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밤 12시 쯤
이별통보 받고 헤어지고 거의 한달 반 만에
뜬금없이 온 전여친의 전화에
별 고민없이 받았다

잘 지내냐는 안부얘기였지만
평소말투와 다른 괜한 퉁명스러움이 느껴졌다

기억나는 내용을 적어보자면

여보세요
- 응 여보세요
웬일이야
- 그냥~ 뭐하냐
그냥 있어 잘라고 넌?
- 아니 뭐하냐구
잘라고 씻고 누웠어
- 아 그래... 잘지냈어?
응 넌? 일은 잘 하고있어?
- 아 몰라 스트레스 받아 일얘기 하지마
ㅋㅋ 아직도 스트레스 받으면서 그러니
- 아 오늘 손님 머리 망쳤어 ㅠㅠ
엥 왜? 컷트하다가?
- 아니~ 왁스 발라주다가 떡졌어 ㅠㅠ
ㅋㅋ 맘에 들었을거야 넘 맘쓰지마
- 짜증나 ㅠㅠ 아 ㅠㅠ
거기도 비와? 요즘 장마철이라는데
- 아니아니 지금은 안와 아 짜증나
그만 짜증내 찡찡아 ㅋㅋ
- 아 몰라 짜증나 ㅠㅠ
ㅋㅋ 비도오고 찝찝하고 예민한 날이잖아 너
- 엥? 어떻게 알았어??
ㅋㅋㅋ 얼마전에 시작하지 않았어?
- 아 어떻게 알았어~ 아~
내가 너 그날을 기억 못하겠니 ㅋㅋ
- 아파 짜증나
많이 아퍼? 너 술먹었지?
- 아냐 안먹었어ㅋㅋ
ㅋㅋ 목소리가 딱 술먹었구만 어디서 구라를 ㅋㅋ
- 안먹었다구~
ㅋㅋ 그래 손 갈라진건 어때? 아직도 아파?
- 아니아니 이제 완전히 다 나았어
다행이네 진짜 다행이다 피나고 맨날 아파했는데...
- 오빠
어 왜
- 오빠
왜 ㅋㅋㅋ
- 야 내가 그렇게 잘못했냐??
무슨소리야 ㅋㅋ
- 내가 그렇게 잘못했냐구
ㅋㅋ 그 얘기야? 너가 잘못한거 같아?
- 아니.. 내가 오빠한테 그렇게 잘못했냐구
아니다 다 내잘못이다 ㅋㅋ
- 미안해
ㅋㅋ 괜찮다 이제 하나도 안아프다 ㅋㅋ
- 나 힘들어
뭐가? 일이?
- 아니 바보야 힘들어
ㅋㅋ 언제자게
- 몰라~ 지금 누워있어
그래? 그럼 자야지
- 아직 안씻었어
ㅋㅋㅋㅋ 씻어
- 옷도 안갈아입었어
욘석아 빨리 갈아입고 씻고 자 ㅋㅋ
- 싫어 움직이기 싫어 귀찮아
ㅋㅋ 내가 가서 씻겨주랴??
- 응응 빨리와
어떻게 가 원주를 ㅋㅋㅋ
- 와서 클렌징오일로 샥샥샥샥 해주고 클렌징폼으로 샥샥샥샥 해주고 스킨을 챱챱챱 발라주고 로션도 챱챱챱 발라주고
ㅋㅋㅋ 어휴 중전마마 납셨네
- 오빤 왜 하필 인천에 사는거야
ㅋㅋㅋㅋ 뭔소리야 인천이 집이니까 인천에 살지 ㅋㅋ
- 왜 그런 촌구석에 살아
그치ㅋㅋㅋ 원주에 비하면 촌구석이지
- 그치? 원주 완전 도시야
그래그래 물좋고 산좋고ㅋㅋ 건물도 낮고ㅋㅋ
- 아니거든! 원주 완전 도시거든
ㅋㅋㅋ 빨리자 피곤해보인다
- 안졸려 안피곤해
ㅋㅋ 그럼 뭐 더 할얘기 있어?
- 아... 아니 오빤 졸려?
응 난 졸립다
- 알겠어 잘꺼지?
ㅋㅋ 그럼 자야지 뭐해 ㅋㅋ
- 알겠어... 잘자
옹야 너도 잘자라 잘지내고
- 응

별 느낌없이 예전 사귀기 전 친했던 때 처럼 말했던게 신기하다
이별통보 받았을 땐 자존심 다 버려가며 잡았던 나였는데...

전화가 왔을때 들었던 생각은
당황, 반가움, 기대 곧이어 두려움, 평정심 유지, 거리유지 였다
통화 후 그동안 들었던 생각은
통쾌함 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나 같은 경험을 한 분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