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내 인생이 머지않아 망할 것 같다거나 혹은 이미 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내 주변의 모든 공기가 불안하고 불온해지는데, 요상하게도 나는 마치 그 안 폭풍의 눈 속에 있는 것처럼 태평하고 고요하기 짝이 없다. 이 괴리감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가늠도 안되는 저 시꺼먼 입 속. 그 불온한 세계가 언제 나를 잡아먹을까.

살아온 날보다 더 살아내야 한다는 막막함. 이름도 모르는 곳에서 들려오는 비통한 소식들에 자꾸만 나를 이입시키는 멸렬함. 어린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으리라 막연히 긍정했던 순간들이 우습게 느껴지는 지금.

나는 도대체 어디쯤 서 있을까. 어디로 가는 문턱을 밟고 서 있기에 발바닥이 찢어져나가는 고통을 견뎌야 하는 걸까.

연 적도 없는 창문 안으로 기어코 벌레 한 마리가 비집고 들어와 죽어 있다. 이 설명할 길 없는 경계가 나를 미치게 만드는 날이, 가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