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는 말과 함께 웃대에 글을 남기지 않았지만...
이 글은 올려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훈이 형이 살아 숨 쉬던 곳이니..



lovepool.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난 것은 2004년도 봄일 것이다.
2003년 가을 난 한 유머작가의 글을 보고 공포까페에 나 역시 글을 남겼다.
그때만 해도 유머작가가 뭔지, 유머글이 뭔지도 몰랐던 나지만
그때 내가 처음으로 읽은 청산유수님의 광녀란 글은 큰 감동이었고,
정말 홀린 듯 유머글을 적게 되었다.

그러다 반응이 좋아지면서,
흔히 말하는 팬카페란 것도 생겼고···
회원이 2000분 정도가 되었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웃대를 알려주었다.
그래서 난 그곳을 찾아갔다.

웃대.
수많은 유머작가들과 독자들이 계시던 대규모 사이트였다.
내가 글을 쓰던 공포까페와는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유머부분에 있어서 선두를 달리던 사이트.
그리고 그 속에서 당신은 언제나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처음 웃대를 간 내가 그대의 글을 처음 본 것은
난 항상 악마를 만난다라는 글이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당신이 그때 그 글을 올리기만 하면 추천 200개 정도를 받았었다.

이미 당신에게도 웃으며 다 말했기에 적는다.
난 그때 당신의 글을 재미있어 하지 않았다.
단편 유머를 보고 글을 적었고, 단편 유머만 좋아하는 편식 형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내 글이 독자 분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게 되었고,
그리고 그때 난 당신의 단편 글을 보게 되었다.
그 단편글의 내용은 어머니와 여자친구에 관한 것이었고..
난 그 글을 읽고 한참이나 빠져나오지 못할 만큼 전율에 젖어들었다.

그 후, 당신의 모든 글들을 미치게 읽었다.
그냥 나도 모르게 읽게 된 것이다.
그러다 우리는 한 출판사에서 단편 모음 책을 내게 되면서,
서로 알게 되었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우리는 가까워지지 못했다.
비록 당신이 형이라 부르라 했고, 나 역시 형이라 불렀지만..
단지 인사를 나누는 그 정도뿐이었다.

그렇게 단편집을 출간한 이후, 나는 서울행을 택했다.
장편 연애글이 출판사에서 연락을 왔기 때문이고···
그 선택은 나에게 가장 큰 절망을 주었다.

그 짧은 서울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들.
내 화를 이기지 못해 손가락이 잘려 수술을 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지친 몸으로 울산에 왔지만 팬카페가 사라지는 일이 생기고.. 반년이라 질질 끌던 출판이 취소되었다.

아무리 악재는 겹쳐서 온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했다.
결국 나는 글이란 것에서 잠시 손을 놓게 되었고.. 그때도 난 당신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을만큼..
우리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그런 우리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은 포토드라마를 하면서 부터였다.
그때 마이팬에서 제의가 와서 나는 포토드라마 글을 적어주고 돈을 받는 일을 하였다.
돈이 궁했던 나였기에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낙천형과 당신이 그곳에 있었고..
포토드라마 사장님인 수현 형님과 함께 자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마 작가 lovepool에서 인간 이동훈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개월이나 마이팬과 작업을 하다 난 빠진 뒤,
판타지란 세상에 발을 넓히며, 그곳에서 글을 적었다.
그리고 두 번째 출판을 하게 되었는데..
당신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직도 기억한다.
아내와 함께 아는 분이 호프집을 열어 그곳에서 맥주와 마늘 치킨을 하나 시켜 먹고 있었는데...
당신은 전화를 해 축하를 해주었다.

아마, 포토드라마 때부터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많은 조언과 위로를 해주었고..
그리고 본드걸은 죽었다가 뜨면서.. 난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글이라 생각하고 적은 본드걸이 잘 되었고..
난 당신을 계속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 역시 반년이나 출판글을 계속 집필하다 완결 시킨 후..
다시 유머세상에 연재물을 가지고 나타났고.
그때까지도 당신은 유머계를 지키고 있었으며, 이전보다 더욱 높은 계단에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건강의 악화였다..

제발 아니기를, 제발 낫기를 간절히 원하며 기도했다..
우리는 올해 참 많은 대화를 나눴고 통화를 하였다.
어쩌면 비슷한 부분이 있었는지 모른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영화에 꿈을 놓지 않으며 글이란 세상에 머물렀던 당신.
아내와 아이를 두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우면서.. 성공을 꿈꾸며 글이란 세상에 머무르는 나.
비록 가는 길이 유머에서 영화와 판타지로 엇갈렸지만..
같은 글이란 세상에서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위로와 조언을 해주었고,
나는 그런 당신에게 하나씩 배울 수 있었다.

글을 적은지 당신은 10년.. 나는 5년.
어쩌면 둘 다 유머계에선 늙은 나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모든 작가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역시 스스로의 열정이 최고라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고, 힘들고, 힘들고, 힘들어도 .. 말이다.

길게는 몇 시간, 짧게는 한, 두 시간.. 매일 대화를 하며 당신과 지내면서..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는 말들이 있다.

“난 너 웃대에서 유머글로 잘 될 때 별로 안 좋아했다. 자만하는 것이 눈에 보였거든.”

내가 당신의 글을 처음에 안 좋아했다고 하자, 웃으며 말하던 당신.
나는 고개를 끄덕여 인정했다.
그때의 난 어리석은 자만을 했고, 비참한 후회를 맛봐야했으며, 그로 인해 변하게 되었으니..

“야? 이 제목 어때? 역시 작가들은 전부 이 제목을 선택하네. 제목 구상하는 데에만 한 달 걸렸다.”

어쩌면 본드걸의 큰 성공에 당신은 큰 부담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몸빵걸의 제목을 구상하는 데에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이전 스토리를 보여주며 괜찮냐고 묻는 듯.. 걱정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 정도로 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뜻이니..

“시니야. 아픈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친한 형이라고 생각하며 날 대해줘.”

웃으며 하던 당신의 말에 내 가슴이 얼마나 아팠는지... 알고 있을까?

“영화가 돼야 해. 내가 길을 닦아 놓을테니 너도 하나 터트려라. 도와줄게.”


... 동훈이 형.
형이 그랬잖아. 후배들 길 닦아 주겠다고..
수많은 조언을 해주면서 형이.. 그랬잖아.
한 달 전이었어.
나 역시 현실 때문에.. 아내는 괜찮다고.. 글 적으라 하지만..
더 이상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 글이라 생각하고 글을 적기 시작했어.

지금 연재하는 걸레소녀를 잠시 중단하고.. 게임 판타지를 죽어라 적었지.
그런데 그 글 반응이 좋아서.. 여러 출판사들이 제의를 했고..
또 다시 출판 계약을 했어..

그러자마자 형 까페에 달려갔어.
얼마 전부터 형 건강이 너무 안 좋아졌단 것을 알기에..
나 또 계약했으니.. 예전처럼 웃으며 축하한다고 전화하리라 믿는다는..
글을 남기기 위해.. 제발 건강해지라고 좀..
그렇게 글을 남겼고.. 형을 믿었어.. 아니 이 좆같은 세상을 믿었어.

그리고 하루가 지났어..
아침까지 잠을 못 자다가 힘겹게 잠이 들었는데..
아버지 꿈을 꿨어.

떠난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버지 꿈을 꾸면 기분이 멍해지는데..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그냥 눈물이 나왔어.
미치게.. 정말 미칠 것 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왔어.
그런데 문자 소리가 계속 들리더라..
그래서 휴대폰을 보니 문자가 와 있었어...

형이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참이나 멍하니 담배만 피며 휴대폰을 바라봤어.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그냥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
그리고 서둘러 형 까페에 가보고 나서...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때만해도 누가 장난친 것이라 믿고 싶었는데...

형...
우리 수 없이 만나자고 얘기했잖아..
내가 글 하나 되면 찾아간다고 그랬잖아..
오라고.. 와서 얘기도 하고 놀자 그래놓곤...
이제 드디어 계약을 다시 따내고 갈 준비가 됐는데..
그렇게 먼저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

형..
드디어 길을 걷게 되었잖아..
본드걸 영화 제작을 하게 되었고...
이제 올라 설 일만 남았잖아..
안타까워서 어떻게 하냐... 정말 안타까워서 어떻게 하냐고...

형..
형은 언제나 나에게 있어서 큰 산이었고..
이 유머계를 지켜주던 선배였고...
언제나 따스하게 위해주던 좋은 형이었어..

한 가지만 잊지마..
형은 떠났지만.. 형의 걱정처럼.. 쉽게 잊혀 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을 봐...
형이 이 개 같은 세상을 떠나자 슬퍼하잖아...

비록 형을 보지 못했을지라도..
형이란 사람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박혀있어..
또 다른 형인.. 글과 함께 말이야.
그리고.. 나 역시 평생 형을 기억하고 간직할게..
이제 그곳에선.. 아프지도, 슬퍼하지마..

글이란 참혹한 세상을 즐기던 선배 작가 lovepool에게.. 후배 시니is가..


#
오늘은 술 한잔 마시자..
비록 이 세상에는 없지만.. 형이 와줄 수 있으니..
그리고 기다려.. 약속 취소된 것은 아니니..
현생에서 안 되면 내가 훗날 죽어서 마실 것이고..
그때도 안 되면 다음 생에 만나서 꼭 술잔을 기울이자..

그리고 오늘 먼저 술잔을 비우자..
형이 함께 마신다고 생각 할 것이니..
오늘 우리 술잔을 비우자..

밤새 .. 이 엿 같은 세상을 씹으며.. 그렇게 밤새도록 말이야..



당신은 언제나 1등이었습니다..
그리고 난 그런 당신의 등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제는 비록 쫓아갈 수도 없게 멀리 떠나간 당신이지만..
죽어서든.. 다음 생에서든..
언젠간 다시 당신과 함께 같은 곳에서 열정을 태울 생각하며...
눈물 젖은 미소와 함께 당신을 추억합니다..

비록 당신은 이 세상을 떠났지만..
당신의 글은 영원히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 숨 쉴 것입니다..
lovepool.. 당신의 열정이 꺼지지 않던 것처럼..


#동훈이 형이 좋은 곳으로 가길 잠시만이라도 기도해주시면 정말 감사합니다..


동훈이형 빈소입니다. 오늘부터 3일장을 지낸다더군요..

지하철 3호선 종합운동장역▶주아시아드 경기장쪽으로 도로 5~10분거리
부산의료원 장례식장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