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에서 제목이 '반도의 흔한 에휴..' 이런식으로 지어진 글을 봄.

궁금해서 영상도 찾아봤는데, 진짜 이렇게 소름돋을만큼 내 경우랑 비슷할 줄 몰랐음.

나이차이도 세살차이로 똑같음.

난 같은 대학교 CC로 만났는데, 그여자는 새내기였고 난 같은 학회 선배였음.

순수해 보이는 모습도 좋았고, 애가 다른건 몰라도 진짜 마음여리고 착해보여서

개인적으로는 연상녀를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만나게 됨. （고백도 내가 받음.）

서로 알아가면서, 얘가 편부모 가정인데 새아버지란 새끼가 가정폭력이 도가 넘어서

겉으로는 밝아 보여도 상처 입은 게 많다는 걸 깨달음.

나란 인간 불쌍한거 두고보지 못하는 놈이라 있는정 없는정 다 줬음.

집에 데려다 주면서 혹시 해코지 당하지않을까 싶어서 밖에서 대기 타다 돌아가고,

혹시 집 분위기 심상치않아서 나오면 새벽 바람 같이 맞고.

그러던 와중에, 우연찮게 내 입대 일정이랑 걔 집안 사정이 밑바닥을 찍었던 시기가 겹친거임.

그여자가, '지금 상황에서 내 곁에서 사라지면 진짜 죽어버릴 거 같다' 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매달리면서 장교로 복무하는건 어떻겠냐고 권유했음. 난 쌩판 생각도 안하고있었는데

얼떨결에 내인생에서 존나 중대한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 했지.

사람 하나 살린다 치고（그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학사장교 지원하고, 돌봐주면서 살았음.（덕분에 휴학도 함 ^^ㅅㅂ）

다행히 일은 잘 풀렸음. 새아버지랑 그 여자 친모랑 별거하게되었고, 그쪽 어른들도 내 존재를 알게 됐고,

결국 집안에서 여자 비명 소리 들리는 일은 없어짐.

근데 문제는 지금부터임.

첫 번째 사건은 한 학기 끝나고 종강파티 시즌에 터짐.

각자 동기들이랑 만나는 행사가 있었고, 그래서 12시쯤에 서로 들어가면 들어간다 나오면 나온다 연락을 하기로했는데

연락이 안되는거임. 문자를 보내놔도, 카톡을 보내놔도 답이없음.

순간 퍼뜩 든 생각이, 학교에서 얘 사는 집까지 가는 길목이 존나 어둑어둑한 골목임. 사람도 별로안다니고..

그래서 전화 계속 하고 이름부르면서 그 길목 샅샅이 뒤짐. 혹시안좋은 일 있을까봐.

그러다 새벽 다섯시쯤? 문자가 한통 옴. '연락했었어?' 하고 ㅋㅋㅋ

알고보니 지 동기 몇명이랑 클럽가서 새벽내도록 죽치다 오느라 연락이 없었던거였음.

（여기서 나도 개야마돌아서 큰 위기가 있었는데, 통곡과 애환 끝에 재결합함.）

BUT, 이 이후에 얘가 잊을만 하면 하는 말이 있었음

친구들 만나서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난 지금 만나는게 처음 만나는거라, 이대로 결혼하면 후회하게 될것 같아"

"연애도 여러번 해봐야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대"



이게 첨엔 귓밥파라는 소린줄알고 나보다 더 좋은 마음으로 대해줄 사람이 어딨겠냐 내가 해온 걸 봐라 싶었는데.

한 번은 이여자가 모 영화관에서 알바를 함.

나 훈련들어가기 전에 같이 외국이나 한번 갔다오자 했는데 그 자본금 마련한다고 시작한거임.

걍 기특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번은 내가 고향에 내려가 있다가 얼굴이나 보자 싶어서 설 올라와서 알바하는델 찾아감.

근데 연인끼리 만나면 포옹을 하든가 반가움의 표시로 꼬리를 살랑살랑.. 뭐 이런게 있어야되는데 무작정 내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가는거임.

이건 또 뭔가 싶어서 캐물었더니 같이 알바하는 사람들 중에 원래부터 친구였던 애가 있는데, 걔한테도 그렇고 알바하는 매장 동료들한테도 그렇고 애인 있다는걸 비밀로했다는거임.

하..

병신짓은 이때 끝냈어야 했음.

（사실 이때부터는 갑과 을이 바뀌었던 거 같음. 이여자는 자기 집안 문제는 사라졌고, 나는 정이 들만큼 들었을 무렵이니까..）

여자저차해서 결국 해외로 나갔고, 여느 커플 부럽지 않은 추억을 쌓고,

난 훈련 일정 때문에

먼 저 귀 국 함.

정확히 이 무렵에 내 정신적 멘토였던 우리 고모부님, 그리고 어릴적부터 키워주셨던 할머니께서 연이어 떠나셔서

나는 정말 힘들어하면서 마음과 몸이 뽀개지고있었음.

그 여자도 당시에 내 상황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전화 할 때면 항상 외롭다느니 하면서 자기 힘든거만 이야기함.

그러다 하루는 덜컥,

"여기서 나 좋아해주는 사람이 생겼어" 라는거임.

이게 말이냐 빙구냐? ㅋㅋㅋ 이역만리 타향에서

2년 넘게 만나온 사람에게 전화로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 타향이란데도 둘이 같이 좋은 추억 쌓자는 의도에서 간 곳이었는데.

나는 정말 이여자 힘들 때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까지 옆에 있어주고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줬는데, 이딴식으로 뒤통수를 치나..

레알 미칠듯이 억울하고 착잡한 마음이었지만 내 앞에 기다리고있는건 훈련 뿐이었음.

그렇게 그냥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르게 DTP만 뚫어져라 보면서 버팀.

근데시발.. 저 뒤통수가 끝이 아니었음.

내가 훈련 가있는동안 지 동기 친구들이랑, 같은 학회 언니 동생들을 자기 입장 대변인으로 만들어 버린거임.

이악물고 버티고 나왔는데 기다리는것은 환대가 아니었음. 평소같으면 반갑게 인사하고 지나갈 사람들인데 미적지근함.

지금은 남자들 + 내 이야기를 제대로 알고 있는 여자 동기들 조금 섞어서 그냥저냥 살고 있음.

벌써 년단위로 지난 사건인데 마녀사냥에 흡사한 스토리 나오니까 분기탱천해서 적어봄.



+요약 : 1. 마녀사냥 보고 동질감 느낌.

2. 씨1발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