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난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최근에 심하게 갈등을 겪었어.

그래서 몇 시간 통화를 하고 괜찮아지는 듯 하다가, 막판에 악화돼서 결국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하더라.
처음엔 나도 붙잡았는데 결국 동의했어. 비슷한 갈등이 있어왔고, 또 그렇게 말하는 근거가 타당해서..

근데 헤어지듯이 서로 고맙다고, 행복했다고, 좋은 기억이 많다고 얘기하고 같이 울고 하면서 전화 마무리했거든.. 헤어지는 건 아니고 생각을 갖는 거라고 사족 달듯이 말하긴 했지만서도..

그러고 나서 지금이 3~4일째인데, 서로 아직 아무 연락도 안한 상태야.
거의 헤어지는 마무리를 하긴 했지만, 시간을 갖자고 한거니까,,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여친이 시간을 갖자고말한 이유는 :
1. 갈등을 받아들이고 푸는 방식이 서로 너무 달라서, 앞으로도 갈등이 있을 때마다 너무 힘들게 뻔히 보인다는 것
2. 여친은 나에 대한 애정과 확신이 너무나도 확실한데, 여친이 보기엔 내가 여친에 대해 갖는 애정과 확신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

위 1번은.. 여친이 서운한 점에 대해 내가 공감 못해주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려 하고 좀 이런 게 있어서.. 거기서 많이 지쳐한 게 있어. 막판에도 좀 그런 태도를 보여서 극단으로 치달아서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한거고. 하지만 내가 좀더 노력해서 바꿔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

2번은.. 사실이긴 해.
애초에 너무나 좋아해서 사귀었다기보단 괜찮은 사람같아서 만나보고 싶어서 내가 사귀자고 했던 것도 있고, 여친이 이상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그래도 만나면서 정이 많이 들고 잘 지내오고 내가 무척 잘해줬어. 그건 여친도 인정했고..
다만 여친은 나랑 최근에는 결혼까지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만큼 애정과 확신이 커지는 게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몇 주 전에 뭐 커플 결혼 테스트 이런 거 해보자하면서 서점에서 사서 풀어보고 점수 맞춰보고 좋아하고 그랬었거든. 그런데 오히려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생각해봤을 때 본인이 바라는 애정과 확신이 있는데, 나의 그것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거지.
나는 앞으로 （결혼에 필요할 정도의） 애정과 확신을 더 가질 수 있다고 말했는데, 여친은 1년 동안 가지지 못했으면 앞으로도 가진다는 보장이 어디있냐고 그러네. 틀린 말이 아니라서 할 말이 없더라고.

근데 마지막 전화에서 생각할 시간을 언제까지 갖자고 합의하질 않아서, 지금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나는 여전히 여자친구 계속 만나고 싶고, 또 내가 바뀔 수 있다는 거 얘기해주고 싶어. 그런데 앞으로 몇 년을 더 만나도 지금 이상의 애정과 확신을 가질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어. 결국 이 사람과 결혼할거냐고 한다면 그것도 잘 모르겠고..
여친을 붙잡고 싶기도 한데, 여친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할 정도로 내가 많이 사랑해줄 수 있을까 싶어서 붙잡지 못할 것 같기도 해.
참 좋은 사람이야.. 허튼 짓 안할 거 알고 밝고 구김살 없고 나를 사랑해주는 게 보여.
그런데 나는 그 사람을 정말 많이 좋아하고 정이 든 정도지,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진 않는 것 같아.
이런 얘기 정말 나쁜 얘기인 거 알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여친이 이뻐보일 때도 있지만 안이뻐보일 때도 있고, 또 이 사람과 결혼한다고 생각해보니 다른 더 잘 맞는 사람을 만날 기회를 놓치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

나는 이 사람을 잃는 게 두렵다기보다는 혼자가 되어 외로워지는 게 두려운걸까? 현실이 시궁창이라 취해있을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그런 게 없어지는 게 당장 두려운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내가 생각해도 여친에게 지극 정성이었는데.. 내가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결혼하고 싶다고 망설임없이 생각할 정도로 애정과 확신이 있는 건 아니고..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거엔 정답은 없을 거고, 또 결국 내가 마음가는대로 하겠지만,, 그래도 그 마음을 정하는 데에 있어 조언을 좀 받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