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시 대기하며 글을 쓰기만 한지 어언 1달이 다되가는군요.

갑자기 유머를 보다가 생각난 이야기가 있어서 써봅니다.

물론 제가 겪은 100% 실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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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은 상당히 빈（貧）한 편이라서 학원같은 것은 꿈도 못꿀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올라가던 저에게는 학원 한군데 제대로 다니지 못했죠.

그런 저를 공부시키기 위해 어머니께서는 자신의 친구이신 영어선생님의 집에 절 매일 출퇴근 시키셨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왕복 2시간. 왕복 지하철 표 값 1400원.. 도중에 1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까닭에 시간은 더욱 걸렸죠..

그 때 였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1호선으로 뛰어들어와 여유있게 문쪽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어떤 아저씨께서 오시는 것이 보였죠. 편의상 빨갱이 아저씨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얼굴이 빨갰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빨갱이 아저씨 : （덩실덩싱 춤을추며..）중얼~ 중얼~ 중얼~ 중얼~
보고있던 사람들 : ㅡ_ㅡa...ㅡ_ㅡ;;

빨갱이 아저씨는 뭔가를 중얼중얼거리며 걸어와서는 남아있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군요.

저는 그 아저씨가 너무 웃겨서 읽던 책을 덮고 그 아저씨를 주시했습니다.

그리고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옛 트롯트더군요.

그리고 그 아저씨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파편에 주윗사람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노래를 중얼거리더군요. 현란한 손놀림까지 동원해서요..

아저씨의 옆자리에 있던 어떤 아주머니가 도저히 못참겠는지 벌떡 일어나서!!!!!


그냥 조용히 장애인 좌석에 앉더군요. 그것을 보고만 있던 아저씨.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시는 것입니다.

빨갱이 아저씨 : 야이 괴물아!（미화된 욕이 아니라 진짜 이러셨습니다.） 야이 괴물아! 지금 머하는것이여! 거기는 장애인을 위한 좌석이라고! 당신이 장애인이여? 장애인이여? 별로 늙은 것 같지도 않더구만!

아저씨의 스크림에 지하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죠. 벌써부터 킥킥거리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렇게 소리를 버럭 질러도 아무도 대꾸하나 안해주자 아저씨는 다시 현란한 손놀림과 함꼐 트롯트 메들리를 흥얼흥얼 거리셨습니다. 주윗 사람들은 사람 좋게도 （앗싸! 부산시민들 화이팅!）아저씨의 파편에도 묵묵히 참고 계셨죠,

그러던 중 어느 7살 가량 되는 아이가 갑자기 아저씨의 옆에 앉더군요. 그러자 아저씨는 현란한 손놀림을 멈추시고 그 꼬마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셨죠.

빨갱이 아저씨 : 이바! 꼬마야! 착하게 살아야한다! 착하게 살아야해!
꼬마 : ㅡ_ㅡa...
빨갱이 아저씨 : 꼬마야! 착하게 살아야한다! 착하게!!!
꼬마 : ㅡ_ㅡ;;;

그러자 꼬마가 아저씨에게 머라고 중얼중얼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 용기있는 소년이다. 아저씨께 조용하라고 면박을 주는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저씨는 꼬마의 말을 듣고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사람들을 향해 소리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빨갱이 아저씨 : 이바요! 아줌씨들! 와 머리 누~렇게 물들인교!
꼬마 : 고개를 끄덕인다.
빨갱이 아저씨 : 아 아줌씨들 완전 양아치들 아녀! 양아치년들!
꼬마마는 쪽팔리던지 다음역에서 내려버린다.
빨갱이 아저씨 : （어김없이） 착하게 살아야 한다! 착하게! 착하게!

전 너무나 웃긴나머지 눈을감고 큭큭큭 거리면서 계속 웃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의 말씀들은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으셨습니다.

지하철은 계속 다음정거장을 향해 가고, 부산대학교 역을 조금 못가서 였던 것 같습니다. 창가에 범상치 않게 생긴 학생 둘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죠.

우리의 빨갱이 아저씨. 그 학생들을 쓰윽 바라보더니 현란한 손놀림과 함께 울려퍼지던 트롯트 메들리의 테이프를 잠시 빼시고, 그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빨갱이 아저씨 : 이바! 학생들! 학생들 부산대학 학생들이지?
학생들 : ...ㅡ_ㅡa.. 아닌데요.
빨갱이 아저씨 : 그럼 고등학생인가?
학생들 : ...ㅡ_ㅡ;; 아닌데요..
빨갱이 아저씨 : 그럼 당신들 정체가 뭐야!
학생들 : 중학생인데요...ㅡ_ㅡa...

학생들의 대답에 사람들은 킥킥 대기 시작했고, 아저씨의 빨간 얼굴이 더욱 붉어지며 ㅡ_ㅡa..이렇게 표정이 변했습니다.

빨갱이 아저씨 : 허걱! 요즘 중학생들 발육상태가 왜이렇게 좋은거야!
학생들 : ㅡ_ㅡa...
빨갱이 아저씨 : 옛날에 부산대학에서는 낭만이 있었는데..（발육상태 이야기에서 왜 갑자기 부산대학이야기가..）

아저씨는 그러면서 갑자기 부산대학교에 일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빨갱이 아저씨 : 내가 빨갱이야! 빨갱이!（진짜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게 아저씨가 빨갱이 아저씨라 불려진 이유입니다.）옛날에 부산대학교가 빨갱이 천국이었어! 정부에선 빨갱이짓 했다간 쇠파이프로 죽는거지! 내가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 데모하고 다녔어. 어쨌뜬 빨갱이한테는 낭만이 있었어!.............

아저씨는 이러면서 빨갱이 이야기를 실컷 하며（도데체 왜 부산대학이야기가 나오다가 또다시 빨갱이 이야기가 나오는지..화제바꾸기의 일인자..）침을 튀기셨습니다. 그 이야기는 점차 진보되서 우리나라 지식인을 욕하는 것으로 변질되었죠...그러던중..

빨갱이 아저씨 : 요즘 지식인들 말이야! 마르크스 책이나 한권 읽어봤어? 빨갱이들은 말이야! 서민에게 필요한 생활의 지식이 많았어! 부산대학교 앞의 돼지고기가 얼마나 맛있는데!（또 갑자기 이야기가 돼지고기 이야기로 변질된..）돼지고기를 수육해서 석!석! 썰어 먹으면!

빨갱이 아저씨는 갑자기 부산대학 앞 돼지고기를 찬양하셨습니다. 전 너무 웃어서 거의 힘이 없었고, 그 범상치않은 학생들을 내렸죠. 물론 아저씨의 '착하게 살아야해! 착하게!'의 말은 끝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학생들이 내리고, 아저씨는 이야기를 끝내고 다시 현란한 손놀림과 트롯트메들리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열차에 사람들은 정거장을 지날수록 조금씩 줄어들었고, 나중에 사람이 상당히 적었죠. 그 빨갱이 아저씨는 중얼거리다 아저씨 앞에 있던 상당히 예쁜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기 시작하셨습니다.

빨갱이 아저씨 : 오! 예쁘다. 예쁘다.（진짜 이러셨습니다.）
그 여자분 : ㅡ_ㅡa...
빨갱이 아저씨 : 그런데 그 머리 좀 어떻게 하지. 맨날 누~렇고 빨~갛고, 검은 머리 보고싶다 검은머리（도대체 아저씨 취향에 들어야 하는 이유는 뭔지..）
그 여자분 : ㅡ_ㅡa...
빨갱이 아저씨 : 오~ 어쨌뜬 예쁘다! 예뻐!

아저씨의 말씀을 들은 여자분은 얼굴에 빠알~갛게 홍조를 띄며, 남자친구와 다음역에서 내렸습니다. ㅡ_ㅡa..그 여자분이 내리자 이번에는 다른 여자분에게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 그 다음 역에서 내리는 까닭에 더는 볼 수 없었죠. 아저씨는 역시나 나가는 제 뒷모습에 '착하게 살아라! 착하게!'를 연발하셨습니다.

"착하게 살아라! 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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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상당히 재밌는 이야기 였는데.. 쓰고나니 엄청 재미없는...

어쨌뜬 착하게 살아라! 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