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4달이 지났어.
모두가 이뻐하고 부러워하던 우리도 지금은 우리라는 단어를 쓸 수 없는 사이가 되었어.
네가 없는 계절이 어느새 두 번째가 되려해. 문득 달력을 보니 벌써 네 생일이 다가오더라.
쌀쌀해진 바람 탓인가, 네 생각이 나기는 해. 실례지만 그리움은 아니야. 단지 미안하단 말을 하고싶었어.
군대까지 기다린 너를 하루 아침에 너무 갑작스럽게 남으로 만들어버려서 정말 미안해. 진심이야.

있잖아, 그땐 말하지 못했지만, 난 너무 힘들고 지쳤었어. 가장 힘든 것은 그 것을 너에게 기댈 수 없음 이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댈 수 없다는게 얼마나 아프던지. 끝이 보여서 이 길을 택했어.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웠지? 미안해.

헤어지고 네가 자주 나에게 했던 말인데,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냐고 물었지?
있잖아, 너는 지금도 내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야. 너와 함께했던 지난 3년, 당시의 행복마저 부정하긴 싫어.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 하루 아침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냐고? 글쎄? 친구들이나 가족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을 뿐이었지, 네가 흘린 눈물의 양이 내 것 보다 적으면 적었지 많지는 않았을 거야.

어때, 내가 힘들었다는 걸 알았으니 조금은 속이 편해졌니? 난 너의 그런 점을 알았고, 넌 나를 몰랐을 뿐이야. 그 긴 시간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을 원했었을까.

약 한 달 후 너의 새 애인 소식을 들었어. 주위에서는 나보란 듯 만나는 거라고 했지만 난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어. 너다웠거든.
사실 질투에 가까운 감정으로 나도 다른 누군가를 만날까 해봤어.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아직은 잘 나타나질 않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건 그 사람에 대해 예의가 아닌거 같고 상처만 줄 것 같아서 못하겠더라.
우리의 첫 데이트 날, 학교 정문 앞 흩날리는 벚꽃 속에투덜거리며 날 기다리던 그 모습, 그 설렘은 아마 죽을 때도 기억 날 거야.
그런 감정은 앞으로 없을 것 같아. （솔직히 있을거 같긴 한데 계절이 몇 번은 더 바뀌어야할 것 같아.）

헤어진 날, 뭔가 잃어버린 것 같아. 이렇게 주절 주절 적다보면 생각날 것 같았는데 아직도 모르겠네.

잘 지내는 모습 보기 좋더라. 생일 미리 축하한다. 아프지말고 잘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