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사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강함을 손에 넣은 자는 쓰러진 패배자를 보고 미소짓는다. 고슴도치같이 이리저리 튀어나온

검들이 서서히 몸안으로 들어간다.

"끝인가?"

천검（千劍）은 말한다.

"정말 이게 끝이란 말이냐?"

아다스가 무트를 향해 팔을 뻗자 그의 손바닥에서 가느다란 검날이 나오기 시작한다. 무트의 목을 향해 서서히,

아주 천천히.

"검을 쓰는 자가 이 정도로 쓰러질 정도의 각오로 나에게 검을 겨눈 것인가?"

그 가느다란 검의 진로를 성검이 막는다. 그리고 노려본다. 천의 검의 사내는 만족한 듯이 표정을 누그러뜨린다.

"일어서라. 네 각오가 어떤 것인지, 절대적인 강함앞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그 각오와 신념이 무엇인지 이

내가 직접 검으로 느끼게 해다오."

무트는 비틀거리며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선다.

'치명상은 없, 어. 하지만.'

치명상은 피했지만 그래도 데미지를 입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에 비해 상대는 상처하나 없는 상태.

누가 유리한지는 초등학생이 봐도 알 것이다. 그래도 무트는 마주선다.

한 사람 앞에, 아니 천개의 검날을 향해 똑바로 선다.

단 한자루의 검으로 궁극의 검에 맞선다.

"내 능력은 'sword custody'（검을 보관하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검을 천개정도 보관할 수 있지. 그 크기에 상관없이

말이다."

"천검이라. 정말이지, 검을 쓰는 자로써는 위축이 될 수 밖에 없는 걸. 혼자서 천명과 상대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야."

"네놈의 검, 네놈의 신념, 네놈의 목표, 사상, 집념, 그리고 강함이 내가 믿는 신념을 벨 수 있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

하지만 전혀 그럴 가능성이 없다면 넌 죽는다.

바로 여기에서 처참하게 길바닥의 얼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너의 검은 내가 보관하겠다."

무트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준다.

"이 검이 널 인정한다면 말이지. 쉽게 넘겨줄 것 같냐?"

싸늘한 바람이 두 사람사이를 지나간다. 그 바람이 다 지나감과 동시에 싸움이 시작되었다. 무트는 아다스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달려간다. 아다스는 그런 무트를 향해 손바닥에서 크고 작은 검을 여러개 날린다.

날아오는 그 검은 이미 상대를 베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찢고 뚫어버리는 싸늘한 총알과 같았다. 무트는 날아오는 검을

옆으로 피하고 몇개는 성검으로 튕겨냈다.

아다스의 공격이 잠시 멈춘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발짝 거리를 좁혀 나아간다. 그러나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윽?!!"

아다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오른팔을 따라 어깨까지 5자루의 검날이 나타난다. 그리고 주먹을

휘두르듯이 팔을 움직여 검끝으로 무트를 베려고 한다. 무트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뒤로 젖혔다. 섬뜩한 5개의 발톱이

허공을 가른다.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 무트는 아다스와 거리를 두며 다시 자세를 가다듬는다. 아다스는 팔에 있던 검을

다시 집어놓고 사냥감을 향해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후후. 대단하군. 보통이라면 그 공격이 마지막이 될텐데."

아다스의 왼쪽 손에 보라색을 띠는 판타지 게임에 나올 법한 검이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마검. 이 마검의 저주는 마주한 적의 움직임을 묶는 것이지. 그 효력은 상대의 강함에 따라 다른데 넌 꽤 강하군.

2초만에 저주를 풀고 내 공격을 피할 줄이야."

"마, 검이라고?"

아다스는 뭘 그런 걸로 놀라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왜 그래? 분명히 말했지, 난 천검이라 불린다고. 천개의 검중에 마검하나 섞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내 몸에 보관된 마검의 수는 50개, 소위 성검이라고 불리는 검은 30개나 된다구. 그 검마다 각자 어떤 저주와

가호가 걸려있을지 추측하며 싸우는 것도 너에겐 흥미로운 전투가 될 거라고 보는데?"

무트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문다. 그냥 검 천개를 상대하는 것도 힘든데 특수옵션이 달린 마검이나 성검까지 상대해야

한다니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저 녀석의 공격은 어디서 어떻게 올 지 예측하기가 어려워.'

아다스의 검은 몸 이곳저곳에서 돌발적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에 그때마다 눈으로 보고 대처해야한다. 지금까지는 동체시력이

남들보다 좋은 무트니까 피했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여유있군. 이 상황에서 상대를 분석할 만한 여유가 있을까!!!!!"

어느새 아다스의 양손에는 직경 30센티미터에 길이가 2미터에 달하는 이미 검이라고는 부르기가 곤란한 거대한 검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크게 무트를 향해 휘두른다.

"젠장!!"

무트는 성검을 이용해 왼쪽에서 오는 대검을 막았지만 그 기세를 죽이지 못하고 몇미터를 날아가 땅을 뒹군다.

"크헉?!!!"

성검으로 가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상당한 데미지가 쌓였다. 서는 것 조차 시간이 걸릴 만큼. 하지만 무트는

성검에서 빛의 칼날을 아다스에게 날린다. 하지만 아다스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오른손에서 십자형의 마검을 꺼냈다.

캉!!!!! 하고 무트의 공격이 마검에 닿자마자 다시 무트에게로 튕겨져 날아온다.

"?!!!!!!!!!"

날아온 자신의 공격에 당황해 회피가 늦어진 탓에 무트는 왼쪽 어깨를 베였다.

"마검 '프라가라흐'의 효력은 적의 공격을 방어하고 그 공격에 상응하는 대가를치르게 해준다고 하지."

무트는 계속 밀리고 있어서 숨을 헐떡인다.

'젠장. 공격과 수비가 완벽하잖아. 나탈도 그렇지만 이 녀석도 정말 상대하기 힘들어.'

그런 와중에 아다스는 또 하나의 검을 뽑아낸다.

"성검 '바리사다'."

그 성검은 똑바로 무트에게 날아온다. 한 자루의 검을 든 소년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