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스트레스를 야무지게 먹고 자란 세상 비관적인 염세주의자 A
그냥 지나가던 중이었는데 A 에게 멱살잡혀 흔들리고 있는 B
이 모든걸 지켜보는 나 C

이미 A는 이성적인 판단일랑 애저녁에 스트레스와 같이 집어삼켜서 대화가 되지 않음
B는 점점 얼굴이 파래져가는 거 같고
온 몸 다해 A의 팔뚝에 매달려 얘좀 놓고 얘기하자니까 A가 날 밀치더니 얘가 널 힘들게 하는 원인이라며 얘만 없어지면 모든게 다 괜찮다고 한다
과연 B가 사라지고 나면 너도 이성을 되찾고 얌전해질까?
단지 다음 타겟이 내가 되는 것 뿐 아닌가?
하루이틀이면 그치겠거니 무시로 일관한지 사흘째
B는 이제 없다
없는지 숨었는지 구분은 안되지만 일단 당장은 안보인다

어쨌든 우당탕탕이 끝났으니 괜찮나?
등 돌려 누워있는 A의 근처에 차마 가 볼 용기가 없다
드르렁 거리는 숨소리에 신경쓰는 내가 싫다
만약 깊게 잠들었다면? 기습에 성공할 수 있을까?
B의 목을 쥐어 흔들던 그 투박한 손의 종착점이 내 목이 아닐까?

이 미칠 듯한 긴장감에 냉장고에 숨겨져있던 술을 꺼낸다
혹시 몰라 술김의 럭키펀치 한방에 이길 수도 있고 나도 술을 이만큼 마시면 쟤보다 강해질 수도 있잖아?
어쩌면 우리 둘이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

한잔하자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