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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명의 전쟁고아 패거리를 이끌고 서울역, 남산, 남대문에서 전쟁 중 혼란을 겪여내어야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 회현동 패거리와의 싸움, 군인등에 의한 구타, 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지금.......
영화같은 그의 이야기는 아래에 있습니다.
...
남대문 코주부
얼마 전 나는 우연히 한 쪽방촌 독거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의 사진을 보아하니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듣자니 자신의 처지도 불우함에도 자신보다 더 안 좋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우며 살고 있다고 한다. 본인의 몸도 이미 고장이 날 때까지 나서 당장 내일 죽어도 모자랄 판에 더 아픈 사람을 돕고 있다니, 역시 그는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그는 우리들 대장 시절, 그러니까 코주부 시절부터 항상 그래왔으니까.
서울 공덕동이 집이었던 그는 일본인 어머니 집에서 자랐다. 그래도 부모님들은 그 시절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매우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그의 어머니는 결국 일본으로 도망치듯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긴 그 시절에 일본인으로 한국에서 살기란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금방 새어머니를 들였고 그 덕분에 코주부는 부모님과 함께 충남 서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6.25전쟁은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그의 새어머니는 그를 매우 싫어했다. 덕분에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하루다 멀다하고 다투는 일이 잦았다. 겨우 10살이나 됨 직한 아이가 그 틈바구니 속에서 꿈을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결국은 그 작은 아이를 안쓰러워했던 할머니는 그를 서울 만리동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할머니는 코주부를 남 부럽지 않게 밝게 키우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한다. 코주부는 서울에 올라가자마자 ‘소의 국민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난 코주부와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주로 서울역 근처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다녔다. 전쟁이후 서울은 박살이 났지만 그 당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마저 박살나지는 않았기에 우리는 그 전쟁의 흔적 사이사이를 잘도 돌아다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인천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서울역 근처에 왔다. 그들은 당시 우리보다 2~3살 많은 아이들이었는데 넝마주이 패거리였다. 그들은 서울 근교를 돌아다니며 어린 넝마주이들을 붙잡아다 강제로 일을 시키는 것을 하곤 했다. 그걸 다른 말로 “똘마니 잡는다.”라고 했다. 그 중의 대장이 바로 ‘호랭이’였다. 당시 우리는 코주부를 빼고는 다 전쟁고아였기에 우리를 잡아가려고 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주부도 우리와 함께 갔고 나를 포함해 5명이 인천으로 끌려갔다. 호랭이의 소굴에 도착을 하자 넝마주이들이 20명 정도가 있었는데 그들에게 일명 ‘깔꾸리’로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깔꾸리’는 종이나 쓰레기를 줍는 쇠막대기 같은 것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대들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나이와 폭력에 결국 하나둘씩 빌기 시작했고 끝까지 버틴 코주부도 잘못했다고 때리지 말아달라고 하는 모습이 우리는 모두 포기를 했다. 대장이 기가 꺾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날 밤 밤새 끙끙대고 훌쩍이며 밤을 지새웠다. 낯선 곳에서 아침이 밝자마자 인천 패거리는 우리에게 구역을 정해주고 구걸과 고물을 주어오는 일을 시켰다. 그들이 우리를 너무 쉽게 본 것일까. 우리는 그들이 눈에서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서울로 도망을 왔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코주부는 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코주부는 할머니가 그를 이뻐 한 만큼 할머니에게 엄청 잘 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할머니는 정말 매우 좋으신 분이었는데 가끔 우리 같은 고아들이 집에 놀러 가면 없는 살림에도 꼭 콩나물밥을 해주시곤 하셨다. 그래서 당시에 물을 긷기 위해서는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약수터를 가야했는데 우리가 밥값을 하는 셈치고 물지게를 들고 몇 번을 왔다갔다한 적도 있었다. 그런 할머니였기에 코주부 걱정을 많이 하셨고 아마 그만큼 많이 혼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일 이후로 코주부는 할머니의 말을 잘 안 듣게 되었다. 그는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는 우리는 서울역에서 고아 등을 모아 패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는 다섯으로 시작을 했다. 코주부는 유난히 코가 컸다. 돼지는 키에 비해서 너무 뚱뚱했는데 그는 항상 입버릇처럼 배가 고프다고 했다. 빼빼는 우리 중에 키가 가장 컸다. 그리고 싸움도 자주 하던 친구다. 그는 의리가 좋아서 항상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번개는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깡다구가 있던 탓에 인천에서 가장 많이 두들겨 맞은 친구이기도 했다. 키가 작은 것이 그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항상 돌이건 작대기건 무언가를 들고 다녔다. 그리고 나는 참새다. 나는 말이 좀 많은 편에 그다지 싸움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냥 그럭저럭 분위기를 맞춰주는 그런 역할을 했었다. 그렇게 서울역 패거리 생활이 시작되었다. 코주부는 워낙 수완이 좋았다. 금방 코주부를 따르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사실 결국 우리도 전쟁고아들을 ‘똘마니 잡은 것’이긴 하지만 적어도 넝마주이 패거리들처럼 그들을 착취하는 일은 없었다. 단지 우리 패거리에 들어와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자는 취지였으니까.
그리고 결국 그 날이 왔다. 호랭이 넝마주이 패거리는 도망간 우리가 괘씸하다고 생각했는지 한 달이 좀 지났을 때 자신의 패거리를 몽땅 끌고 나왔다. 약 20~30명 정도가 되는 넝마주이 패거리들이 서울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점심이 조금 지나서였다. 그들은 예외 없이 ‘깔꾸리’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서울역 넝마주이 애들을 보는 족족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 날 우리는 근처 시장에서 코주부의 할머니가 사주신 팥죽을 얻어먹고 있는 중이었는데 패거리 중 하나가 우리에게 달려와서 호랭이가 나타났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코주부는 남은 팥죽을 내려놓고 뛰기 시작했고 우리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코주부의 할머니는 뭐라고 소리를 치면서 우리를 따라오시려고 하셨다. 그건 무리였다. 할머니는 몸이 많이 안 좋으셔서 거동이 불편하셨기 때문이다. 한 쪽 다리를 끌면서 우리를 쳐다보시던 그 눈빛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우리가 그 곳에 도착했을 때는 호랭이가 넝마주이 애들 몇을 잡아 놓고 윽박지르며 험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었다. 우리가 나타났을 때 그들은 우리를 보고 비웃기 시작했다. 맞은 기억이라는 참 무서운 것이었다. 그들을 보자마자 맞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코주부를 보았다. 그 또한 숨기려고 했지만 다리가 떨리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대장이 겁을 먹으면 나머지는 아무 도움이 되질 못한다. 나는 그가 용기를 내질 바랬다. 깡다구 좋던 번개도 각목을 만지작거릴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호랭이랑 몇이 우리에게로 왔다. 호랭이는 ‘깔꾸리’로 코주부 머리를 툭툭치며 오늘은 아예 죽고 싶어서 그러냐고 했다. 코주부는 용기를 내야했다. 다들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랭이 패거리들은 점령군 마냥 우릴 비웃었고 누굴 끌고 가서 무슨 일을 시키느냐를 자기들끼리 농담처럼 주고받았다. 호랭이가 깔꾸리로 코주부를 4 대쯤 때리고 나머지 넷이 뒷덜미를 잡히려는 순간, 코주부는 용기를 냈다. 코주부는 괴성을 지르며 그 큰 호랭이에게 덤벼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우리 나머지 넷도 다 같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때까지 겨우 숨만 죽이고 바라보던 우리 패거리 40명의 아이들은 일어나서 덤비기 시작했다. 사실 그 날까지 우리는 약 40명을 모았었다. 그러나 그런 위기가 없던 상황에서 40명의 결속력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코주부의 단 한번 용기로 인해 그 40명이 비로소 ‘우리’가 된 것이었다. 아이들이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었다. 밖에서 보자면 동네 거지 아이들 60명이 패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니 정말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날 결국 우리는 ‘침략군’을 물리쳤다. 겨우 서울역 근처 전쟁고아에 거지들에 불과했지만 그날 만큼은 외로움에서 벗어나 작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호랭이 패거리는 다시 이쪽으로 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인천으로 돌아갔다. 다들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코주부도 혼자 조용히 할머니가 기다리시는 집으로 돌아갔다.（ 만일 여기까지 읽었으면 '너를 갖겠다 츄릅' 이라고 댓글 달아줘）
그 날 이후로 서울역 근처는 바쁘게 돌아갔다. 코주부는 절대 아이들에게 넝마주이 일을 시키지 않았다. 대신 신문팔이, 껌팔이, 구두닦이, 아이스크림 장사 등을 같이 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전쟁고아 등은 대부분 넝마주이 일을 하였고 각기 패거리를 만들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전쟁이란 참혹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그렇게 살길을 찾아갔다. 그러다보니 자주 넝마주이 패거리들과 부딪히기 시작했다. 어느 패거리들은 우리가 상대할 수 있었으나 좀 규모가 있거나 뒤가 있는 패거리들은 우리가 상대하기 어려웠다. 끽해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우리 패거리는 그런 상황에서 항상 잠을 편하게 잘 수 없었다. 또 코주부는 당시 두 가지를 피해 다닐 수 밖에 없었는데 첫 번째가 규모 있는 넝마주이 패거리였다. 그들은 코주부를 자기 밑으로 두기 위해 온갖 협박과 회유를 해왔다. 그렇기에 항상 코주부는 골목길로만 숨어 다녔다. 두 번째는 바로 코주부의 할머니였다. 호랭이 사건 이후로 코주부는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들이 많았고 그 때마다 할머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코주부를 찾으러 다녔던 것이다. 우리가 같이 어울리다가 할머니 모습이 보일 때면 코주부는 숨어 버리곤 했는데 그 모습은 결코 잡힐까봐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할머니에게 미안하다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코주부에게 너는 전쟁고아가 아니니까 집에 있어도 된다고 하였으나 코주부는 우리들끼리 두는 것이 불안했는지 아님 미안했는지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그런 할머니와 코주부의 모습을 보며 참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도 돈이 조금 생기면 코주부는 언제나 가장 먼저 집으로 돌아갔으며 맛있는 것이 생겨도 가장 먼저 할머니에게 갖다 드렸다. 할머니는 단지 코주부가 편한 이부자리에서 잠을 자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마음이 편치 않았으나 코주부는 우리에게 일종의 책임의식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았다.
점점 그 생활이 익숙해지자 우리는 제법 이름 있는 패거리가 되었다. 우리의 주요 활동 구역은 서울역, 남산 그리고 남대문이었다. 서울역에서는 우리가 대장 노릇을 자처했지만 그곳을 벗어나는 순간 다른 곳은 아이들의 또 다른 전쟁터였다. 다른 구역은 이미 넝마주이 패거리들의 것이기에 싸움도 많이 있었다. 아치 패거리, 영식이 패거리 그리고 가장 거친 놈들인 곰돌이 패거리 등이 있었다. 특히 곰돌이 패거리는 주로 남대문과 남산 근처에서 활동을 했는데 시비가 붙은 날이면 밤에 몰래 서울역 구역으로 기어 들어와 자는 애들을 잡아가서 두드려 패기가 일쑤였다. 결국 번개와 빼빼가 어느 날 일부러 남산 쪽에서 아이스크림 장사하는 애들을 잡아 아이스크림 통을 빼앗았다. 화가 난 곰돌이 패거리는 어김없이 그날 밤 늦게 패거리 몇을 끌고 서울역으로 왔다. 우리는 미리 기다리고 있었고 그 날 상황은 코주부에 의해 정리되었다. 그렇게 점차 남산과 남대문 구역까지 우리가 눈여겨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남산과 남대문 구역은 돈이 되는 곳이었기에 기존의 토박이들이 가만히 있지를 않고 항상 우리를 벼르고 있었다. 우리는 남산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해야 했기에 그 패거리와의 다툼을 각오해야 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이 있던 것이 바로 회현동 패거리였다. 가장 숫자도 많았기에 남대문 시장 안 공원시장은 자주 충돌이 일어나는 곳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돼지, 빼빼, 번개, 그리고 코주부와 함께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러 남산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러다가 남산 밑에서 회현동 패거리 7~8명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들도 우리를 알고 우리도 그들을 알기에 처음에는 그저 욕설과 멱살을 잡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신경전에 점차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우리는 구경꾼을 피하기로 하였다. 그 때 근처에 공사 중인 4층짜리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그 건물 4층에서 서로가 마주보고 있는데 갑자기 번개가 먼저 각목을 휘둘렀고 그렇게 싸움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처음부터 우리가 숫자가 적은 탓인지 내가 싸움을 못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날 정말 많이 맞았다. 아이들끼리 이리저리 엉키어 있는 와중에 난 희미하게 보았다. 코주부와 어떤 아이가 건물 밖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나는 금방 기절을 해 버렸기에 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코주부가 죽거나 불구가 된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무슨 철근 같은 것에 한번 걸린 덕분에 등과 다리만 다쳤을 뿐이었다. 천운으로 목숨을 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코주부는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죽음의 문턱을 한 번 밟은 그였기에 그에게 본래의 모습을 찾으라고 아무도 강요할 수 없었다. 그는 이전처럼 우리에게 부드러운 대장이었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고아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던 그였으나 예전에 그 독한 기운은 왠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회현동 패거리와의 다툼이후로 남산 근처에 자주 가지 않았기에 그의 그럼 모습은 그런대로 우리 패거리를 유지시켜주었다.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그는 그날 이후로 집에 들어가지 않았고 아예 서울역 근처에 방을 하나 얻어서 그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는 서울역 구역을 그렇게 조용히 관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생활도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어느 날 밤에 우리 숙소로 경찰들과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군홧발과 몽둥이로 우리를 무자비하게 두들겨 팬 다음 트럭에 태웠다. 끌려간 곳은 무슨 군부대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6사단이었다고 한다. 무슨 천막 같은 곳에서 한참을 또 두들겨 맞았다. 우리는 그 예전 인천 호랭이 패거리에게 맞던 기억이 났다. 아마 그것보다 더 심했던 것 같았다. 적어도 그 때는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했으니까. 특히 코주부가 정말 많이 맞았는데 한참을 그렇게 맞고 쓰러져 있으니까 어떤 대령 하나가 들어왔다. 그러고는 코주부에게 네가 코주부가 맞냐고 물었다. 코주부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떨면서 맞노라고 대답했다. 대령은 주위 군인들에게 이런 어린애를 왜 데려왔냐고 소리를 지르며 도로 데려가라고 말했다. 사연인 즉 남대문 일대에서 코주부 패거리가 워낙 유명하니까 무슨 깡패 집단인 줄 알고 잡아들인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깡패가 아니었다. 사실은 그냥 고아들, 거지들끼리 어울리는 패거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결국우리를 풀어 주었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그를 간호하느라 그의 곁에 붙어 있었다. 그가 정신을 조금 차려서 일어났을 때 그에 눈에는 이미 그 이전의 총기는 사라져 있었다. 그는 혼잣말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할머니에게 돌아가겠다고 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또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다만 그가 발을 절뚝거리며 집으로 몸을 옮기는 것을 부축하며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는 계시지 않았다. 다만 코주부의 고모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큰고모라는 사람이 코주부를 보자마자 뺨을 때렸는데 그제야 코주부의 몰골을 보고는 손을 거두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할머니는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계속 집에 안 들어오는 코주부를 찾으러 매일 같이 할머니는 코주부를 찾으러 나갔었다. 그러다가 원래 지병이 도져 한 이틀을 꼬박 집에서 앓고 계시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서울역 근처로 찾으러 나가셨다가 갑자기 쓰러지셨고 그 길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 손주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하셨다고 했다. 코주부는 바닥으로 힘없이 주저 앉았다. 집 한 켠에는 먹다 남은 듯한 콩나물이 한 움큼 널려있었다.
코주부는 더 이상 우리 대장 노릇을 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그가 우리를 챙겨 줬다면 그 날 이후로는 우리가 그를 챙길 수밖에 없었다. 싸움과 구타의 후유증으로 인해 그는 허리와 다리를 잘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일부러 군대에 자원입대 했지만 금방 의가사 제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코주부가 대장 자리를 내어 놓고 난 이후로 패거리들은 이내 와해가 되었으며 우리도 나이를 먹어 더 이상 바닥 패거리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우리도 각자 살 길을 모색해야 했다. 코주부는 친구들이 자신을 돌본다는 것에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는 친구들에게 떠나라고 했다. 가장 먼저 돼지가 떠났다. 지방에 일자리가 있다고 했다. 빼빼는 아무 말도 없이 다른 동네로 떠났는데 그 곳에서 주먹패를 한다고 들은 것은 아주 나중의 일이었다. 번개는 코주부 곁에서 장사를 했었다. 그러나 장사는 신통치 않았고 예전처럼 다른 애들에게 팔라오라고 시킬 수도 없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결국 번개는 알던 여자와 함께 바다에서 장사를 해보겠다며 우리를 떠났다. 나는 가끔 막일도 하고 시장통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코주부를 돌보았다. 코주부도 나를 도우려고 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코주부는 그런 나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으나 나는 그에게 진 빚을 갚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코주부는 남에게 신세를 질 사람이 아니었다. 어디서 났는지 모르지만 그가 모아 놓은 약간의 돈을 내게 남겨두고는 어느 날 밤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그의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가 떠난 이후로 한동안 그를 잊고 있다가 몇십년이 지나 그의 소식을 들은 것이다.
쪽방촌내에서 그의 생활을 들었다. 그는 아침마다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가뜩이나 안 좋은 다리를 그의 집의 그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넘어져 또 다쳤다고 한다. 어떤 정신과 약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가끔 잠에서 깨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당최 알 수 없다고 한다. 또 약 먹는 것을 자꾸 까먹어 주변에서 같은 약을 여러명이 나누어 갖고 있다가 그를 챙겨준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자기보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반찬을 날라다 준다는 것이다. 역시 그답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코주부를 찾아갈 예정이다. 나는 참새라 싸움은 못했지만 항상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것은 내 특기였다. 다시 몇십년이 지났어도 서울역에 있는 코주부를 위해, 다시 내가 그의 패거리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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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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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20:03] |
답글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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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의무적자 |
큰글사랑 티셔츠 연예인 응원 릴레이 2번은 가수 배다해씨가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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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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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사모 |
헤헿 사랑해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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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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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다시 |
옷의 내용은 너의페니스는 돋보기로 봐야한다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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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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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의무적자 |
재미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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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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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부 |
근데 님네 하는 일이 정확히 어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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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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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의무적자 |
흠 쉽게 말씀드리면 어려운 복지취약계층에 대한 사연을 책으로 널리 알려 우리의 이웃들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취지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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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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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부 |
오 멋지다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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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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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의무적자 |
넵 감사합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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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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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8범블랙존슨 |
너를 갖겠다 츄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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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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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의무적자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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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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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소환사 |
어시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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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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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의무적자 |
다음에는 어시소환어시스트라는 닉도 나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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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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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웹스 |
눈...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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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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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의무적자 |
흠 죄송합니다 문장간격을 좀 더 띄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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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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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추왕자 |
배다해님 추천!!!!!!♡코주부할아버님 2빠로 추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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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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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의무적자 |
곧휴가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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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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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짜응높나새 |
웃대 공식천사 엔터스와 착사모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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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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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의무적자 |
착사모는 오셨는데 엔터스님은 안 오심 T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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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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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충이 |
너를갖겠어츄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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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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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의무적자 |
ㅎㅎ감사합니다 저를 가지셔요 휴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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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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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수클리토리스 |
와 정말 재밌게 잘읽었습니다..너를 전부 갖고싶어 츄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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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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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의무적자 |
감사합니다 ^^ 실례지만 메리클리토리스님이랑 산타클리토리스님이랑은 무슨 관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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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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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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