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좀 안 좋아서 올해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번 한번만이 아니라 몇년전에도 받았었습니다.
그리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점차 몸이 안정화되는게 느껴졌던 터라 충격이 컸나 봅니다.
이러다 빨리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지금껏 공부한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어 그냥 다 놓아버리고 무기력해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암처럼 제가 갖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걸 밝게 이겨내신 분들도 있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인가 싶어 자기혐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나 정신적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지금 며칠째 학교를 안 나가고 있습니다.
3월에 우울, 불안을 억지로 완화시키고자 등록했던 학원도 병을 핑계로 안 나가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정신과를 가고 싶다 말씀을 드려서 정신과를 다니고 있는데
점점 더 증상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정신으로는 못 버티겠어서 계속 유튜브, 게임 등으로 도피합니다.
지금처럼 현실을 직시하면 불안, 우울이 너무 심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대체 사람이 삶을 왜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찍 죽는다면 굳이 일을 가질 필요도, 대학을 갈 필요도 없을 텐데, 그리고 지금 삶에 행복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감사하게도 저를 이해해주셔서 제가 조금이라도 부탁하는 게 있으면 다 들어주시고 제가 고민을 털어놓기를 바라십니다.
제 근본적 고민은 제일 위에 써놓았던 병 때문인데 이걸 도저히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제가 가장 심하게 아플 때, 그리고 수술을 받을 때마다 몰래 울고 계셨던 부모님 얼굴이 떠올라 도저히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고민을 털어낼 친구도 없고 친구들한테 이런 우울감을 공유하고 싶진 않습니다.
친구들이 왜 학교에 안 나오냐 물어봐도 그냥 감기가 심하다는 말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불안이 너무 심해서 식당도 잘 못 가겠고, 이젠 아예 밖에 나가는 거 자체가 두렵습니다.
학교에 가기도 싫고 불안하고 우울합니다.
전교1,2등을 다투고 있어서 자퇴를 하기엔 그동안 쌓아왔던 내신, 생기부가 너무 아깝습니다.
당장 월요일에도 학교를 가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젠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