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원에 사는 고등학생입니다.
커뮤니티에 글을 쓴다는 점이 익숙하지가 않네요..
원래라면 속상한 일이 있었을 때 삼키고 넘어가는 편이지만, 근래들어 다른 사람과 고민을 나누고 싶고 또 제가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알고싶어 글을 씁니다.
뭐 인터넷 커뮤니티가 아니라 청소년 상담소나 전문적인 곳에서 도움을 구하는 것이 맞는다는 점 알지만, 그래도 부담이 적은 이곳부터 시도해 보고 싶네요..
각설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난감하지만, 저희 아버지는 상당히 엄한 분입니다.
보통 "엄하다"라고 포장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에게는 공포스러운 존재입니다.
통념적으로 나쁜 아버지로 여겨지는 술만 마시면 집안 물건을 부수고, 아내를 때리는 존재는 또 아닙니다.
다만, 어떨 때는 자상한 척을 하다가도 본인이 감정이 좋지 않을 때는 정말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저희 아버지의 모습이, 어렸을 적에는 다른 아버지들과 같이 훈육을 위한 행동인 줄 알았으나, 제가 점차 자라며 그렇지 않다는 점을（우리 집이 다른 집과 다르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슬픈 일은 마음속에 꼭꼭 눌러두는 경향이 있어서 남들에게 표현은 못 했지만, 참 아버지의 폭력적인 행동에 슬퍼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집안에서 언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보통 아버지와 어머니, 아버지와 저, 아버지와 형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많았습니다.
몇 가지 일화를 말씀드리자면,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시절, 저는 글씨체가 좋지 못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느날 아버지는 글씨체 교정을 위해 한 권의 책을 정자로 필사하는 일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어서 제가 아버지 옆에서 책 내용을 옮겨 적고 있을 때, 갑자기 저희 아버지는 책으로 제 얼굴을 때리셨습니다.
어린 나이에 당황하고 너무 놀라 엉엉 울었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또 어느 날은 저와 형이 병아리 두 마리를 얻어와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병아리에게 먹이도 주고 집도 지어주며 보살폈습니다.
추우면 따뜻한 물을 챙겨주고, 사육장이 더러워지면 신문지도 새로 깔아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버지는 시끄럽다는 이유로 형의 병아리를 저희 앞에서 발로 밟아 죽여버렸습니다.
지금도 그렇게까지 해야했나 참 원망스럽고 야속합니다.
저는 이런 아버지가 미워서, 이런 아버지랑 같이 사는 엄마도 미워서 어린 나이에 가출도 여러번 하곤 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형과 함께 웃으며 있으면, 아버지가 뭐가 그리 행복하냐며 핀잔을 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참 한창 해맑아야할 어린 나이에, 무뚝뚝하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상황은 많이 나아진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와 여행도 나름 다니며, 부자지간에 정도들었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이중적인 면모는 더 강해져버렸습니다.
어떨 때는 자상한 척을 하고, 어떨 때는 언성을 높이며 집안 물건을 부쉈습니다.
나름대로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된 저와（그리고 형과）, 여전히 폭군으로 군림하는 아버지는 갈등을 빚었습니다.
싸움의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강도는 훨씬 강해졌습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형은,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아버지와 등굣길에서 주먹다짐을 하고, 아버지의 물건을 부수고 할머니 댁으로 가 학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저도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안 물건을 부수고, 이 때문에 재물손괴로 서에 들락날락 거리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처럼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저의 모습에 놀랐고, 저도 후에 자식을 가지면 이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아버지와의 갈등에 지처 저는 무감각해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언성이 오고 가는 상황이면 가슴이 뛰곤 하더라고요.
오늘도 그런 일이 있어 힘드네요.
얼마 뒤면 중간고사인데, 집중하기도 어렵고...
저도 자상한 아버지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너무 두서없이 긴 글 남겨 죄송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