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에 모솔 남자입니다

살면서 지금같이 마음 쏙 가는 이성이 없었는데

최근에 보드게임 모임에서 생겨서 너무 기분 좋습니다.

일단 나이는 저랑 동갑이고요

알게 된 사이는 본격적으로 말 놓고 번호교환, 개인적으로 연락하면서 지내게 된 건 한달 좀 안됐네요.



일단 모임에서의 제 이미지는 엉뚱하고 재밌는 애 정도인 것 같아요.

딱히 남자답다거나 그런 건 제가 봐도 찾긴 힘듭니다. 오히려 친구들 사이에서도 생긴거 때문인지 애같단 소리 좀 듣습니다.



암튼 저도 인터넷으로만 봐온거긴 하지만 뭘 하면 되고 안되는지 사리분별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직까지도 모임 얘기가 주긴 하지만 개인톡을 자주 했습니다.

주로 제가 먼저 연락했고요

"모임 이번 주 나오냐"
"오늘 몇 시에 나올거냐"
"내일 시간 되면 미리 만나서 놀다 들어가자"
"조심히 들어가라"

이게 거의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하나 호재인 게 있다면

이 친구가 I 99퍼라 다같이 노는건 좋은데 기가 빨리 빨려서 항상 제일 먼저 집 갑니다.

근데 전 이 친구랑 더 있고 싶은데 그러려면 조금 일찍 만나는거밖엔 방법이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두 번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둘 다 쿨하게 오케이 라고 해서 두번 만났습니다.

여기서 느낀 건 "내가 그래도 인간적으로서의 호감은 충분하구나" 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둘이 만나고 나서는 제가 좀 긴장을 해서인지 평소 텐션이 잘 안 나오긴 합니다.

처음 30분 정도는 평소보다 목소리도 작고 경직되있다가 나중에 조용한데에서 둘이 대화하면 그때 술술 풀리는거 같아요.

대화하는 스타일은 저는 아직까진 유머로만 하고 있는것 같고, 칭찬이 그렇게 좋대서 톡으로라도 조금씩 칭찬을 해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사진 바꿨으면 예쁘게 잘 나왔다던가）



그런데 제가 조금 최근에 신경쓰인 게 있다면

여기서부턴 찐따 냄새가 좀 심하게 날 수 있습니다.

그저께에도 모임을 갔는데 저랑 오는 시간이 비슷하더라고요.

그러다 앞에 그 친구가 가는걸 보게 됐는데 처음 보는 남자랑 같이 들어가더라고요.

순간 엄청 불안하고 복잡했습니다. 도대체 누구지? 모임 앱에 게시글 쓴 것도 보니까 사는 곳도 여기랑 완전 멀던데?

심지어 오기 전에 약속도 있다 했는데 그럼 둘이 만난건가?

설마 서로 잘 되고 있는 사이는 아니겠지 하면서 제 개인적인 욕심이 너무 커져버려서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거죠


엄청나게 찝찝했는데, 그날 밤에 카톡으로 모임원들끼리 스팀게임 얘기가 나왔어요.

그 친구가 스팀게임을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저도 한번 해보려 했는데 잘 모르겠다니까 먼저 둘이서 같이 하잔 말도 했고 거기까진 기분 좋았습니다.

근데 오늘 보니까 아까까진 친추가 되있었는데 친삭을 그새 했더라고요.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뭐 엄밀히 따지면 디스코드도 단체서버가 있고, 게임도 게임 안에서만 친추되있으면 스팀친추는 굳이 안해도 되긴 하는데..

굳이 친삭까지..? 정리되있는걸 좋아하나? 라는 생각도 들면서 좀 의아했고요.

그때 또 알게된게 낮에 봤던 그 남자랑은 게임에서 만난 사이였다고 하더라고요. 좀 안심이 됐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여기까지가 그동안 있었던 스토리고, 전 앞으로 3주 정도는 일때문에 모임 참여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좀 생각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마음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친구가 어떻게 해야 저한테 관심을 가질지 고민입니다.

개인적으로 추리해보자면 저한테 인간적으로써는 호감이 만땅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남녀가 둘이서 만나고 한쪽에서만 계속 같이 만나자고 하는데 쿨하게 오케이라고 하는건 제가 적어도 비호는 아니란 거겠죠?

근데 저는 좀 더 바라는게 있다면 얘가 저한테 먼저 제안하거나 그런 날이 오길 바랍니다.

더 하자면 자기 일상같은걸 먼저 톡으로 말한다던가요..

그러려면 저한테 관심이 더 가야 할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그나마 제가 노력하고 있는거라면 칭찬을 어제부터 조금씩 하고 있다는건데, 이것도 평생 안해본거라 술술 나오지가 않네요.

그렇다고 막 남발하면 그것도 이상할것 같고요.

그리고 최대한 친하게 지내는걸 우선으로 두려고 하는데, 이성이랑 1대1 경험은 아직까지 없다보니 막상 가면 좀 경직되는게 있는것 같습니다.

누구는 뭐, 단체로 있을때랑 둘이 있을때랑 이미지가 달라야 좋다고 하는데

전 그것도 못하겠더라고요, 이미 그렇게 된건지도 모르겠지만.. 단체로 있을땐 좀 까불대거든요.


제가 생각한 공략법? 이라면

일단 이 친구는 인형이나 캐릭터를 극도로 좋아합니다. 귀여운 걸 못 참아요.

이걸 알고 여행갔을때 기념품으로 키링인형 하나 사서 주니까 너무 귀엽다고 아직까지 차고 다니고요.

매운 걸 좋아한다 하더라고요, 분식도 좋아하고요.


이런 걸 이용해서, 제가 알고 있는 정보나 공략법들을 이용해서

훗날 그 친구가 먼저 저한테 선톡하거나 일상을 말하거나 먼저 만나자 하거나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발전시키고 싶은데,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네요.


참고로 저는 ESTP, 그 친구는 INFJ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