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사업 초창기에 글을 올렸었는데

그때는 진짜 별 이상한 고객들 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기적같이 2022년 12월 31일 22년 2시간 남겨놓고 예약이 폭주하기 시작해서

2월까지 말도 안되게 예약이 들어왔어요

1,2,3월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저는 제주에서 웨딩 스냅을 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이고 워낙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인스타도 많이 늘지 않았는데

또 그에 비해 신기하게 예약이 많이 들어와서 벌써 23년 스케줄이 거의 마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바다에 앉아서 다른 작가님들 촬영 나와있는거 부러워하면서 담배 한대 씁쓸하게 피면서

우울해있었는데 이제는 제가 저렴한 금액에 고생은 많지만 스케줄 빠방하게 받아서

바빠보인다는 이야기 듣고 삽니다

최근 4월까지는 그냥저냥 고객님들도 즐거웠고

저도 워낙 파이팅 넘치는 스타일이라 하하호호하면서 잘 찍고 있다가

5월 고객님들이랑 상담하는데 정말 귀신 같이 5월 1일 고객님들부터 멘탈이 박살나는 겁니다

보통 장소와 컨셉（포즈 등） 이런걸 1주일 전에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율하는데

1일 ~ 5일 현재까지 벌어진 일이.........후.........

3명은 30장 정도 원하는 사진을 보냈는데 다른 작가 사진을 보내더라고요（물론 포즈 저도 찍고 있는 포즈고 인스타에도 다 있는 포즈들）

그래서 너무 속상해서 저희 업체 사진도 사랑해달라고 이야기 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다른 작가 사진 러쉬.........

내가 속이 좁은 건가 싶기도 하고 속상하고 내 사진이 별로라는 생각에 일도 손에 안잡혀서

조금 아는 작가님들께 여쭤보니 흔한 경험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보통 업체 사진, 색감이 맘에 들어서 오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1명은 무난하게 끝났어요

또 1명은 따뜻하고 쓰지 않은 아이스아메리카노 느낌의 주문이긴 했는데 뭐.....음.......그래요......

어떤 분들은 이렇게 이야기 하실 수도 있어요

다른 작가 사진이 예뻐서 이거 찍고 싶은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럼 사업 못해요

근데 이 이야기도 완전 틀린 말은 아니에요

보통 30장에 다른 작가 사진 5,6장 정도는 통상적인 범위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우르르 다른 작가 사진만 오면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작가마다 촬영 스타일, 장비（렌즈, 화각 등）이 너무 달라서 쉽게 따라할 수가 없어요

모방이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그걸 찍으려고 이리저리 하다보면 결국 제 촬영은 못하고 사진 몇장 애매한거 찍다가 촬영을 종료하는거죠

정말 4월은 너무 행복했어요

정말 제 사진을 사랑해주는 고객님들을 만났고 더 힘이나서 여러가지 제 스타일대로 다른 포즈들도 찍어보고

도전도 해보고 장문의 카톡도 남겨주시고 감동이었는데

또 이런 시기가 오니까 그냥 내가 못난 것 같고 그러네요

얼마전에도 이런 비슷한 신부님이 오셨는데 이야기 다 끝나고 촬영 날

저를 옆에 불러놓고 핸드폰으로 다른 작가 사진만 캡쳐해서 저한테 이거 이거 이거 이렇게 찍어주세요 딱 붙잡아 놓고 이야기하는데

촬영 내내 진정이 안되고 손 떨림이 멈추질 않더라고요

이게 수치심인지 모멸감인지 스스로에 대한 분노인지 모르는 채로 기억에도 남기기 싫은 트라우마가 됐습니다

심지어 카톡 처음 인사말에도 늘 타업체 사진보다는 우리 사진을 사랑해달라고 넣어놨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보내는거면 그냥 제가 못난 사람인거겠죠?

그냥 새벽에 작업하다가 와 있는 카톡들 보니 생각이 많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