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사타구니에 쥐젖이 나서 고생 좀 했다. 괜히 쓸릴 자리도 아닌데 톡 튀어나온 요놈이 접점을 만들어 점마찰로 닿은 곳이 따끔거리곤 하는 것이다.
특히 더운 여름날이면 짓무르는지 고약한 냄새도 나곤 해서 보통 신경을 건드리는 놈이 아니었다. 유산소운동 루틴을 짤 때면 걷기나 달리기 대신 주로 줄넘기나 케틀벨 스윙을 하게된 까닭이기도 하다. 케틀벨 스윙으로 빅-스톤 엉덩이가 되어 당창고를 차렸으니, 당뇨 면역에 가깝게 된 건 사타구니 쥐젖의 순기능일까, 역-역기능일까.

때아닌 봄에 이상고온으로 여름이 설레발치던 몇 주 전에도 따끔따끔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버지를 도와 모판에 볍씨와 상토를 섞어 담느라 빨빨거리며 움직이니 대번에 쓸려버리고 말았다. 점빼는 CO2레이저로 지진 것 마냥 아예 굉장히 아파서 통증이 옆으로 옮겨가 고자가 되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어쨌든 언제나처럼 항생제 연고 바르고 밴드를 붙였는데, 이번에는 며칠 지나니 언젠가 똑 떨어졌는지 사라졌다. 민망한 부위라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전전긍긍 몇 년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십년을 같은 마음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떠났다. 열달이 넘은 며칠 전, 그이는 세 달만에 마음에 새로 들인 사람이 있었다는 소식이 청천벽력처럼 꽂혔다. 부아가 나서 못된 마음으로 안 좋은 바람을 여러가지를 빌곤 했다. 재정파탄으로 구조조정이 온다든지 해서 맘고생 좀 했으면 좋겠다는 예측을 가장한 험한 바람까지도 해봤다. 하지만 무슨 소용인가. 그이는 행복하고, 나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생각공장이 망가지고 재정비는 생각보다 오래걸린다. 그래서 못된 바람이 자꾸 유발되는 걸 당장은 멈출 수는 없겠다. 다만 마음 한 구석에서 못된 바람만 피우는 소인배의 남겨진 군불도 사타구니의 쥐젖처럼 사라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