 지킬수 있을 수 없는 소수자（약자） 라고 해보자.

먼저 전자에 대해서 말하면 적게는 2% 에서 많은 집단은 5% 이상에 육박할 거 같음.
이 정도 비율이면 내 생각에 엄~청~ 희귀한 건 아니고 주변에 한두명은 꼭 있을법한 정도?

물론 내가 조사해본 게 아니라서 호언장담 할 수는 없지만ㅎ;;;
학교 다니면서 보니까 어느 과 든간에 100명이 모이면 반드시 한 두명 이상은 성소수자가 나오더라고..
다만, 경영학과 처럼 대형과면 개인플레이가 심해서 오프활동을 편하게（?） 시작 하는 편이고
사범대나 교대 처럼 소수과+ 상호연결이 심한 곳은 아웃팅의 위험을 더 강하게 인지해서
오프활동을 거의 안하는거 같아. 그렇지만 찾아내면 항상 있음;;ㅎㅎ
아무튼 과 특성상 오프라인으로 나오기 쉬운가 아닌가에 따라서 차이가 심한탓에
어느 과에 더 LGBT가 많느냐 하는건 알기 힘들어도, 일정 비율은 항상 유지되고 있는것 같다.

그리고 후자 의미에 관해 말하면,
점점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자기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뭉치는 경향이 강화되는 것 같다.
어찌보면 다원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귀결 이기도 하지만 내가 볼때는 긍정적이라고 봐.
그 경향의 시작점은 정확히 알기 힘들지만, 여러가지에서 그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아
앞서 말한 QUV 대학성소수자연대가 2013년에 발족하며 여러 대학의 성소수자 모임이 뭉치고
사회의 차별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 서울대에서 커밍아웃한 총학생회장 나온 것,
많은 대학에서 정식 동아리나 기구로 성소수자 모임이 등장했다는 것 등등..
（물론 이건 다 대학의 변화지만 점차 확대되리라 생각함）
성소수자들은 몇십년 전보다 권익을 찾기 위해 많이들 뭉치고 있음.
이런 의미에서 성소수자들은 약자로서의 소수자에서 조금씩 탈피하는듯 함.


4. 글쓴이는 연애를 해봤나?

2번 해봄 ㅋㅋㅋ 미안 그래도 지금은 솔로임.... ㅎㅎㅎㅎㅎㅎ 역시 웃대인..


5. 성소수자를 못 받아들이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뭐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봄.ㅎㅎ 왜냐면 나도 이걸 자연스레 받아들이는데 거의 6,7년? 쯤 걸렸는데,
이걸 직접적으로 접해본 적 없는 사람이, 단번에 성소수자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거든.
성소수자들 내에서도 게이, 레즈, 트랜스젠더, 바이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지도 못해.
그냥 서로 너는 그렇구나 하고 '인지' 하고, 유사한 동지처럼 느끼는 거지..ㅎㅎ
그러니 개인적으로 이성애자 시스젠더가 성소수자를 이해 못하는 건 매우 자연스럽다고 생각함.
다만 이 분들이 인정을 못하는 경우도.. 뭐 어쩌겠음ㅎㅎ ;;;;
인정하고 자시고 간에 엄청많은 성소수자가 있는 현실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ㅎㅎ;
다만 현실에서 너무 강하게 혐오감을 드러내는건 좀 불쾌한건 사실임..
타인에 대해 잘 모르면서 타인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고 깔보는건
다른걸 떠나서 주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거니까 ㅠㅠㅋ

그리고 간혹 안타깝게 성소수자인 성범죄자 때문에 안좋은 트라우마를 가진 분들이 꽤 많은거 같은데..
그 분들이 성소수자 전반에 악감정을 가진다던가 하는건 내가 뭐라하기 힘든 부분인거 같아.
그런 쓰레기 성범죄자들은 무조건 처벌을 강화해야 된다고 생각함 --;



아 할얘기가 엄청 많았는데 중언부언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이쯤에서 끝내야겠다..
딱히 대학생의 생활 그런건 별로 못썼네 ㅠㅠ
별로 재미없는 글 읽어줘서 고맙다ㅜ
궁금한거 있으면 답해줄게~ ㅌㅌ
태클반박 환영!! 내가 아는게 전부는 아니니까 말해주면 고마울듯 ㅎㅎ

3줄요약
1. 작성자 레즈비언
2. 청소년 때 고민 많이함
3. 한국에 LGBT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