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싶었나요? 한때는 꿈이 많았던 당신이 보입니다. 그때 꾸었던 꿈도 그리 밝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룰 수 있는 꿈이리라 생각했었죠. 그 꿈에는 사실 많은 타협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루기 버거워 보이는 마냥 큰 꿈을 꾸기에는 너무 버거웠으니까요. 하지만 그랬기에 이정도는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욕심을 버렸잖아요. 나에게 주어진 것에 맞추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까요.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보면 이정도의 목표에는 무난히 도달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네요. 오히려 목표를 작게 잡았던것이 독이 되었던걸까요. 이마저도 이루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고는 자신에 대한 실망과 무력감에 금방 빠져버리더군요. 어떻게든 기운을 차려보기 위한 노력은 정말 칭찬할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을 버티는 잠깐의 물 한모금에 불과했을 뿐 당신을 움직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진 못해보입니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느 물한모금에 의존하는 당신은 어떤 기분일까요. 그 물조차 마르는 그 순간..

당신은 풍요롭지는 않아도 안정이되는 무난할 수 있는 삶을 바라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것을 바란것은 아니었지요. 이것은 지금까지의 타협입니다. 분명 이전에는 이거보다는 나았겠지요. 당신은 인정을 바랬습니다. 함께하는 가치를 알고 어려움을 이겨내어 그곳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는 삶을 바래왔습니다. 거기서 조금만 더, 당신의 활약이 빛나는 순간들이 오기를 바래왔죠. 그런 꿈을 꾸면서 행복한 상상에 젖어 싱글벙글할때도 있었죠. 그때는 당장은 부족해도 눈앞에 있는 문제들을 하나둘씩 해나가보면 그런 순간이 올것이라 굳게 믿고 차근차근 해나갔습니다. 그때는 그런것 조차 보람을 느꼈기에 스스로 자부심도 가지도 있었죠.

오늘의 당신은 그때의 기억들이 유독 진하게 떠오릅니다. 인정이란 단어는 이제는 당신과 멀어지게만 느껴질뿐입니다. 좋아하던 것들이 이제는 싫어졌습니다. 그동안의 노력과 쌓아올린 것들은 이제는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새로운 것을 찾아 보겠다고 이것저것 다른것도 해보지만, 금방 그만두고 맙니다. 그곳에는 의미도 보람도 없었으니까요. 발버둥만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혼자서 해야 합니다. 함께의 가치는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맞지않는 옷을 입은듯한 이 불편함이 너무 싫었습니다. 한 때는 특별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재능도 있는데 아직 발휘하지 못한것일 뿐이라고도 생각한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합니다. 특별하지 않다. 특별하지 않다. 이렇게 자신을 인식하면서 느껴지는 씁쓸함이 자신을 좀더 어른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며 당신은 위안을 느낍니다.

당신은 더 이상 혼란스럽고 싶지 않습니다. 부족하더라도 확실한 안식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을 이룸으로 생길지 모를 내적인 여유를 갈구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는 가질 수 있으리라,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할지라도 지금을 견뎌내다 보면 도달할 수 있는 목표일 것이리라, 당신은 어쩌면 지금들을 견뎌내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조금은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기운을 내 걸어나가봅니다. 당신은 내심 알고 있습니다. 이 걸음걸음이 이상과 자꾸만 멀어지고 있음을요. 당신은 자꾸만 눈물이 차오릅니다. 하지만 멈출수도 없으니다. 이 걸음을 멈추는 순간 무너져내릴 것들이 많음도 알고 있기에. 깜깜한 불구덩이에 걸어들어가는 이 느낌은 사실 너무 무섭습니다. 그럼에도 행진. 행진. 눈앞이 흐려지고 머리와 마음과 몸이 따로 다녀도 멈출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