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대학 새터 가는 날.
걔는 과잠 신청을 깜빡 잊고 못해서 배분을 못받고있었다. 나는 누나 것까지 주문했었기에 그애한테 그걸 빌려주었지. 고맙다고 웃는 모습이 이뻤다.

새터 가서 룰루랄라 노는동안 그애 반응만 살폈던 것 같아. 내옆에 앉아서 밤새도록 놀면서 이상형 321을 할 때 나는 용기가 없어 그애를 2라고 했고 그녀는 아마 솔직한 마음에 나를 2라고 했었을 테지.

새터가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자 다가갈 용기가 없어서 줄곧 다른사람을 좋아하는 척했다. 교양에서 만난 다른 학과 누나, 아는 후배, 동아리 선배...하지만 정작 그들 중 누구와도 사귀진 않았다. 친구로만 지내던 걔가 늘 마음에 걸렸고 3년 간의 고민 끝에 나는 고백했다.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넌 친구로밖에 보이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아. 앞으로는 지금처럼 못 지내겠네...]

이게 내가 받은 답장.
그리고 그게 벌써 8개월도 더 된 얘기. 아직도 연락은 못히겠다. 근데 아직도 그애와의 추억들이, 내가 차일 때의 기분과 상황들이 생생해. 지난 반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한줌의 시간으로만 여겨지는 걸.

그러다 최근, 같이 교양을 듣던 사람에게 번호를 따서 사귀었다. 주위의 반응은 [너 그런 건 혐오할 정도일 줄 알았는데?!]였다. 그만큼 나는 그애를 잊고 싶은 마음이 절박했고 진정할 줄 모르는 내 마음을 속이고 싶었으나...

결코 잊혀지지 않는 거 같아. 정말 첫사랑은 그녀가 맞았나봐. 그리고 며칠 전에 사귀던 그 친구랑도 결국 헤어졌어. 그래도 그건 별로 아쉽지 않다. 난 지금도 계속 후회 속에 살고 있는데 그건 [만약 내가 그때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친구로라도 남았을 텐데.]하는 마음이야.

정말 찌질한 건 아는데 어디 풀 데도 없고 괜히 위로 받고 싶어서 웃대 눈팅 3년 차가 글써봤어 ㅠㅠ...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얼른 졸업하고 군대나 가야지. 그때쯤엔 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