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셉션이 열린 금요일 오후에 그는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진입로를 걸어가 알지 못하는 교수들 무리에 합류했다.
그들은 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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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문이 두 짝 모두 활짝 열려 있어서 육중한 호두나무
식탁이 보였다. 노란색 다마스크 천을 덮은 식탁 위에 하얀 접시들과
반짝이는 은그릇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여러 사람이 식탁 주의에
모여 있었는데, 상석에는 호리호리하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물결무늬가 있는 파란색 비단 드레스 차림으로 서서 금테를 두른
도자기 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 스토너는 그 젊은 여성의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문간에서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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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커다란 그 눈은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연한 파란색이었다.
그 눈을 보면 그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이해할 수 없는 신비의
세계로 끌려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본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는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저는 당신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그녀가 몸을 조금 뒤로 물렸다.
"저는 여기에 3주만 더 머무를 거예요." 그녀가 재빨리 말했다.
"그다음에는 세인트루이스로 돌아가요. 크리스마스를 지내러."
"그럼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가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말했다.
"최대한 자주 당신을 만나야겠습니다. 그래야 서로를 잘 알게
될 테니까요." 그녀가 거의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부디......"
스토너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하지만 진심으로 당신을 다시 만나러
오고 싶어요. 당신이 허락해주신다면 자주. 그래도 되겠습니까?"
"아." 그녀가 말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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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세인트루이스로 돌아갈 날까지 이제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을 때, 그는 사랑을 고백하며 그녀에게 청혼했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놀란 표정이 그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그를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걸 틀림없이 알고 계셨을 텐데요."
그가 말했다.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녀는 살짝 활기를 띠며 말했다.
"몰랐어요. 저는 그런 건 전혀 몰라요."
"그럼 다시 말씀드리죠."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당신도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열흘 뒤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다. 묘하게 예의바른 편지에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이야기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부모와 그가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면서, 가능하면
다음 주말에 세인트루이스로 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식구들이 모두 그와 만나는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는 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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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디스가 얼마나 귀한 딸인지,
자기들이 그녀의 행복한 미래를 얼마나 바라는지,
그녀가 지금까지 어떤 혜택을 누리며 살아왔는지
그에게 이야기 했다. 스토너는 곤혹스러움에 괴로워하며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반응을 보이려고 애썼다.
"정말 뛰어난 아이에요." 보스트윅 부인이 말했다.
"감수성이 얼마나 예민한지 몰라요." 그녀의 얼굴에 난 주름이
더욱 깊어지고, 목소리에서는 묵은 앙심이 드러났다.
"어떤 남자도...... 누구도 그 섬세함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맞아." 호러스 보스트윅이 짧게 말했다.
호러스 보스트윅이 그녀의 '젊은이'와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두 사람을 축복하겠다고 말했다. 이디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럼 이제 계획을 짜야겠구나.
봄의 결혼식이라. 아니, 6월이 되려나."
"아니에요." 이디스가 말했다.
"음? 뭐라고?" 보스트윅 부인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물었다.
"기왕 결혼할 거면 빨리 했으면 좋겠어요."
"젊은이들은 성급하기도 하지." 보스트윅 씨가 이렇게 말하고는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네 어머니 말이 옳다, 얘야. 이런저런
계획을 짜야 하니까 시간이 필요해."
"아니에요." 이디스가 다시 말했다. 그 단호한 목소리에 모두들
그녀를 바라보았다. " 반드시 빨리 해야 돼요."
그날 밤 손님방에서 윌리엄 스토너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을 빤히 바라보며 자신의 삶이 왠지 낯설고
이상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부터 자신이 하려는 일이
현명한 행동인지 처음으로 의문이 들었다. 이디스를 생각하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갑작스러운 불안감과
회의를 느끼는 것은 모든 남자들이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그는 다음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컬럼비아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마친 뒤 시간 여유가 별로 없었다.
그는 보스트윅 부부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작별을 고했다.
그들은 그와 이디스를 대문까지 배웅했다. 그가 거의 대문에
다다랐을 때 뒤에서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디스였다. 키가 큰 그녀가 뻣뻣하게 서서
창백한 얼굴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의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윌리엄."
그녀가 말했다.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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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는 이디스의 외형,
특히 커다랗고 연한 파란색 눈에 매료 되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본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고 느꼈기에
그녀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 것이다.
시작은 충동적이었지만 진심으로 그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이디스도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고,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그는 자신과 그녀가 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그런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때가 스토너가 이디스에게 사랑에 빠졌음을 확신한
순간이었다.
이디스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고,
만약 의식했어도 그 이야기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라고
스토너는 생각했다. 이디스의 이야기를 들은 스토너는 그녀가
일종의 고백을 한 거라고, 그가 생각하기에 그 이야기 속엔
도와달라는 간절한 호소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고 느꼈다.
이디스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와 가정에서 받은
부정적인 도덕교육과 그녀의 일상을 감시하는 어머니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다 때마침 리셉션에서 우연히
스토너를 만나게 됐고 스토너가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해서
청혼을 했기 때문에 이디스에게는 스토너가 자신을 탈출 시켜줄
구원자쯤으로 느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이디스는 스토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부모님에겐 "반드시 빨리" 결혼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리곤 스토너에게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거라고
되뇌었는데, 마치 스스로에게 하는 비장한 다짐인 것 같았다.
'저 남자에게 좋은 아내가 되자. 되어야 해' 라며.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스토너도 이디스도 처음의 그 마음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무미건조함만 남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둘은 절대 헤어지지 않고 결혼 생활을 유지해 나아갔다.
이디스는 사랑이 없는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 지금의 관계가
좀 더 나아질거라는 생각으로 그레이스를 낳았을까?
그런데 이디스는 자신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레이스를
자신이 원하는 여성상으로 만들고 싶어했고 일상을 감시했다.
그래서 그레이스 또한 자신의 엄마인 이디스가 그랬던 것처럼
집에서 도망치려고 일부러 마음에도 없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던 것 같다고 어느날 스토너에게 고백했다.
스토너, 이디스, 그레이스를 보면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는
그게 최선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도 점점 황량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디스에게 집을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은 결혼 밖에 없었나?
도피성 결혼은 정말 최악이야. 감수성이 예민한 이디스를 보면
어딘가 모르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는데,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어쩌면 혼자서 사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연애에 서툰 두 남녀가 만나서 초고속 결혼을 하고
그래도 함께 잘 살아보려고 할 때마다 틀어져버리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계속 변하는데 그 감정의
방향이 서로를 지지하고 아껴주는 사랑으로 변하면 얼마나 좋을까.
한 사람만 헌신적이어서도 안 되고 둘이 함께 서로를 생각해주는
사랑은 쉽지 않긴 해. 사랑은 너무나 어려운 것..
친척 중에 외가에선 둘째 이모, 친가에선 넷째 사촌오빠가
나름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인데 둘째 이모는 30대에 일찍 이혼했고,
사촌 오빠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과 파혼 한 뒤 혼자 지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결혼에 관심이 없어 보였고 무엇보다
혼자서도 인생을 즐기며 잘 지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각자 결혼 할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었다.
'엥? 이모가 결혼 한다고?'
'오빠가??....... 왜??'
이모는 60대에 재혼했고,
오빠는 50대 중반인데 이제 곧 결혼 할 예정이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것 같던 이모와 오빠는 왜 결혼이 하고
싶어졌을까? 혼자보다 둘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
돈이 많아도 노년에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운걸까.
나이들어 아플 때 간병해줄 사람이 필요한 걸까.
그래서 엄마 아빠는 지긋지긋하게 싸우면서도 이혼하지 않는걸까?
ㅋㅋㅋㅋㅋ>.<
최근에 사촌 오빠가 결혼 할 사람을 데리고 왔을 때
놀란 눈으로 오빠를 보며 소개시켜주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빠는 나에게 "그동안 잘 있었냐, 이뻐졌다" 라는 엉뚱한 말만
하면서 끝끝내 새 언니 될 분을 소개시켜주지 않았다.
결국 옆에 있던 큰엄마가 눈치채고 대신 소개 시켜주셨는데
그때 오빠의 행동에 충격을 받고 든 생각은
'아니.. 이 언니랑 왜 결혼 하려는 거야?...'
오빠는 30대때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지만
큰엄마의 방해로 결국 헤어지게 됐다. 그런데 사실 오빠는
헤어지게 된 원인이 자신의 엄마인걸 아직도 모르고 있고,
단지 여자친구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에 잠수이별을 당한거라고
알고 있다. 몇 년이 흐른 뒤 사람을 써서 그 언니와 다시 재회
했지만 이미 그 언닌 결혼해서 아이도 있는 상태 였기 때문에
깨끗이 단념 할 수 있었다. 사람을 써서라도 그 언니를 다시
찾고 싶을 만큼 오빠는 그 언니를 많이 사랑했나보다.
지금 언니는 오빠 회사 첫 직원으로 아직도 같이 일을 하고 있다.
함께한 시간이 오래 돼서 천천히 스며들었기 때문에 그런걸까.
설레임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커플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랑이 서로의 내면에 있을거라고 응원하게 된다.
근데 만약 내 애인이 오빠처럼 행동했다면... 난 못참아!!!!!!!!
나는 사랑이라고 하는 감정을 제대로 나눠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릴때의 연애는 너무 서툴은데다 사귄것도 한번 밖에 없었으니
경험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걸 꼭 해야하는 일인가
라는 의문이 항상 더 컸기 때문이다.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만
있지 않고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더 복잡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성관계를 포함한 사랑은 거칠다고 생각하는데
스토너와 이디스의 성 생활은 재앙 수준이고,
스토너와 캐서린의 성 생활은 이상적이었다. （불륜이 아쉽지만!）
성을 포함한 사랑을 할거라면 스토너와 캐서린처럼 하는 게 좋겠지.
그런데 나는 일단 말이 잘 통하는 상대를 만났으면 좋겠다.
역시나 스토너와 캐서린처럼!
불륜만 아니었다면 서로의 내면을 성장 시켜주는 완벽한 커플이
되었을텐데.. 너무 안타까운 커플이라 스토너가 급격히
쇠약해지는 게 이해가 갔다.
스토너를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서 좋았다.
인간의 마음은 너무 복잡해. 그래도 계속 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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