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내 동창이며
친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아파트를 살아서 오고가며 자주 보던 사이.


나는 아직도 정신적인 문제는 누구한테나 올 수 있으며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동네에서 유명한 미친놈（아쉽게도 현실에서 불리는 칭호이기에 쓴다）이
같은 아파트, 같은 중학교를 나온 '동네친구'이기 때문이다.


멀쩡한 아이였다. 말 그대로, 조금 키가 작고 소심한 면은 있었지만 친구들도 있었으며 왕따도 아니었다.
동네가 작은 동네는 아니었지만 보통 초등학교 중학교는 가장 가까운 곳을 가기 마련이라
아파트 단지내에 또래끼리는 어렸을때부터 알게모르게 다 아는 사이였다.

굳이 짬을 내어 어울려놀정도로 친분이 있진 않았지만, 마주치면 인사를 하며 집에 가끔 가는길에
만나기라도 한다면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집에 같이 가고는 하던 사이였다. （같은 동에 산다）


어느 날,
그렇게 중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마주쳐 걸어가는 길이었다.

기억도 안나는 이런저런 소소한 수다를 떨며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그 친구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이야기를 하였고
갑자기 어딘가에서 욕이 들려왔다.


위치는 우리 집보다 위에 살던 그 아이의 집 창문.


그 친구의 엄마는 내가 그 친구를 괴롭힌다고 생각을 했는지
창문으로 하교길을 지켜보시다가 별의 별 쌍욕을 하시는거였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기겁을 하며 내 어깨동무를 뿌리치며 미안하다던 그 친구의 표정.

난 어리둥절하며 같이 아파트로 들어갔고
그 친구는 내가 먼저 내린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했다.


한참 리니지에 빠져있던 나는 （모뎀시절이었다） 거실에 있던 컴퓨터로
하교 후 바로 리니지를 하고 있었고 집에는 엄마가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다.



15분 쯤 지났을까?



초인종이 눌리며 문이 쾅쾅거리기 시작했고,
엄마가 문을 열자마자 아까 봤던 그 친구의 어머니이신 그 아줌마는
자신이 본 장면을 몇백배로 확대해석 하시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시며
우리 엄마에게 엄청난 기세로 따졌다.

나는 그저 엄마 옆에 서서 억울하다며 잘 설명하려 하였고
영문도 모르던 우리 엄마는 처음엔 이해한다며 아주머니를 달래었지만
도가 지나친 일방적인 막말에 결국 내쫓다시피 문을 닫고는 황당해하시며
나에게 자초지종을 물으셨다.



그 일은 흐지부지 흘러가고
이 후에 아파트 내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몇달에 한번은 꼭
밤이건 새벽이건 밖에서는 어떤 한 여자의 죽이네 살리네의 고성이 지속되었으며
경찰도 수십번 왔다 가고 그 기억이 대학교까지 있으니 적어도 5~6년은 지속된 것 같다.
한번은 길가던 주민이 조용히좀 하라고 했다가 그 아줌마가 폭행을 해서 피해주민 아들이 나와서
패버린 일도 있었다.

역시나 이 사건의 모든 주인공은 그 아주머니.


동네에서는 유명해졌으며 나도 엄마를 통해 들었지만
별의 별 소문이 돌았다.
남편이 바람을 펴서 미쳤다느니, 원래 정신병이 있다느니 등등.



그 친구는 어떻게 되었냐고?

내가 고2때 그 친구랑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던 동네 애한테 들었는데
자퇴를 했다고 한다.
（ 난 이 이야기때도 제일 화가 났던건, 선생들이 자퇴했단 이야기를
하면서 미친놈이 자퇴했다라는 표현을 썼다는 거다 ）



그렇게 나이가 먹어가며
점점 동네아이들은 동네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를 다니고, 군대를 다녀오고, 직장을 다녔고
지금은 중국에 있으니.


그러던 와중에
동네에서 그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그 친구는 많이 변해있었고 나는 당황했다.
외형적으로는 정말 선천적인 장애가 있는 것처럼 얼굴도 변했고
내형적으로는 대화할 때 말투나, 문장구성이 어색해서
나는 정말 당황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일방적인 질문들을 쏟아내고
그 친구는 내 질문에 짧은 대답을 하는데, 나는 솔직히 내 질문을 이해하나 싶을 정도였으니.


나중에 이야기를 들었는데
동네에서 그 친구에 대한 별의 별 소문이 다 있더라.

비오는날 여고생애들을 쫓아다닌다던지, 원래 장애인이었다던지,,,,


내가 현재 친분이 없으니
아니라고 하면서도 확신이 없더라.

그러면서 그 아줌마는 뭐때매 그런지 모르겠고
무슨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본 시선으로만 판단하자면, 난 그 친구와 그 나머지 가족이
너무 불쌍하다.

사실적 결과로만 봐도, 공무원이었다던 아버지는 그만두고
무슨일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동네에서 볼때는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3,4살 연상이었던 누나는 아예 집이 싫어서 대학원기숙사에 있다고 들었다.
그 친구의 결과도 그렇고......












지금도 한국에 가면
동네에서 가끔 그 친구를 본다. （아직도 같은 동에 산다）


그리고 말을 건다.


" 잘 지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