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pg=0&number=492957
위가 원본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진짜 죽어라 둘러대서 약속을 피했음, 1번글에서 밀려났길래 그냥 자야지 하고 자고 일어났더닝 웃자 올라가서 결말 말해줘야 겠다는 책임감에 올려봄.

일단 만나자 했던 역은 강남역임.

그 녀석을 의심하게 된 뒤 좀 떠봄. 내가 소심한 성격이라 직설적으로 물어볼 수는 없었고 '나 때문에 회사 하루 쉬어서 내가 미안하다'라고 했거든. 위에 썻듯 하루쯤 쉬어도 괜찮다고 했고.

다음에 '그 회사 그렇게 맘대로 쉬어도 되는거야?' 라고 했더니 '너 만나는건데 뭐', '어쨋든 오기만 해'라며 주제에서 피하는 느낌의 대목에서 의심은 두세배 커졌다. 이쯤 되면 이제 이게 사기였던 아니던 놈이랑은 인연 끊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함. 어차피 내가 사람 많이 만나면서 사는것도 아니고 이 놈 떨어트려도 아쉬울 것 하나 없고.

그래서 같이 살고있는 할머니 입원중이라, 급하게 거기 간병가봐야 한다고, 거기 안가고 어딜 놀러다니냐고 아버지가 진짜 개 화내서 호적까지 파버린다는 이야기까지 아주 스릴있게 만들어줬는데 '아, 그럼 난 어떻하냐' '나 너때문에 오늘 회사 쉬었는데' '나도 원래 오늘 회사 쉰다는 얘기 듣고 부모님이 여행가자 했는데 그거까지 거절함' '너때문에 스케쥴 꼬였어'라면서 내 감정을 뒤틀어 파는거임.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하긴 한데 미안해지더라.

그래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가 반복하는데 그 녀석이 결정타를 날림.

'미안할 거 없고 어쨋든 와'

내 이야기를 들은건지 씹은건지 무시한건지 몰라도 할머니 간병에 부모까지 개 빡돌아서 호적까지 파버린다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그런 결론 내는거 보고 이젠 이게 거짓이 아니라도 내 상황을 전혀 신경 안쓰는 놈이라는거 아님? 솔까, 회사 쉬게한건 미안한데 이 정도도 양보 못하나 싶더라.

그리고 절대로 시간 변경하자는 얘기는 안했음. 이건 오히려 반대인데, 사기를 치려면 어떻게든 시간을 변경해서라도 약속을 잡으려 하지 않았을까? 꼭 오늘만 고집하는걸 보면 어쩐지 진짜로 자기 회사때문에 그런것 같기도 하고... 여기 부분은 누군가 꼭 쪽지 해줬으면 해

지금은 아버지한테 폰 몰수당했다 답하고 무시했더니 '아 너 웃긴다 ㅋㅋㅋㅋ'라는 메세지를 마지막으로 끝. 더 이야기가 오고 갈까봐 무서워서 확인도 안하고있다.

그 놈이 사기꾼이었는지 아닌지는 이제와선 모르겠다. 아무튼 관심가져줘서 고마워. 오늘도 난 백수짓이나 하면서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