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본 건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날이었지
너가 입학생 대표로 나가 선서를 하는 모습에 나는 이상형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반이 가까워 이동수업때 항상 마주치고
우연히 같은 동아리에 들게 되었고
우연히 너도 나를 좋아해줘서
나는 지금도 그때가 항상 나의 봄이었다

너를 따라서 수학학원도 다녔지
그때 선생님을 아직도 가끔 찾아간다
이제는 그 장소도 아니고 나 혼자이지만

너가 너무도 공부를 잘해서 야자시간에 너의 담임선생님이 나를 불렀지
모의고사가 끝난 날 작은 교무실에서 나에게 말하시더라
너의 부모님이 걱정하신다고
그 모의고사가 쉬웠는지 그때부터 내가 수학을 잘 했는지
잘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도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었다

너처럼

내신을 잘 챙기고 꼼꼼하게 공부하진 못했지만
수학을 좋아해서 모의고사는 내가 더 잘 보기도 했다

가끔은

학교 내에서 연애를 못하게 하여 친구들이 힘들 때
너랑 나만큼은 어느 선생님도 간섭하지 않았었지

너와 헤어진다는 걸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정말 단 한 번도 내 마음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너가 입시를 위해 따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나
사실 나는 전혀 몰랐다
너와 내가 전혀 다른 대학을 가서 이제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하지 않게 되었을 때
내가 너의 눈 밖에 있게 되었을 때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늘의 4월 어느 날에
나에게 힘들다는 말만 남기고 헤어지자 했을 때
그리고 너와 같은 학교를 간 친구들에게
소식을 듣기 전까지
나는 전혀 몰랐다

그렇게 나는 추락했다
나에게 남은 것은 공허함이었다
너가 없는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었다
후회와 반성과 고뇌로 가득찬 머릿속이
이전의 날들을 더 아름답게 기억하며

나는 너 없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너는 나의 봄이었고
너는 나의 첫 상실이다

내 마음에는 너를 잃음으로 생긴 빈 곳이
내가 일상에 휩쓸려 잊어버리다가도
내 의식이 또 흘러들어가 너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알고 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
너처럼 너랑 다른 시간과 방법으로
떠날 것을

하지만 나는
왜 아직도 그러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