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이라는게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난 도대체 전생에 얼마나 큰 죄를 지었던걸까? 내 인생을 돌아본다.

나는 4월 4일 오후 4시에 태어났다.

3살때 동생이 태어났다. 하루만에 동생은 세상과 이별했다.

5살때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난 할머니에게 맡겨졌다가 사촌누나가 키우게된다. 이혼보다 배다른동생이 먼저 태어난게 아버지가 두집살림을 하신듯하다.

7살때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버지의 아파트에 사는 사촌누나의 가족 눈치를 보며 살아야했던 나는 학교를 가지않고 자주 엄마를 찾아갔다.

8살때 어머니와 살수있게 되었다.

9살때 유명하다는 점쟁이집에 간 기억이있다. 내가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아이란다.

11살때 어머니는 재혼을하셨다. 처음 몇달을 제외하고 나는 새아버지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맞았다. 처음에는 그럴듯한 이유였지만 나중에는 이유가 없어지니 연필심이 부러져서, 글씨가 이쁘지않아서, 지우개가 깨끗하지못하다고 맞았다

12살때 새아버지는 등본에 엄마는 처 라고되어있지만 나는 동거인으로 되어있는것을 보여주며 내가 더이상 엄마의 아들이 아니라고 했다.

13살때 엄마는 이혼하셨다.

14살때 엄마는 다시 재혼을 하셨다. 이번에는 형도 생기고 맞지도 않았다. 하지만 또 내가 학대당할까 두려우셨던 어머니는 관심을 분산시키고자 임신하셨다.

15살때 엄마는 동생을 낳다가 하혈이 심해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반 식물인간이 되셨다. 어머니는 아픈것에 대한 반응만 있으셨다.

16살때 나는 고등학교를 한달만에 자퇴하고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게된다. 겨울이 되기전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외가친척들의 외면으로 나는 노숙생활을 하기시작했다.

17살때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것을 찾는 나에게 어떤 남자가 사람처럼 살고 싶으면 따라오라하였다. 그렇게 조폭이 되었다. 잃을게 없고 분노만 남은 나는 칼을 들고 항상 맨 앞에 섰다. 몸에 상처들이 늘어간다.

18살때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았다. 뒷소문으로 인해 모두모여 기합을 받으며 맞을때도 나는 열외였다.

19살때 날 사랑해주신 어머니를 욕되게 하지 않기를 바래 조직에서 나왔다. 1시간만에 다시붙인 오른쪽 새끼손가락은 감각이 둔하지만 잘움직인다. 2주뒤에 형님이 살인미수로 잡혔다는 기사를 봤다. 민간인은 건드리지않았지만 혹시몰라 한동안 숨어지냈다.

20살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형님에게 받은 돈으로 씀씀이가 커져 처음엔 월급이 너무 부족했다. 어느날 뺑소니를 당했다. 차에 치여 4미터를 날았지만 살이 좀 파인것과 허리디스크를 제외하면 의외로 멀쩡하다. 아마도 과거일에 대한 보복이리라 생각이들어 신고는 하지 않았다.

21살때 태어난곳으로왔다. 워낙 이사가 많아 고향이라는 기분은 없지만 왜인지 여기서 살고싶었다. 중졸이라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힘들다.

22살때 건강이 너무 안좋아졌다. 군대도 면제 받았다.

23살때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냥 졸업장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24살때 꿈이 생겼다. 그 꿈을 위해 대학에 가기로 결심한다. 20분도 걷기 힘들 정도로 나빠진 몸을 재활하며 공부를 시작한다.

26살때 대학생이 되었다. 하루 12시간 일하며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대학을 다녔다. 노력덕인지 3.8이상은 나왔다.

27살때 그동안 모은돈으로 투룸 전세로 이사했다. 일을 그만두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쌓이고 쌓이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과 해리성 기억장애가 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억을 지우는건데 남들과는 다르게 일상자체가 스트레스라 랜덤으로 기억이 사라졌다. 책을 보고 다시보고 다시봤다.성적이 조금 좋아졌다 4.0이 나왔다.

28살때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알아보니 내가 할수있는건 없었다. 공시지가를 보아 크게 걱정은 별로없을것같아 공부에 전념했다. 1학기엔 4.3이 나오고 2학기엔 4.5가 나왔다. 학과가 생긴 이래 내가 4번째 올 A+ 이라고한다. 나는 4와 인연이 있나보다.

29살때 집이 팔렸다. 1/3 가격에... 3500중 800을 건졌다. 내 뒤에 들어온 위층 누님은 한푼도 못받았다고 한다. 아홉수인가 4월까지 장례식을 3번갔다. 삶이 의미없어보였다. 자살을 하려했다. 돌아온것은 공황장애와 정신분열증, 폐쇄공포증, 광과민증, 우울증 등이었다. 자해를 시작했다. 약물치료와 상담을 했지만 또 다른 자아가 수면제를 먹었다. 여러번 고비가 있었지만 살아있다. 그동안 몰랐던 사람들의 본성이 보였다. 상대방은 그렇지 않은데 혼자 친하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같아보였다. 점점 사람들이 기억에서 지워졌다. 전화번호부의 절반이 기억나지않는다. 연락처를 모두지웠다. 사람들과 멀어졌다.

30살 불과 한달전까지 같이 수업받던 딸이라고 불렀던 내가 각별히 생각했던 날 아빠라고 부르는 22살 아이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상관없겠지. 환상이 깨진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인정은 사라지고 차가워지는 나를 발견한다. 꿈도 지워버리고 남은건 700만원의 생활비 대출 빛뿐. 되고싶은것도 하고싶은것도 사라졌다 언젠가 내이름도 지워버리는 날이 올까? 싶다.

고생끝에 낙이 온다고 미래에 행복해지면 과거에 내가 이렇게 힘들고 악착같이 살아온것을 되돌아보며 행복을 지켜나가기를..

전생의 업이 많아 미래에도 불행하다면 내가 버티면서 얻은것을 다시 돌아보며 살아갈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작성한다.

전에 중학교 동창인 여자가 나에게 그랬다. 살아있는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한다고 나보다 더 힘든사람들도 있다고 자신도 죽을고비 넘겼다고 이제는 이름도 기억안나지만 내가 한말이 기억난다.

"살아있는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한다고? 내가 노력했기에 살아있는거다. 지금 내가 살아있게 만든건 나야. 누구에게 감사하라는거야? 나보다 힘든사람? 그사람들은 그사람이고 난 나야 내가 왜 나를 남들과 비교를 해야되지? 난 나보다 힘든사람 보면서 자기위안삼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보다 잘난사람 보며 한탄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다. 자신은 자신보다 좋은조건의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거나 잘난사람을 시기한다. 하지만 남에게는 더 힘든사람과 비교를 하라고 한다. 나는 미래에도 지금처럼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를 바란다. 난 나야 지금껏 해온대로 내 힘으로 이겨냈기를 바란다. 그리고 미래에는 힘든시간보다 행복한 시간이 더 많기를 바란다. 그리고 불행하고 힘들고 막장드라마같은 내 삶이지만 그래도.. 잊지말고 기억하고 있기를 바란다. 웃대가 망하지 않고 미래의 내가 이글을 보고 힘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