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참동안 앞을 노려보던 아다스는

기울어가는 태양을 흘끗 돌아보더니,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



"벌써 날이 이렇게 되었군. 저녁식사 함께하지 않겠나?"



아다스의 물음에,나는 배를 만져보았다.

아침에 마젠다와 함께 식사를 한 뒤로,아무것도 먹지않고 계속 이곳에서 검만 휘둘러왔다.

상당히 배가 고팠다.



"예,기꺼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녁식사는 아다스의 방에서 함께하게 되었다.

식사를 같이하자고 제안한건 아다스였으나

그는 방에 들어와 식사를 하면서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어색한 분위기가 불편했던 나는

이야기 소잿거리를 찾기위해 방을 둘러보다가 벽에 기대어 세워져있는 아다스의 대검을 발견했다.

나는 그 검을 가리키며 아다스에게 물었다.



"저 검이 아까 말씀하셨던 엑스칼리버인가요?"



"그래."



아다스는 짧게 답하고,식사를 계속했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 그 대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피는 모두 씻어낸듯하지만,얼마나 많은 적을 베어낸것인지 검신이 붉었다.

그냥 보통 대검과 달라보이는것은 '검신이 붉다' 와

대검이면서도 약간 '날카롭다' 라는것정도 뿐,저것은 아무리보아도 가보로 내려올만한 물건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쟁반을 정리하면서 아다스에게 물었다.



"저 검은 처음보는 제가보기에는,그냥 조금 날카로워 보일뿐 보통 대검과 다른게 없어보입니다만..."



그말에 아다스는 당연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저검이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 대검과 다를게 없지..."



그리고 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 검에는 성스러운 힘이 깃들어있다.그것은 언젠간 알게 될 테니. 지금은 비밀로 해두지"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다스는 식사를마치고 갑주를 벗어놓고 그대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리고 손짓으로 나에게 나가라고 말했다.





그에 나는 하릴없이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그리고다시 수련장으로향했다.

밤이었지만,아직 나는 훈련해야할것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아다스와의 대련으로 무엇이 몸의감각을 개방시키는지 알았으니

이제 내 의지대로 감각을 개방시키기 위해서는 그것을 내 재유자재로 이미지할수있어야했다.

내가 할 훈련은 바로그것이었다.





좁은문을 통과해나온 수련장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해가 완전히진데다가, 나무로 빽빽하게 둘러쌓여있는 수련장으로는 한줄기 달빛도 들어오기 힘들었다.

한치 앞까지만겨우 분간할수 있을정도의 어둠에,지금은 들어가서 쉬고 내일 할지,아니면 그냥 지금 할지 잠시 망설였으나

이 어둠이오히려 이미지하는데는 도움이될수 있을것이라 판단,자세를 잡고검을 뽑아들었다.





'스르릉'





그리고 눈을 감고, 몸이 '위험'을 인지할수 있는 상황을 이미지했다.





나는 전장 한복판에 서있다.

몸에는 수많은화살이 꽃혀있고

몸의 체력은 빠질데로 다 빠져 움직일수 없다.

그저 땅에 꽂은 검에 의지하여 겨우 서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숨통을끊기 위하여 다가오고 있는언데드 병사들.

그리고 일리단.







이미지가 끝나고,눈을 떴다.

상황자체는 몸이 위험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각은 개방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계속해서 상황을 이미지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백 가지의 상황을 이미지해보았다.

그 상황 하나하나는 몸이 위험을 느끼기에 충분한상황들이었다.

하지만 몸의 감각은 개방되지 않았다.







"제기랄...."





'스르릉,탁'





나는 검을 검집에 신경질적으로 꽂아넣으며 중얼거렸다.



갑갑했다.

하루빨리 일리단을 죽이고 싶은데

그래야 아버지를 내손으로 죽인 내 마음이 안정을 찾을수 있을것같은데

그러기위해서 할수 있어야할 감각개방은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너무나 갑갑했다.







나는 신전 안으로 들어와,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씻은뒤,억지로 잠을 청했다.



















'짹 짹 짹'





오랜만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눈을 떴다.

해는 어느새 중천에 올라있었다.



오랜만에라...

가만 생각해보면,요즈음 아침은 항상 마젠다와 함께 해왔다.

언제나 마젠다가 나를 깨웠고,식사를한뒤 각자의 할일을 하러 떠났던.

그것이 나와 마젠다의 아침이었다.





하지만 오늘아침은 마젠다가 오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보니,어젯밤 나도 상당히 늦게 잠을 청했을텐데도

마젠다는 돌아오지 않았었다.

설마,어제부터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은건가?





"마젠다씨는 뭘하고 계신거지..."





나는 그녀가 걱정되어 혼자 중얼거리며 간단히 씻고 마젠다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방앞에서 문을 두드렸다.





'똑똑'



"네.."





기운은 없지만, 확실히 익숙한목소리.

마젠다는 있었다.

일단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안심했다.





"버서커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대답은 당연히 'yes'일것이라 생각하고 문을 열려고했다.





"아 버서커씨...들어오지 마셨으면해요. 오늘은 혼자있고 싶네요..."





뜻밖에도,마젠다는 내가 들어오는것을 거부했다.

나는 문을 열려던 손을 멈추고,문 밖에서 걱정스레 그녀에게 물었다.





"마젠다씨,무슨일있어요?오늘은 목소리에 힘도 없고..."



"아니에요...아무것도."







말은 아니라고 했지만,그녀의 힘없는 목소리는 긍정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무슨일인지 물어보고 싶기도 했지만,일단 그녀가 내가 들어오기를 거부했으므로

나는 마젠다에게 어떻게 할수있는 자격이 없었다.

나는 하는수없이 돌아서며 말했다.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힘내세요,마젠다씨"



"..."





마젠다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아침식사를 하고,수련장으로 나왔다.

마젠다가 신경쓰이기는 했지만,나도 내 할일이 있기에 언제까지나 그녀만을 신경쓰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나는 나무 아래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짧은 명상으로 잡념을 떨친 다음

일어나 검을 뽑아들고 자세를 잡았다.





무작정 이미지하는것으로는 안된다.

그것은 어제 시도해본 수백번의 이미지가 증명하고 있었다.



왜,위험을 이미지하는것만으로는 감각이 개방되지 않는 것인가?

상상속으로 강하게 확신하면 몸이 그것에 반응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왜 나는 이렇게 집중해도 몸의 감각이 개방되지 않는것일까?





나는 검을 집어 넣고 앉아서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뭔가가 번쩍 생각났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지않고' 그대로 위험을 이미지했다.







허공 위에서 그려지는 언데드 병사들과 일리단.

움직일수 없는 내 모습과 흘러내리고 있는 나의선혈.





내 예상은 적중했다.

눈을 감지 않고 이미지한지 수초만에,몸의 감각은 개방되고 있었다.

나는 이미지를 풀지 않고,계속해서 상황을 이미지해갔다.





다가오고있는 언데드 병사들,반원도를 높이 치켜든 일리단.





이윽고,몸의 감각은 완전히 개방되었다.







몸의 감각이 개방되지 않은 이유는 따로있는것이 아니었다.

다름아닌,상황의 '모순'이, 몸에게 위험을 인지하지못하게 하였던것이다.



몸이 상황이 위험하다 라고 인지하려고 하면,눈은 감겨있었다.

위험한 상황에 눈을 감는다.라는것이 모순이되어,몸은 위험한게 아니구나. 라고 인지한것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했다.

눈을뜬채로,허공 위에서 위험을 그려내는것.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적중했고,나는 수초만에 감각을 개방시키는데 성공했다.





"좋아...."



'스르릉,탁'





나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검을 검집에 밀어넣었다.



이제 내 의지대로 감각을 개방시킬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일리단과 싸울수 있게 되었음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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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겜방을 못가는 바람에
예정보다 하루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