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난 푸석한 사과가 좋아."
몇 년 전, 첫입 베어 문 사과를 먹다가 진저리 치며 내려 놓는
언니를 보고 너무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었다.
난 첫입 베어 물었을 때 푸석한 사과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기분이 팍 상해 버리는데 이런 사과를 좋아한다니!!
거기다 함께 한 세월이 얼마인데 언니가 푸석한 사과를 좋아한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는 것도 또 다른 놀라운 일이었다.
난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단단한 식감의 사과를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단단 아삭한 식감의 사과를 씹으면 소름이
끼친다는데, 언니는 어렸을 때 부터 치아가 좋지 않아서 그랬다고 한다.
나도 이따금 잇몸이 좋지 않을 때 단단 아삭한 사과를 씹으면
신경치료 할 때의 찌릿함 처럼 소름끼치는데 이런 느낌인가 보다.
그러면 진저리 쳐지지.. 으...
그래도 난 단단 아삭한 사과가 좋아.
복숭아도 딱복이야!
그런데 이제 난 푸석한 사과도 불평하지 않고 잘 먹게 됐다.
언니처럼 누군가는 이러 저러한 이유로 푸석한 사과를 좋아할테니까
다른 사람의 취향을 같이 즐기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푸석한 사과는 푸석한 대로의 맛이 있으니 싫어하지 않기로 한 것.
이번 추석에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주로 점심 담당인 나는 잡채를 하려고 장을 보러 갔는데
문득, 언니는 잡채용 고기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언니에겐 잡채용 고기의 식감도 기분 나쁜 통증을 일으킬 정도로
단단했나보다. 그래서 이번엔 양념된 돼지 불고기를 사서 구웠고
얇은 고기가 부드럽게 익혀졌는지 언니가 맛있다며 잘 먹어주었다.
오랫동안 함께한 가족의 음식 취향을 아직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차근차근 알아가며 모두가 만족할 만한 음식을 만들어서 함께 맛있게
먹으면, 준비하느라 힘은 들어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다음주 주말엔 벼를 베느라 온 가족이 또 모일텐데 그때는 뭘 만들지?
........ 아! 얼마전에 사촌 오빠가 추석 선물로 갈비를 보냈는데
그걸로 매운 갈비 반, 양념 갈비 반 해야겠다.
0
0
0
10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네티켓의 기본입니다.게시물에 상관없는 답글이나 추천유도성 답글을 달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