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일기..기억하시는 분 계실까요..ㄷㄷㄷ

각각의 이야기는 이어지는게 아니니까 부담없이 읽으셔도 되요 ㅎ

[BK단편] 퇴마일기 1 : 개미귀신
http://web.humoruniv.com/board/best/read.html?table=fear&year=2010&month=4&page=0&number=55046

[BK단편] 퇴마일기 2 : 내 손을 잡아줘요.
http://web.humoruniv.com/board/best/read.html?table=fear&year=2010&month=4&page=0&number=55074

[BK단편] 퇴마일기 3 : 니가 왜 거기 있는건데?
http://web.humoruniv.com/board/best/read.html?table=fear&year=2010&month=4&page=0&number=5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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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단편] 퇴마일기 unit.4 돌려줘.









아마 이 이야기는 내가 겪은 일 중에 유일하게 깔끔히 끝마치지 못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수조차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뭔가 숨기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이 일을 계속 파헤치는 일이 왠지 내가 알아서는 안될 일을 알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기때문이다.

물론 지금 나에게는 더이상 이 일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지만
사건의 전말과 해결 과정을 내가 알지 못한다는 것은 심히 찝찝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항상 말하지만
이 이야기를 그저 흥미로만 받아들일지 당신 안에 잠재되어있는 공포로 치부할 것인지는
순전히 여러분 몫이다.

물론 이 일을 정말 공포로 받아들이고 주위를 둘러본다면
당신의 어깨 위에서 함께 키득거리는 소녀를 거울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이 일은 정수가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그러니까 도서관 귀신 소동이 벌어진 이후에 생긴 일이다.

정수가 없는 상황에서 겪게 된 귀신 사건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에,
정수가 돌아오자마자 나는 그에게 그 일을 털어놓았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정수는 피식 웃으며 '그냥 지박령의 장난이야. 신경쓰지마.'라고 말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왠지모르게 억지로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한 눈초리가 어렴풋이 보이고 있었다.

"그냥 지박령의 장난이라기엔 정말 느낌이 이상했다니까?"

"도대체 뭐가?"

"뭐랄까...왠지 내가 그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어.."

"..."

"그 왜 있잖아...마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원래 다 그런거 몰라? 새삼스럽게 왜이래. 귀신을 보면 자신의 영기가 빨려들어가는게 당연한거잖아.
너무 신경쓰고 있어 너."

"그런가.."

말을 마친 정수는 외국에서 사왔다는 책을 싸들고는 자신의 집으로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버렸다.
그가 들고있는 책의 제목은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 당시의 나로서는 책 따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에）
대략 '엑토플라즘과 저승사자' 따위의 유치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확실이 이상하게 나는 도서관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의 직감（?）이란 게 무서운 것일까.）

그렇게 정수와 헤어진 나는 도서관에서의 일을 잊으려고 머리를 흔들면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솔직히 집으로 가는건지 내 발길이 따르는 데로 가는건지는 나 역시 확신할 수 없었다.
그만큼 내 정신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내 발에 무언가가 툭 걸린 것은 해가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무렵이었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내 발에 무언가가 채였는지조차 몰랐지만 불쑥 내 시야에 들어오는 물체때문에
'아 내가 무언가를 발로 차버렸구나.'정도의 사건을 인지할 수 있었다.


내 발에 채인 물건은 '안경' 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싸구려 장난감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이 그려져있는 파티용 안경.

나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그것을 집어들고는 주머니에 쑥 넣어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집에 돌아온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화장실에 가서 간단히 샤워를 한 뒤에 머리를 말리며 오늘 입은 옷을
세탁하기 위해 주머니에 들어있는 물건을 빼놓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는 얼마의 푼돈과 볼펜, 샤프심 통 그리고 '장난감 안경'이 들어있었다.
（이때 처음 내가 안경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인지한 걸 보면 그때 정말 내 정신이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평소 호기심이 많은 편이었기에 장난감 안경을 손으로 집어든 채로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별로 특별할 것은 없어 보였다.

다만,
다른 장난감 안경과는 다르게 앞이 보일정도의 구멍이 어느 곳에도 뚫려 있지 않다는 것 정도?

나는 그저 공정상의 오류로 생긴 불량품일거라 생각하며 아무 생각없이 그것을 눈에 가져다대었다.

'돌려줘.'

내가 그 안경을 눈에 가져다 댄 바로 그 순간.
내 귀에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안경에 의해 시야가 가려진 그 공간에서
음산한 여자의 음성이 메아리쳤다.

내가 놀라서 그 안경을 침대에 떨어뜨린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정말 왜 나한테만 자꾸 귀신이 꼬이는지 세상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젠장!）

나는 조심스럽게 그 안경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안경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 안경이 다른 장난감 안경과 다른 점은 또 하나가 있었다.

눈동자가 붉다는 것.

이미 안경때문에 무서운 일을 한번 겪고 나서 그런지, 평소같으면 그냥 넘어갈 작은 일이
하염없이 수상하게 보이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나는 안경을 뒤집에 뒷편을 바라보았다.

그 곳은 온통 빨간 색으로 덧칠되어 있었다.
아니, 덧칠되어졌다기 보단 덕지덕지 빨간 무언가가 발라져있다고 하는 것이 적절해 보였다.

나는 조심스레 그 곳으로 손을 가져다대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 곳을 손으로 닦아 볼 생각을 했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몇번을 닦았을까.
빨간색으로 칠갑되어있던 안경의 안쪽은 본래의 검은색을 띄게 되었고,
공정상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그 곳에는 보란듯이 안구 구멍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 안경을 다시 써보았다.
그리고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돌려줘.'

나는 안경을 벗지 않았다.
정말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돌려줘.'

나는 눈을 스르르 떠 보았다.

그리고는 사람이 기절할 때는 무서운 것을 바라보고 몇 초 뒤에 쓰러지는 것을 죽도록 원망했다.

안경 틈새로 바라본 내 방 풍경은 온통 빨간색 피로 뒤범벅되어있었다.
바닥에는 피들이 흥건하게 고여있음은 물론이었고,
벽에 흘러버린 빨간색 핏자국은 마치 피의 감옥을 연상시키는 것 같았다.
더욱 무서운 것은 천장이었다.
그곳은 마치 피들이 종유석이라도 되는 듯이 땅을 향애 붉은 이빨을 드리우고 있었는데,
그 뾰족한 끝에서 피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라고 느낄만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였다.

아마 이쯤되면 다들 예상하겠지만,
（귀신이 나오지 않았다면 내가 기절하지도 않았겠지..）

내가 정말 정신을 잃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나의 방 창문에 시선을 고정시킨 이후에 발생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방 창문은 그리 크지 않았기에, 사람 한명이 겨우 드나들 정도였는데
아랫쪽 창틀에 무언가 이상한 물체가 걸쳐있었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거머리 정도의 크기였던 그 물체는 시간을 거듭할 수록
（천장의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핏물의 소리에 맞춰）
조금씩 커지고, 아래로 미끄려져 내려왔다.

나는 안경을 두 손으로 꼭 쥔채로 그 물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물체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창문을 넘어서 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와 점점 가까워질 수록 사람의 형체를 띄기 시작했다.

（생각해봐라. 검은색 물같은 형체가 나에게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사람의 형체로 변하고 있다고!
그것도 피칠갑된 뻘건 방안에서!）

장난감 안경의 조그마한 구멍.
그 한정된 공간 안에서 보이는 검은 색 형체는 나의 모든 시야를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빨간색 방과 고립된 시야는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물체는 점점점 나에게 다가왔고
결국에는 나와 1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흔들.

흔들.

흔들.

흔들.

자신의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이불처럼 느긋하지만 육중한 움직임이었다.
그 것은 처음에는 그저 흔들거릴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폭이 넓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자신의 몸을 땅에 좌우로 쾅쾅 부딛히기 시작했다.

그 물체가 땅에 한번 닿을 때마다 땅에 고인 피는 사방으로 흩날렸고,
천장의 종유석은 내 머리를 향해 떨어질 듯 크게 요동쳤다.

그렇게 몇분이 흘렀을까.

순간 그 물체의 움직임이 멎어버렸다.

내 숨도 멎는 듯한 느낌이었다.

일정한 시계추 운동에 익숙해져버린 내 눈은
그 끔찍한 적막을 이겨낼 힘이 없었다.

폭풍전야.

내 손에서 흐르는 땀은 이미 폭포수가 되어 땅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터져버릴 듯한 적막과 미칠듯한 광경에 못이겨 나는 안경을 벗으려 손을 안경에 가져다대였다.

그때,
그 물체가 내 눈앞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 물체는, 아니 이제는 어엿한 여자의 형상을 띈 그 것은
내 눈앞에 자신의 면상을 들이대었다.

아마 내가 정신을 잃은 것은 이때였던 것 같다.
그녀의 얼굴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확실히 내 뇌리에 각인되어있는 귀신의 모습은

나를 향해 웃고있는, 100여개의 뽀죡하고 빨간 이빨을 가진 입과

"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

라고 외치며 내 눈을 번걸아 찌르고있는 뾰족하고 깡마른 손가락 뿐이었다.






#






다음날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정수에게 달려갔다.
이러한 일에서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자, 내 유일한 친구는 정수 뿐이었기 때문이다.

"나..나 좀 도와줘.."

"뭐야 너.. 땀을 왜이렇게 흘려? 무슨 일인데?"

나는 어제 처음 안경을 주웠던 일부터, 어젯 밤에 겪은 끔찍한 일까지 빠짐없이 그에게 털어놓았다.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왜 그걸 주운거야?"

"나도 모르겠어..그저 집에와서 확인해보니 주머니에 들어있었어."

"하아...확실히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거 보면..."

그는 옆에 놓여있던 책을 쓰다듬었다. 저번에 본 그 저승사자에 관한 책이었다.

"어떻게 해야하지...분명 오늘도 나타날거야..확실해..."

"휴...기다려봐."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노란색 종이와 빨간 색 먹, 그리고 벼루와 붓을 들고 나왔다.
그러더니 빨간 색 먹을 이용해 노란색 종이에 부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거 받아."

"이거 효과 있지?"

"아마도. 다만 중요한 게 있어."

"뭔데?"

"일단 이 부적을 니 방문 위쪽에다 붙여. 그 뒤에 귀신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그리고는 그 문을 등지고는 눈을 감고 니가 가져왔단 그 안경을 문 밖으로 던져버려.
니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건, 어떤 일들이 벌어지건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알았지?"

"어째서 뒤를 돌아보면 안되는건데?"

"휴..아무래도 니가 가지고왔던 그 안경은 니가 봤던 귀신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인 것 같아.
하지만 그걸 니가 써버림으로써 그 귀신을 깨어나게 만든거지. 그렇기때문에 넌 그 귀신을 다시 속여서
그 안경으로 들어가게 만들어야해. 그런데 만약 니가 그 귀신을 봐버리면 귀신은 그 안경보다 너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될거야.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넌 그 귀신과 눈을 마주쳐선 안되는 거지."

"휴..무섭네.."

"꼭 명심해. 절대 돌아보지마. 절대."

"알았.."

"눈 조차 마주치지마 절.대."

나에게 신신당부하는 정수의 모습은 왠지모르게 상기되어 있었다.








#








시간은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정수가 그려준 부적과 안경을 꺼내 문 앞에 섰다.
（물론 정수가 12시에 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귀신이라고 하면 모름지기 12시에 활동하는게 멋지니까
12시에 의식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잠시 숨을 고른 뒤에, 나는 조심스레 의자를 집어들고 방 문 위에 정수가 준 부적을 붙였다.
그리고는 안경을 조심스레 들고는 문에서 조금 떨어져서 등을 돌렸다.

안경을 썼다.

"돌려줘."

두 눈을 꼭 감았다.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지만 도무지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귀신이 내 등 뒤를 덮칠 것만 같았기에..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순간 내 귀를 찢을듯이 울려퍼지던 귀신의 목소리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고,
주위는 한산한 적막으로 뒤덮여져 버렸다.

"끝난건가..? 이제 안경만 던져버리면 되는거야..?"

나는 꽉 주고 있었던 전신의 힘이 조금은 풀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였다.

쿵!

타다다다다닥

쿵!

타다다다다닥

쿵!

타다다다다닥

쿵!

방 안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벌떡 일어나 눈을 질끈 감았다.
무언지는 모르지만 아직 일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뒤에서는 여전히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리가 집 안을 채우고 있었다.

쿵!

타다다다다다닥

쿵!

타다다다다다닥

쿵!




왜였을까...
그 순간 나는 살짝, 아주 살짝 눈을 떠버리고 말았다.

물론 문에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난 그 귀신을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눈을 마주칠 일은 더더욱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난 확실히 귀신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나










'창문에 비친' 귀신의 눈과 마주쳐버리고 말았다.

그 귀신은

부적이 붙어있는 곳을 향해 자신의 머리를 쿵! 박고는 사라지더니
다시 저 뒤에 모습을 드러내고는 타다다다다닥 뛰어서
쿵! 하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 바람에 부적은 떨어질 듯이 달랑대고 있었다.

창문에 비친 나를 바라본 귀신은

타다다다닥 달려오면서 벽을 향해 머리를 쿵! 하고 박았다.

그 순간에도 그 귀신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내 심장박동은 거세게 뛰고 있었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내 심장박동 소리?

아니.

귀신이 벽에 머리를 박는 소리.

더이상 귀신은 뒤로 돌아가 뛰어오지 않았다.

부적에 의해 막힌 내 방을 손톱으로 벅벅 긁어대며
제자리에서 머리를 쿵쿵 쳐박고 있었다.

귀신에게 뇌수나 피 따위가 있을리는 없겠지만
만약 있다면 귀신의 주위는 뇌수나 피따위로 얼룩져있으리라..

나는 내 몸이 앞으로 스르르 떨어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내가 정신을 잃어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귀신은 나를 보며 입이 찢어질 듯 웃고 있었다.

"돌려줘."

기절한 나의 귀 바로 옆에서 귀신의 소리가 들려왔다.







퇴마는 실패했다.









#








안경 귀신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며칠간 그 귀신은 내가 잘 때마다 내 위에 올라타서는 감은 내 눈을 손으로 쿡쿡 찌르며
"돌려줘"를 연발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부터인가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를 연발하더니 안경을 가지고 소리없이 사라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정수에게 물어봐도 그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그렇게 내 기억속의 안경 귀신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러다 며칠 뒤에
땅에 떨어져 있는 장난감 안경과 그 안경을 들고 엄마를 향해 뛰어가는 조그마한 꼬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쪼록 그 꼬마의 해맑은 웃음이 사라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