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부모님만 살고 계신 본가...
83-84년 쯤 지어진 아주 전형적인 다세대 주택이었다.
아마 당시 지어진 집 대부분은 나무창문이었던 듯 하다.
짤은 주워온 건데 우리집 창문은 곡선 없이 네모반듯하다는 것만 빼면 거의 똑같다 ㅋㅋ
창문은 가운데에 나사 돌리듯이 돌리는 잠금장치가 있고 창틀, 창문 전부 나무라서 삐걱거리고 바람이 숭숭 샜다.
우리집은 학교 운동장 바로 옆에 있었고, 덕분에 한겨울에 내 방 창문은 칼바람을 그대로 맞이했다.
창가에 머리를 두고 잤는데 항상 외풍 때문에 머리는 썰렁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창문이 덜컹거리기도 했다.
외풍이 너무 심하니까 나중에는 두꺼운 비닐로 창문 전체를 덮어서 압정으로 촘촘히 박았는데, 비닐이 잔뜩 부풀면서 압정 사이로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보일러 배관도 시원찮게 깔려있다보니 어떻게 해도 추워서 정말 추운 날에는 방안에서도 패딩을 입고 있어야 했다.
컴퓨터를 오래 하면 손이 시려워서 장갑을 껴야 했고 때로는 방에서 입김이 나오기도 했다.

현관문은 네모난 8자 모양 갈색 금속 틀에 아래 위가 유리로 되어있었다. 문양（?）이 있어서 들여다보이진 않았지만 현관 근처에 있으면 사람 형체는 보이기 때문에 잡상인이나 전도인 등이 오면 들키면 귀찮아서 방에서 숨어있기도 했다.

현관이든 창문이든 겨울에는 항상 얼음이 꼈다.
그리고 항상 집은 추웠다.
그래도 9살때 부터 살던 집이다보니 불편하기는 해도 그냥 적응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날인가 공사를 했다.
창문을 전부 샷시로 바꾸고 현관문도 철문으로 바꿨다.
가끔 예전의 집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그저 과거의 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 아마 그 춥던 집이 그리운 게 아니라 그때의 내가 그리운 것 같다.