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이
새벽에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아침에 벗꽃처럼 흐드러지다가,
낮에는 하늘에 조각 구름처럼 떠있다.
오후에는 버드나무의 그림자처럼 늘어지고,
저녁엔 차가운 바람에 실려
옷깃을 여미게 만들더니,
내 가슴에 밤하늘의 별처럼
알알히 박힌다.

결국 미안하다는 네 글자는
빈접시에 술안주가 되고,
눈물을 따라주는 술병이 된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개를 떨군,
너에게 마지막 건넨 정말
바보 같은 그 말.

- 은사시나무

처음 글을 쓰고나서 20년이 지났네요.
요즘 제 마음에, 작은 창문 하나 만들어야 될 것 같아
옛글들 다시 올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