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

무척이나 오랫만에 두번째 글 올리네요... 라고는 해도

절 아시는분이 과연 몇분이나 될는지-


아냐, 서두가 이렇게 어둡고 피해망상적이면 졸라 읽기싫겠죠.

밝게!


씨익..?!!?!

뚜루룽!!
（효과음: 피아노건반 여러개를 동시에 내려치는 불협화음）



갑니다.










저에겐 몇해전 대학을 졸업하시고

당당히 백조의 신분이 되신

이모님이 한분 계십니다.


그 미모가 워낙 출중한지라（.....）

남자친구도 한대 보유하고 계시지요.


가..갑자기 뒤로가기는 왜 찾으시는지...?


자 진정들 하시고....



아무튼 여차저차 들은 이야기인데

남자친구분께서는 러시아에 유학을 가신적이 있더군요.

（혹시 그분께서 웃대에 서식하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무튼 그 러시아 유학기간동안

남친분（간단히 철수씨 라고 합시다）께서는

러시아 친구분들에게 식사 초대를 받으셨던 모양입니다.


모스크바에서의 저녁식사초대.

분위기 있는 음악속에 촛불이 일렁이는 가운데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한가득 차려진 캐비어와 흑빵..

치즈가 억음직 스럽게 녹아내리는 스노우 크랩 그라탕..

식후에 사색과 함께 입안에 흘려넣는 톡 쏘는 보드카 한잔 등등..


철수씨는 대충 위와같은 진수성찬을 상상합니다.

그리고는 그날 하루는 아침부터 아예 굶으셨다더군요.


이윽고 아기리고다기러기던 저녁 때.

철수씨는 초대받은 집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리고 열렬한 환영과 함께 들어선 식탁은....

그전의 상상과는 너무나 매치가 안되던 것이었죠.


흑빵.

있었답니다.

열명 남짓의 빈 그릇에

식탁 가운데 한덩어리.

각각이 아닙니다.

단지

한 덩어리-_-;


그리고 보드카.

물론 있었죠.

한병.

통틀어 한병이 아닙니다.

각각 한병씩-_-;;


이쯤에서 철수씨는

무언가 일이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사면초가요 속수무책. 청천벽력인것을.


흑빵 한조각씩이 모두의 접시에 돌아가고

잔이 채워집니다.

철수씨는 한잔쯤이야.. 하는 생각에

건배를 하죠.

그리고 한모금 들이킵...

아니...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 러시아 친구들은

철수씨에게 한 모금이 아니라 원샷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에라..

죽자..



알콜농도가 50도에 육박하는 앱솔루트 보드카 한잔을

철수씨는 단박에 위장속에 쑤셔박습니다.

아..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철수씨의 위장은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기에 이르고..


철수씨는 다른 친구들이 그러하듯

자기 그릇에 놓인 흑빵 한조각을 집어듭니다.

그리고 한입을 베어뭅.....

어라?

러시아 친구들은...

흑빵을 집어들고..

그것을 코로 가져갑니다..

러시아인들은 코로 음식을 먹나 하며

철수씨가 의아해할 때 쯤..



흐으으으으으으읍-!?!?!!


러시아 친구들은 기를 모으....가 아니고

허파 가득히 흑빵의 냄새를 음미하고는

그대로 접시에 내려놓습니다.



철수씨는 더 일찍 알아차려야 했던 것을

알아차리고 맙니다.

그나마 한조각씩 안주라고 놓인 흑빵은

미각이 아니라 후각을 만족시키기 위한 안주였던 것입니다..



철수씨는 눈물로 일그러진 시야 너머로

자신의 잔이 다시금 채워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

죽자......



다시 원샷!



흐으으으으읍~~~



원샷!!!


흐으으으으으으으으읍!!?!!


원샷!!!



흐으으으으으읍?!?!


원샷!!!!


흐으으으으읍?!?!!


원샤.... 커헉!! 컥!!




급기야 텅텅 빈 철수씨의 위장은

끊임없이 밀고들어오는 오십도 알콜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그것을 오던 길로 되돌려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철수씨는 전혀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됩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먹은 사람이

흑빵냄새를 안주삼아

보드카를 무한대로 원샷하게 되면..



쿨럭! 쿨럭~ 쿨럭...



맑은 물을 게워낼 수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