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다 깨서 웃자 눈팅하다가
문득 뇌병변을 가진 친오빠가 죽었다는 웃자글을 봤다.

글을 본 뒤 뭐에 홀린듯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뇌병변
뇌성마비 라고도한다.

TV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말 어눌하게하고 손발이 뒤틀린채 지멋대로 움직여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질병이다.
우리 누나는 태어날 때 어머니가 난산을 해서 뇌성마비에 걸렸다.
부모님께서는 40년 가까이 되는 세월동안 누나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살고 계신다.
끼니때마다는 혼자서 먹지 못하는 누나를 먹이고... 아기를 키워본적은 없지만 별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문득 아버지께서는 내게 누나가 오래 살지 못할줄 알았는데 잘 살아있다는 말씀을 하신적이 있다.
자식이 자기보다 먼저 떠날 것 같다고 직감하는 부모의 마음이 어떤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평생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오신걸까..



정신은 멀쩡하지만 수십년을 뒤틀린 몸에 갇혀 살고 있는 누나와는 반대로
나는 몸은 멀쩡하지만 마음의 병을 얻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

언제부터 였는지.. 철이 들기 시작한, 전역하고 난 뒤 였던 것 같다고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들이 으레 그렇듯 병원에 가지않아 10년 가까이 병을 키운 것 같기도하다.
내 증상은 단 한가지다. 몸에 땀이 날 때면 종종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식은땀이 쏟아진다.
그런 부정적인 경험을 하다보면 언제 어디서 또 증상이 발현할까 불안해하며 일상의 긴장도가 높아져 삶이 피곤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았는지 대학은 잘 졸업했고 회사에도 취직해서 잘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추석 연휴 마지막날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몸이 아픈 누나와 마음이 아픈 나를 생각하니
내 삶은 왜 이럴까하며 눈물이 계속 쏟아졌다.

난 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없는걸까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일까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면 누나를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요즘 세상에 이런 나를 다 이해해주고 평생을 같이해줄 사람이 있을까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어서 휴게소에서 한참을 울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업무미팅을 하는 중 식은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날의 나쁜 감정들의 잔상이 남았던걸까
평소 같았으면 심호흡하거나 잠시 화장실가서 가라앉히면 괜찮아졌던 증상이 호전되질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인지할 정도로 식은땀에 쏟아졌고, 다들 몸이 안좋냐고 물어봤다.

그 길로 반차를 쓰고 바로 정신과를 갔다.
시원하게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몇 개월째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고있다.



누나의 몸이 아픈건 불알친구들 몇명이 알고 있다. 회사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내 아픈 손가락을 보여줘서 좋을게 없다는 생각에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병은 회사사람들 몇명이 알고 있다. 부모님께서는 알지 못한다.
몸이 아픈 누나를 간호하기도 힘든데 내 마음의 병까지 알게되면 너무 힘드실 것 같아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 다 알고 있는건 오롯이 나뿐이다.
내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만 알고 있는게 당연한건가 싶기도 하다.



동병상련의 마음이었을까
무거운 마음에 쉬이 잠 들지 못했을테니깐 벽보고 이야기 하듯이 털어내고 싶었을까
난 아직도 이 새벽에 내가 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이 글을 열어보았을 때 그 땐 그랬지하며 웃으며 넘기는 날이 오길 바랄뿐이다.

새벽에 눈이 많이 온다고한다. 이미 늦은 시간이다. 내일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해야한다.
이러한 가정사는 오히려 흔할 일 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글을 마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