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분명히 3층을 가리키고 있다.
[분명히 인호가 입원한 10층을 눌렀는데...]
[!!]
그 순간 난 깨닳았다. 내가 마지막 누른 10층이 다른세계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다는 것을.
취소를 해야한다. 무조건 해야한다. 난 이때 머리속에 이생각 밖에 없었다. 다른세계에 대한 무서움이 아니라 온몸에서 느끼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존본능이었다. 난 다급히 2층을 눌렀다.
[제발...제발...멈춰]
그 순간 내 반대편 손등과 그녀의 팔이 스첬다. 너무나도 차갑다. 도저히 이건 사람의 체온이 아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쳐왓다.
비록 곁눈질이지만 그녀는 아직도 부동조차 없었다.
[2층입니다. 드르륵...]
정말 간발의 차였다. 난 뒤도 안보고 뛰처 나갔다. 비로소 엘레베이터 옆에있는 카운터에 다른 간호사가 있는걸보고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엘레베이터가 닫기는 순간 난 마지막으로 그녀를 볼수 있었다. 처음 엘레베이터에 들어왔을때보다
훨씬 창백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입으로 뭔가 중얼 거렸다.
[.....]
뭐라는거지? 도저히 알수 없었다.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날보며 말한것만은 분명하다.
[저기...괜찮으세요?]
내가 이상하게 보였는지 약간 겁에 질린듯이 간호사가 내게 말을 걸었다.
[.....]
도저히 대답할 수가 없었다. 정말 이게 현실일까? 혹시 다른 세계에 와서 다른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건 아닐까?
하지만 곧 다른 사람들을 보이자 여기가 원래 세계라는 것을 깨닳았다. 나를 이상하게 본사람은 간호사뿐만 아닌듯했다. 로비에서
쉬고있던 몇몇안되는 모든 환자들역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예..괜찮습니다]
괜찮을 리가 없다. 그순간이었다.
[우우우웅...우우우웅...]
주머니에서 뭔가 울리기 시작했다. 인호였다.


-짜식이 귀찮게. 아랏어 빨리와


-뭐야 물끊이라고 해놓고 왜이렇게 늦게와?
내가 먹어버린다?

-정말 오곤있는거야?


문자가 동시에 3통이나 왔다. 인호가 평소에 아무리 빨리 문자를 보낸다고 해도 이건 불가능 하다. 마치 잠깐동안 내가 다른세계에
있다가 온듯했다. 다른세계...분명 그 망할 괴담에서도 그렇게 말했던것이 생각났다. 온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자 앉을 곳을 향해
로비에 있는 원반형 탁자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아까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각자 할일들을 하고 웃고
떠들뿐이었다. 대체 그여자는 뭘 말했던걸까..분명 긴말은 아니었다. 짧은 한 음절인것만은 분명했다. 갑자기 인호가 보고싶어졌다.
인호가 아니어도 된다. 그냥 내가 아는 사람이면 될것 같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인호가입원한 병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는건 도저히 엄두가 안나 계단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10층. 분명히 안내판은 여기가 10층이라고 가리키고 있다.
[...난 분명 2층을 눌렀는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도저히 상황 정리가 되지 않았다. 방금 내가 겪은 일이 실제인지도 햇갈릴 지경이었다.
눈물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인호가 너무 보고 싶다. 난 인호가 있다는 병실을 찾아 가기 시작했다.


-1021호 의로보험 최인호


문옆에 똑똑히 써져있다. 난 다시 현실세계에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덜컥]
[짜샤!! 왜 이렇게 늦게 오는거냐 너보고 싶어서 죽을뻔했다구]
이녀석은 나에게 어떤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그 특유의 능글맞음으로 나를 반겼다.
[어라라..오늘따라 표정이 심각하네. 그렇게 오기싫었냐? 짜식이...그나저나 아깝다. 방금 컵라면내가 먹었거든. 조금만 빨리오지.
면이불면 맛이 없을까봐. 헤헤]
난 순간 멍해졌다. 인호가 '아깝다'를 말할때 그 입모양은 마지막 엘레베이터안에서의 간호사가 날보며 한 입모양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상택..아?? 혹시 화났어? 겨우 컵라면 하나먹은거 가지고 짜식이. 됫다 임마 내가 지금 바로 물올려줄게 소심한놈~]
난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아깝다고? 대체 뭐가. 뭐가 아까운거지? 날 놓친게아깝다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