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병 아주 빠르게 마시고 유서를 간단히 쓴 다음
귀에 이어폰 꽂고 에이브릴 라빈의 Hello Heartache를 들으면서 넥타이로 이렇게저렇게 함.

아프진 않았는데 정신을 차리니 넥타이가 끊어져 있었음.

그리고 넥타이로 2번을 더 시도했는데, 2번 다 끊어져서 실패함.

시도를 화장실에서 했는데, 3번째 시도해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가 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피가 흘러 나와 있었음.

엎어진 상태에서 경련이 일어난 것 마냥 온 몸이 매우 심하게 떨렸음.

떨림이 멈춘 후 피가 난 출처를 찾아 보니, 열어 놓은 화장실 문에 긁힌 건지 눈썹 위가 찢어져서 거기에서 피가 흘러나왔던 것임.

넥타이로는 죽는 게 불가능하구나 하고 깨닫고는
바닥에 흘려진 피 씻어내고 끊어진 넥타이들을 모두 쓰레기통 맨 밑 바닥에 쑤셔 넣었는데,
소주 한 병을 빠르게 마신 탓인지 머리가 엄청 아파서 내 방에 들어간 다음 잠을 청함.

그렇게 한참 누워 있다가 거실 책상에 유서 놓아둔 것이 떠올라서 잽싸게 일어난 다음 유서를 갈기갈기 찢고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잠을 청함.

한동안 목에 자국이 남았는데, 엄마가 이걸 보고도 （이 자국이 왜 생겼는지 알았을 테지만） 별말은 안 했음.

죽고 싶다는 글이나 조만간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쓴 글이 고민 게시판에 꽤 보이길래 그냥 내 경험을 주저리주저리 써 봤음.

다른 사람에게 죽지 말라느니 버티다 보면 다 잘될 거라느니 같은 소리는 （비록 타인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지 이해는 하지만） 내 성격상 하고 싶지 않고,
하루하루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살아 나갈 용기든 스스로 끝낼 용기든, 하여튼 용기가 생겼으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